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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골프장 횡포 더이상 수수방관하지 말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21 11:23:06

 
▲ 박병헌 언론인·전 세계일보 체육부장
코로나19 탓에 반사이익 톡톡히 봐
올해 내장객 5000만명 시대 확실시
‘무늬만 대중제’ 골프장에 골퍼는 봉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 재정비해야
 
값비싼 이용료 탓에 귀족 스포츠로 치부되던 골프장 내장객이 국내에서 연인원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은 20여년 전인 1999년이다. 이후 8년 만인 2007년 2000만명을 넘어섰고 2013년에는 3000만명을 돌파했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함께 내장객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해도 있었지만 골프장을 찾는 발길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에는 4000만명을 훌쩍 넘어 골프가 대중화되었음을 보여줬다. 회원제 골프장의 이익 옹호단체인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 이용객은 4670만명으로 2019년 대비 503만명인 12%나 증가했다. 지난해 경제활동을 비롯한 모든 분야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이용자수가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의 4170만명보다 500만명 이상이나 늘었다니 놀랍다. 현재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골프장 이용객은 5000만명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골프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고 있는 2021년에 골프 내장객 5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둔 상태다. 코로나19 시대에 쾌재를 부르는 곳은 아마도 골프장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전국 골프장 3분의 2가 대중제
 
골프 수요가 늘고 있는 반면 골프장 공급은 한정돼 있어 골프장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그린피를 제멋대로 인상하는 등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장객의 증가에 발맞춰 공급자인 골프장 숫자도 크게 늘어났지만 수요를 못 따르는 상황이다. 2019년 말 기준 전국의 골프장은 487개. 이 가운데 회원권 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제 골프장은 310개로 63.7%를 차지했다. 전국 골프장 3개 중 2개는 대중제 골프장이라는 얘기다.
 
격리와 폐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회자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내장객 증가율이 10%를 넘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매출로 직결되는 내장객이 폭발적으로 늘었으니 골프장은 당연히 어느 때보다 수지가 맞았을 텐데도 대다수 골프장의 ‘작태’는 건강한 골프 문화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국내 골프 수요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골프객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면서 폭증했다. 골프장은 그나마 청정 지역이라는 인식도 한몫 했다. 골프장은 지난해 영업이익 54% 증가라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골프장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 특수에 편승해 폭리를 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람 불 때 노 젓겠다’는 식의 배짱 경영으로 ‘코로나 특수’를 잔뜩 누리고 있는 골프장들의 갑질 횡포가 골프시즌을 맞은 최근 들어 이만저만 아니다. 골프장 부킹은 사실상 전쟁이 됐고, 모든 비용은 덩달아 치솟았다.
 
회원제 골프장과 달리 개별 소비세가 면제되는데다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일반 세율을 적용받는 등 세제상 많은 혜택을 받는 대중 골프장들의 횡포는 불쾌감을 넘어 분노를 유발케 한다. 일부 대중 골프장의 주말 입장료가 회원제보다 비싼 37만원에 달한다는 보도는 공분을 사고도 남는다.
 
‘꿩 먹고 알 먹기 식’의 배짱 경영
 
입장료를 회원제보다 비싸게 받으면서도 대중 골프장이란 이유로 일반 과세 혜택까지 받는 ‘꿩 먹고 알 먹기 식’이다. 세금을 매기는 국세청에는 대중제, 골퍼들에게는 고가의 회원제 골프장으로 둔갑한 셈이다. 게다가 골프장 내장객이 3명으로 줄어들어도 4인 요금을 받는 횡포도 적지 않다. 4인 요금 부과는 부당하다는 과거 법원 판례도 있지만 눈앞의 이익을 위해 불법을 자행하곤 한다. 일부 대중제 골프장의 경우 회원권 분양이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콘도 회원권 판매를 통한 골프장 회원권 분양 등 불법적인 거래도 판을 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는 수도권과 강원도 일부 지역의 경우 샤워를 하지 못해 수도세, 전기세, 인건비 등을 아낄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신감을 느낄 정도다.
 
야외활동을 하기에 계절적으로 더 없이 좋아 ‘고금리의 달러 빚을 내서라도 골프를 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의 골프시즌이지만 이번 가을에는 골프가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청와대 게시판 청원도 유야무야
 
지난해 가을에도 이례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골프장의 횡포를 바로잡아 달라는 청원이 몇 건 올랐지만 유야무야됐다. 관계당국은 골프를 ‘가진 자들의 스포츠(?)’로 치부해서인지 괸심있게 눈 여겨 보지도 않았다. 골프장 횡포를 고발하는 청원은 사실 늘 있어 왔지만 코로나19 정국에 갑질과 횡포가 더욱 극심해졌기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등장했던 것이다.
 
또 대중 골프장들이 그린피, 카트, 캐디피는 물론이고 식음료 값마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국회 국정감사장에까지 등장했지만 그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도 횡포가 적지 않다.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린피가 적게 발생하는 회원들의 ‘우선 예약권’을 무시하고 비회원들 위주로 예약을 받다보니 회원이 비회원에게 부킹을 부탁하는 웃지 못할 사태도 발생하곤 하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비싼 요금으로 인해 골프 대중화라는 말은 더욱 멀어진 듯하다. 그토록 외치던 골프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곳이 아니러니하게도 골프장 자신이 돼버린 셈이다. 오히려 값비싼 그린피와 이용료 탓에 귀족 스포츠로 회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골프장 횡포, 골프 대중화에 발목
 
골프장들의 최근 행태는 단순히 공급이 수요와 가격을 결정한다고 설명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정부는 세금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대중골프장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통해 합당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린피 인하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골프장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골프장들은 꿈쩍도 안 한다. 횡포가 계속되면 세금 혜택을 없애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골프를 대중화시키기 위해서 2000년 1월부터 대중골프장에 대한 세금을 대폭 감면했다. 세금 감면 혜택이 골퍼들이 아닌 사업주에게 돌아가는 건 문제다. 세금을 덜 내고 이익은 더 챙기려는 이런 ‘무늬만 대중제’인 골프장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가 절실한 때다. ‘무늬만 대중제’인 골프장은 분명 사회적 정의에도 반하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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