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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톡톡 클래식

틈을 품은 한옥, 틈을 채운 음악

모두 통하는 한옥에서 콘서트, 인문학클래식콘서트와 일맥상통

틈 많고 경계 없는 공간의 특성상 연주자-관객 경계도 없어져

아리랑환상곡 연주와 편곡얘기를 나누니 각자 틈에 공감 가득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21 11:20:50

 
▲이지영 피아니스트·음악학박사
 마주하다’라는 표현이 참 좋다. 너와 나 사이를 ‘연결해 준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서다. 눈빛을 마주하고 얼굴을 마주할 때 소통이 시작된다. ‘이지영의 인문학클래식콘서트’는 특별한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들과 마주하며 피아노를 연주하고 얘기하는 것을 지향해왔다. 그동안의 특별한 공간은 스타인웨이 피아노 제작자의 공방, 첼리스트가 바리스타로 있는 카페, 최고의 피아노가 가장 좋은 상태로 있는 악기사의 연주홀 같은 곳이었다. 특별한 장소를 선택하는 고려 대상 1번은 역시 피아노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같은 대형 공연장에서도 피아노 독주회와 앙상블 공연을 해왔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준비 끝에 보여주는 한 번의 무대는 아쉬움이 컸다. 악보를 잊어버리지 않고 연주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당일의 컨디션에 따른 생각하지 못한 돌발상황 등으로 변수가 많다. 음악으로 온전히 청중과 소통하기엔 떨쳐버리고 넘어야 할 장벽이 높았다. 이런 장벽을 깨뜨리고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인문학클래식콘서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작든 크든 무대는 늘 무대다. 긴장된다. 청중들을 가까이 두고 연주하면 더 떨린다고 하는 연주자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소수의 관객들과 마주하면서 소통하는 떨림은 긴장이 아닌 전율로 다가온다.
 
▲ 이지영의 인문학클래식콘서트 [사진=필자제공]
 
며칠 전 있었던 ‘이지영의 인문학클래식콘서트’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121번지에 위치한 한옥에서 진행했다. 조상들이 살았던 우리 고유의 가옥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연주 내내 편안하고 정겨웠다. 한옥은 마당과 마루와 방이 서로 통해 있다. 방문을 닫으면 방 안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아파트형 공간과는 전혀 다르다. 한옥이라는 공간이 ‘모두 통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옥콘서트는 내가 추구하는 인문학클래식콘서트의 방향과 일맥상통한다.경계가 없는 한옥의 특성상 연주자와 관객도 경계가 없어진다.
 
한옥에서는 ‘틈’을 많이 볼 수 있다. 문틈, 마루틈, 돌틈, 창틈. 현대인들의 삶에서 보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틈’이다. 경쟁관계에서는 틈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틈새 시장을 노린다는 말도 나온 것 같다. 경쟁자들끼리는 서로의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그들을 바라보는 제3자가 틈 사이로 들어갈 수 있겠다 싶다.
 
 
한옥이 주는 틈은 느긋함을 준다. 연주자와 관객 사이의 경계도 느슨하게 한다. 좌석의 등급에 따라 관객들의 경계도 분명해지는 대형 연주홀과는 다르다. 서로를 의식하는 닫혀진 공간, 틈이 없는 공간에서 음악을 듣게 되면 마음도 경직될 수 있다. 음악을 듣는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관객석은 문화예술을 향유한다는 명목으로 조용하게 앉아서 연주자의 연주에 집중해야 한다. 박수를 언제 칠지 눈치를 보기도 한다. 혹시나 곡의 끝이 아닌 1악장과 2악장 사이에 박수를 쳤다면 모른척하고 앉아있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클래식 음악회에 와서 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 되긴 싫기 때문이다.
 
연주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라도 자신의 연주에 언제나 100% 만족할 수는 없다. 특히 다른 음을 치게 되게 되는 실수는 본인이 출간한 책에 틀린 글씨가 그대로 인쇄되어 있는 것만큼 예민한 부분이다. 관객도 연주자도 서로에게 틈을 주기엔 각자의 책임을 소홀히 한다는 생각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유를 부리고 마음의 안식을 찾는 틈을 가지기 위해 간 음악회가 오히려 경직이 된다면, 그리고 무대에 선 연주자들 또한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으로 연주에 임한다면, 음악은 완성될 수 없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의 민요 아리랑을 ‘진정한 나를 깨닫는 기쁨’의 노래로 해석한 책을 보고 아리랑(我理朗, 나 아我, 이치 리理, 즐거울 랑朗)을 빠르고 즐거운 리듬으로 편곡했다. 재해석된 아리랑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아리랑 환상곡을 만드는 과정이 틈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하면서 아리랑을 편곡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얘기를 하니 공감이 각자의 틈을 채운다.
 
어떤 관객들과 어떤 공간에서 연주를 하느냐에 따라서 연주자의 마음도 달라진다. 특히 하나로 통하는 한옥의 구조는 우리 고유의 문화라는 익숙함과 잘 버무려져서 사람들의 마음에 틈(여유)을 준다. 틈이 있으니 연주자와 관객의 사이가 느슨해지고 음악이 그 사이를 채울수록 경계는 없어진다. 마루, 방, 마당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 연주자, 관객, 음악이 하나로 연결된다. 한옥 콘서트가 주는 매력에 빠져보라. 당신에게도 틈이 조금 보일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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