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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의 음양오행 경제

앞으로 10년, 좋은 꿈보다는 악몽이 더 잦을 것

추분은 한 해의 저녁이 시작되는 시간

2002년 시작된 이브닝 파티는 끝나고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15 18:26:11

 
▲김태규 명리학자·칼럼니스트
 깊어가는 가을날
 
가을이 하루하루 깊어가고 있다. 높아가는 하늘엔 뭉게구름 드물어지고 옅은 구름 자주 보이니 대기 속의 수분이 마르고 있는 까닭이다. 수분이 마르고 빠져나가면 모든 성장이 멈춘다.
 
이미 성장을 멈춘 나무들은 가을 햇볕 아래 그저 점잖다, 철을 알고 있음이다. 나무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철을 알고 있다. (오로지 사람만이 철을 모르는 것 같다.)
 
잎사귀 또한 빛이 바래고 성글어지고 있다. 그 사이로 드러난 거미줄 망을 들여다보면 작은 벌레의 시신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저 주검들은 이내 부서져서 풍화(風化)되리라. 그리고 작은 벌레들을 먹고 살던 거미 또한 어딘가에 알을 낳은 뒤 11월의 어느 날이 되면 죽을 것이다. 그 조각들은 겨울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가고 흩어지리라.
 
14일 기준으로 서울 지역의 일출은 6시 12분이고 일몰은 18시 43분이다. 낮 시간이 12시간 31분이니 아직은 낮이 밤보다 길다. 하지만 이제 곧 그러니까 23일의 추분(秋分)을 지나면 밤이 더 길어질 것이다.
 
밤이 낮보다 더 길어지는 추분(秋分)은 즉 “한 해의 일몰”이다, 하루의 일몰이 아니라. 다시 말해서 9월 23일 추분으로서 2021년의 해가 저물 것이고 그로서 2021년의 이브닝, 즉 저녁이 시작될 것이다.
 
(사람들은 2021년의 해가 2021년 12월 31일 저녁에 저무는 줄 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 날에 저무는 해는 12월 31일의 해인 것이고, 2021년의 해는 9월 23일 추분으로서 저문다.)
 
추분부터 이브닝 가든 파티
 
해가 지면 저녁이다. 이브닝 타임이다. 대개의 파티는 해질 무렵에 준비되고 정원에 등불을 밝히면서 시작된다. 파티 타임!
 
저녁 6시 반 경에 시작된 가든파티는 3시간 뒤인 9시 반 경이면 대략 마무리된다. 손님들 배웅을 마친 주인은 잠시 알루미늄 접의자에 걸터앉아 파티 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반추해본다. 그러다가 얼른 뒷정리를 하고 밤 11시, 늦어도 11시 반 경엔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다시 꿈속에서 많은 환상을 경험하면서 꿈길을 이리저리 오가리라.
 
한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 60년 순환에서 추분, 즉 입춘에서 37.5년이 흐르면 추분을 맞이한다. 그러면 그 사람의 이브닝 파티가 시작된다. 얼마나 성대한 파티인지는 모르겠으나 각자의 나름 정성껏 준비된 파티를 시작할 것이다.
 
나 호호당의 과거 회고
 
멀리 갈 것도 없이 그저 나 호호당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충분하다. 그 세월이 참으로 부끄럽다. 스무 살에 추분을 맞이했으니 그게 해가 저문 뒤의 이브닝 파티인 줄 전혀 몰랐다. 철을 몰랐다. 그저 세상에서의 삶이 그럭저럭 대충 해도 굴러가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갔고 그 사이에 소중한 아들도 하나 얻었다. 돌이켜보면 당시로선 전혀 몰랐으나 그 일이야말로 이브닝 파티 중에 삼신할머니가 주신 최고의 선물이었다.
 
파티가 끝났지만 몰랐다. 그저 더욱 성대한 파티가 이어질 줄 알았다. 더욱 더 큰 야심을 품었고 거침없이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그건 꿈속의 일이었다. 많은 갈래 길에서 많은 환상들과 만났다.
 
깨어나니 내 삶은 황폐해져있었다. 앗, 그건 꿈이었구나 싶었지만 뒤늦은 후회였다. 하지만 어느 때가 되자, 그러니까 60년 순환에 있어 또 한 번의 춘분(春分)이 되자 깨우쳤다. 그 각성은 아프고 아픈 각성이었다. 그만 살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의 아픔이었다.
 
나 이제 그만 살아도 되지 않겠니?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었다. 이브닝 파티로부터 정확하게 30년의 세월이었고 그 사이에 내 나이는 스무 살에서 오십이 되어 있었다. 인생, 거 참 쉽게 후다닥 흘러간다.
 
길고 긴 인생? 그런 거 없다. 어느 누구의 삶도 어영부영 하다보면 홍안(紅顔)이 백발(白髮)된다. 삶이란 거 특별히 도(道)를 닦겠다고 길 떠날 필요 전혀 없다. 절로 길을 갈 것이고 절로 깨우치게 되어있는 삶이다.
 
천차만별의 삶이고 저마다의 삶인 것 같지만 그 근본은 예외가 없다. 모두가 통으로서 하나의 삶이다.
 
2002년에 시작된 대한민국의 이브닝 파티
 
우리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국운의 추분은 2002년이었다. 화려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월드컵 4강으로부터 시작된 국운의 이브닝 파티였다. 우리 수준에서의 한껏 민주주의 체제도 완성했다 싶었고 대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활개를 쳤다. 글로벌 코리아가 등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모든 전자제품 속에 들어갔고 가전제품은 뉴욕과 런던, 파리 등등 글로벌 메가시티의 매장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 도곡동에 ‘타워팰리스’란 전대미문의 초고층 주거시설이 올라갔고 그 이후 우후죽순이었다. 모두 영어나 다른 외국어 명칭이 붙여졌다. 살고 있는 아파트 이름이 가령 신흥아파트, 이런 식이면 일단 깎이고 들어갔다. 부산 수영만엔 ‘센텀시티’가 들어섰다.
 
승용차도 그냥 차가 아니라 SUV를 사기 시작했고 서울 강남 거리에 외제차가 즐비해졌다. 그러자 마침내 시골 조합장들도 대출을 받아 일단 벤츠나 BMW부터 뽑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자 또한 깊은 산의 스님들도 럭셔리 차를 타기 시작했다. 고무신에 행랑 하나 메고 일몰의 고갯길을 넘던 고행의 수도승은 사라졌다.
 
세력을 얻은 대기업 노조원들도 한껏 사치를 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녀들의 좋은 출발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다. 온통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스펙을 쌓느라 무한대의 돈이 들어갔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져가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리를 낮추어 과거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수 억 대의 돈을 주택담보대출이네 뭐네 하면서 개인들에게도 풀었다. 댐의 수문이 일제히 열린 셈이다. 당연히 가계대출은 급격히 늘어났다.
 
국내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늘어나자 고급 월급쟁이들과 부자들은 펀드다 뭐다 하면서 덩달아 증시에 돈을 넣었다. 노후를 위한 연금보험도 거액으로 넣기 시작했다. 모두들 나름 뒷날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이다. 공립학교 교사들에겐 안식년 휴가라는 전대미문의 초장기 휴가도 주어졌다. 전교조 만세! 전공노 만세!
 
대한민국은 거침없이 잘 살기 시작했고 럭셔리를 누림에 있어 한도가 없었다. 국력이 커지자 국민적 자긍심도 커졌고 그러다가 상대를 잘못 고르긴 했지만 반미(反美)도 한 때 대유행이었다. 글로벌 으뜸의 미국인데 그 대통령 부시를 남아프리카의 원주민인 부시맨으로 착각하나 싶을 정도였다. (대중적 정서란 게 그냥 내버려두어야지 괜히 통제하려고 나서면 더 기승을 부린다.)
 
2012년부터 꿈길을 가기 시작한 대한민국
 
10년이 흘러 2012년이 되자 분위기가 싹 달라졌다. 과거 10년 사이 이제 우리의 미래는 날로 창창할 줄만 알았던 미래가 10년의 세월 사이에 그게 그렇지 않단 사실을 점점 인지하게 된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브닝 파티가 끝났다.
 
그 사이에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졌고 일반 대중들도 자칫 빈부에서 빈에 속할 수 있겠다는 공포심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공부를 시킨 자녀들도 취업이 어려워졌고 알바라든가 부모님들에게 얹혀사는 젊은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저급여의 험한 일자리는 ‘외노자’들이 메워갔다.) N포 세대, 이생망의 등장이다.
 
이에 일제히 ‘복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10년은 ‘웰빙’이었는데 2012년 대선을 경계로 복지로 바뀌었다. 나라에서 나를 어떻게 먹여 살려보시오 하는 요구였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바꿔주시오, 나도 귀족노조처럼 좀 먹고 살아야 하겠으니 하는 얘기였다. 이제 잠자리에 들어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처음엔 그나마 절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 양반은 노동시장을 다소 손을 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줄여보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공무원들과 대기업 노조로부터 맹렬한 반발에 부딪쳤다. 그러다가 허점을 보이자 즉각 날아갔다.
 
그러자 보다 담대한 복지를 시행할 것이며 비정규직을 대거 청산하겠다는 현 정부가 등장했다. 일자리 부족과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약속을 했다. 모두가 환호했다. 결과는 조국 사태였다. 그러자 현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K-방역을 내세우고 나섰다. 하지만 백신을 조기에 구매하지 않는 바람에 유럽의 최빈국인 루마니아로부터 백신을 구걸했고 연일 ‘모더나’ 탓을 하고 있다. ‘피’와도 같은 백신이다.
 
하지만 이 모두 대한민국이 집단으로 꾸고 있는 꿈속의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 얼마나 허망할까?
 
2022년부터는 좋은 꿈보다 악몽이 잦을 것이니
 
내년 2022년은 2012년으로부터 또 다시 10년이다. 우리 국운의 60년을 하루로 볼 것 같으면 2022년은 새벽 2시 반이다. 깊은 밤중이고 여전히 꿈을 꾸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젠 좋은 꿈만 아니라 악몽(惡夢)도 곁들이게 될 것이다. 꿈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10년 사이에 지쳐버린 우리들은 평등이나 공정, 정의와 같이 큰 소린 듣기 싫고 그저 밥술이나 좀 편히 먹게 해주시오, 하는 마음이다. 국민의힘이냐 더불어민주당이냐가 아니라 내가 밥 먹고 사는데 조금치라도 나을 것 같은 후보를 내년 대선에서 뽑을 것으로 본다.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재명, 나중에 가서 기본소득이 기본부채로 바뀔 진 모르겠으나 일단은 먹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대선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2022년부터 10년의 세월은 좋은 꿈보다는 악몽이 더 잦을 것이다. 잠자리에서 뒤적거릴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춘분이 되면
 
그러다가 2032년 국운의 춘분(春分)에 가서 60년 순환의 해가 뜨면 그간의 모든 일들이 한바탕 꿈자리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고통스러워도 또 다시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켜서 새벽안개 저편의 일터로 돌아가거나 또는 일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꿈속을 헤매고 있다. 왕년의 스타 전영록의 노랫말처럼 “아직도 어둔 밤”인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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