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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문설주 정치는 안 된다

‘개 같은’ 정치가 필요하다

기사입력 2021-10-13 00:02:36

▲ 오주한 정치사회부 기자
동양권 사대부층에서는 춘추전국시대 이래로 미신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괴력난신(怪力亂神‧괴이한 힘)을 논하지 말라”는 유가(儒家)의 가르침 때문이다. 때문에 현명한 이들은 불확실한 믿음에 기대는 대신 인재를 그러모아 부국강병을 도모했다.
 
기원전 3세기경 제나라 사람인 맹상군 전문은 전국사군자(戰國四君子) 중 첫 번째로 꼽히는 인물이다. 수천 명의 ‘식객’으로 유명한 그는 몸소 괴력난신을 타파하고 합리적 국가 경영에 심혈을 기울였던 선구자였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에 의하면 전문은 위왕의 말자(末子)였던 정곽군 전영의 서자로 태어났다. 암살 위협을 자주 겪은 전영은 기골이 장대한 여성들을 호위병으로 삼을 정도로 평소 강박적 의심에 사로잡혀 살았으며 그럴수록 미신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그는 5월 5일에 태어난 자식은 훗날 아비를 해치게 된다는 유언비어를 믿어 전문을 내다버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전문의 모친이 차마 아들을 버릴 수 없어 몰래 키웠고 후에 장성한 아들이 나타나자 전영은 역정을 냈다. 이에 전문은 아비의 주장을 단 한 마디로 논파해 주목받았다.
 
전문은 우선 “왜 저를 버리려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전영이 “속설에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는 문설주만큼 자라면 어버이를 해친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전문은 “사람 목숨은 하늘에서 받은 것입니까, 문설주에게서 받은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전영이 당황해하자 전문은 “인명(人命)이 천명(天命)이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만약 문설주에게서 받은 것이라 해도 문설주 높이를 키우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전영은 지난 과오를 뉘우치고 서자였던 전문을 가문의 후계자로 삼았다. 전문은 무당이나 점쟁이를 믿는 대신 가산을 풀어 천하의 재주꾼이란 재주꾼은 모조리 모아 식객으로 삼았다. 규모는 최대 3000명으로 추정됐으며 그 중에는 이름난 학자‧무사는 물론 ‘개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이나 ‘닭 울음’ 소리를 기막히게 똑같이 내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진(秦)나라를 방문한 전문은 그를 두려워한 소양왕에 의해 졸지에 감금되고 말았다. 전문은 한 식객을 보내 소양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후궁은 대가로 귀한 호백구(狐白裘‧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이 있는 부분으로 만든 가죽옷)를 요구했다. 이미 호백구를 소양왕에게 바쳤던 전문이 땅을 치자 이튿날 다른 식객이 떡하니 호백구를 가져왔다. 기뻐한 전문이 비법을 묻자 “야밤에 코를 킁킁 거리고 기둥에 볼 일을 보면서 개 흉내를 낸 덕분에 병사들을 속이고 잠입해 가져올 수 있었다”고 답했다.
 
후궁에게 설득당한 소양왕에 의해 연금 상태에서 벗어난 전문은 부리나케 본국으로 달아나려 했지만 이번엔 거대한 함곡관이 앞을 가로막았다. 새벽 첫 닭이 울 때까지는 관문이 열리지 않을뿐더러 설상가상 추격군까지 따라온 터라 발만 동동 굴렀는데 또 다른 식객이 “꼬끼오”라고 구성지게 운 덕분에 무사통과할 수 있었다.
 
바로 계명구도(鷄鳴狗盜)의 어원이 된 일화로서 보잘 것 없는 재주까지도 귀히 여겼던 전문의 인재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문은 식객 수천 명을 자비로 먹여 살려야 했기에 한 푼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기까지 했다. 이러한 헌신 덕에 제나라는 전국칠웅(戰國七雄) 중 하나로 군림할 수 있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화천대유(火天大有)‧정법(正法)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자들은 해당 논란에 연루된 적 없고 미신도 아니라고 부인 중이지만 유권자는 차기 정부에서 문설주 높낮이가 국정 판단의 척도가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이 치자(治者)에게 원하는 건 문설주에 연연하는 태도가 아니라 계명구도의 자세다. 
 

 [오주한 기자 / sky_ohjuhan , jhoh@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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