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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의문의 사망사고 막전막후(上-정치)

핵폭탄급 정치이슈 뒤 날아든 충격 비보(悲報) ‘그날의 비밀은’

‘성추행 혐의’에 스스로 세상 등진 박원순…영장 2차례 기각 진실규명 미흡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임시저장된 노회찬 유서…사망 장소·위치 의혹도 나와

‘자살 안 한다’ 장담 정두언 사망, 고인 옆에 놓인 휴대전화 위치 이동 ‘왜’

기사입력 2021-12-06 00:07:01

사회적 이슈가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용의자나 참고인 등 핵심 인물이 사망할 경우 사법기관은 공소권을 잃게 된다. 사건 자체가 축소되거나 아예 중단되다 보니 ‘죽음으로 사건을 덮는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최근에도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의 핵심 인물이 돌연 사망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국민 사이에선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로 ‘의문의 사망사고 막전막후’를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선정하고 정치·사회·연예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의문의 죽음이 발생한 당시의 상황과 현재까지 풀리지 않은 궁굼증 등을 세 편에 걸쳐 보도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3일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 A씨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왼쪽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한원석 팀장|배태용·강채영 기자]
최근 몇 년 새 우리나라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유명 인사가 유독 많다. 그중에는 정치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정치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그들의 비극 이후 여론 안팎에선 사망 배경 등을 두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파장이 상당했다. 공교롭게도 유명 정치인이 사망한 시기가 매 년 7월이라는 점도 여러 가지 의혹을 낳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2018년부터 매년 7월에 고 노회찬 의원과 고 정두언 전 의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들 세 명 모두 경기고등학교 출신에 3선 정치인이어서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 극단적 선택…당일 행적 등에 의문점 다수
 
지난해 7월 10일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북악산 숙정문 부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은 우리 국민에게 매우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사건은 서울시청 비서실에 근무했던 직원 A씨가 박 시장에 대해 성추행 관련 고소장을 접수한데서 비롯됐다. 고소인 A씨는 박 시장이 2017년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고소인에게 다수의 음란한 사진을 전송하고 A씨의 사진을 요구했으며 박 시장의 집무실 내부 침실에서 자신에게 신체 접촉을 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A씨와 같이 서울시청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정모 씨가 지난해 4·15 총선 전날 만취한 A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도록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조성필)는 A씨에 대한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정모 씨를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가 A씨의 진술 일부를 공개하면서 박 시장이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한지 1년 6개월여가 지난 시점부터 부적절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후 올해 8월에는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했다.
 
올해 3월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결정문에 따르면 박 시장이 △속옷사진 런닝셔츠 입은 셀카 사진 보낸 것 △네일아트한 피해자의 손톱과 손을 만진 것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을 보낸 것 등이 피해 사실로 인정됐다. 박 시장의 죽음이 확인되기 이틀 전인 8일 전 A씨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같은 날 오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니 박 시장께 확인해 보라’는 말을 듣고 문의했지만 박 전 시장은 ‘나중에 얘기하자’면서 얼버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고소 사실이 확인된 당일 밤 박 시장 최측근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임순영 특보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시장직 사의 필요성 등이 거론됐고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가 문제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9일 오전 박 시장은 고한석 비서실장과 독대하면서 “A씨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은데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하겠다”고 대화한 이후 같은 날 오전 10시 44분경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왔다. 오후 1시20분경에는 임 특보에게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 고 실장에게는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 노회찬 의원(사진 오른쪽)이 주검으로 발견된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사건 현장을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박 시장 사망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은 △당일 행적의 공백 △부검 미실시로 인한 사망시간 추정 곤란 등이다. 먼저 사망 당일 박 시장의 행적에 군데군데 빈 곳이 드러난다. 박 시장이 성균관대학교 후문 인근 와룡공원 CCTV에 포착된 시간은 오전 10시53분경이고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포착된 지점은 오후 3시49분경 성북동 주한 핀란드 대사관저 인근이었다. 두 곳은 1.9km가량 떨어져 있어 도보로 4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 거리를 5시간에 걸쳐 이동했다는 것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고소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이 박 시장 시신의 부검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부검을 했다면 박 시장의 사망시각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지만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시각 추정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시 경찰은 현장 상황 등을 종합해 볼 때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 후보자도 “사망 원인이 명백하고 유족들도 부검을 원하지 않았다”며 부검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부검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행하는 강제 수사의 일종이어서 엄밀히 말해 부검을 하는데 유가족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유가족의 감정을 고려해 되도록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는 것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서울시 관계자들이 박 시장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박 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모두 기각한 점도 의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진형혜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은 “법원이 이 사안의 중요성과 국민 알권리를 간과한 채 기각을 했다고 본다”면서 “피의자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숨진 정황은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추행 의혹이 실재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볼 수 있는 정황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루킹 정치자금 의혹’ 억울함 토로한 노회찬, 수일 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박 시장의 죽음 이전에도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자주 발생했다. 대표적 인물이 고 노희찬 의원과 고 정두언 전 의원 등이다. 이 두 사건에도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음모론’이 사회를 휩쓸었다. 경찰에 따르면 노회찬 의원은 2018년 7월 23일 오전 9시38분경 남동생 부부가 노모를 모시고 사는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 계단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으로 발표했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던 중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것으로 봤다. 특검은 도모 변호사(61)가 2016년 총선 직전 드루킹과 공모해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 5000만원을 불법 기부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사망 3일 전인 20일 노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들과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 (특검이) 조사한다고 하니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22일 귀국해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다. 그러던 노 의원이 귀국 하루 만에 생을 마감한 데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제기된 의혹은 여러 가지다. 먼저 당초 경찰은 노 의원이 자필 유서를 남겼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노 의원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로 임시저장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유서의 신빙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유서는 자신의 무죄와 억울함을 주장하기 위해 남기지만 노 의원은 문자메시지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000만 원을 받았다”라며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투신자살이라고 하기엔 뛰어내렸다는 장소와 추락 위치가 너무 떨어져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불거졌다. 이용식 건국대 두경부외과 교수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투신했으면 건물에서 1m 내외에 떨어져야 하는데 7~8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된 것이 의아하다”며 “이 정도 거리라면 사지를 잡고 밖으로 던지는 외력이 개입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살아있는 사람이 투신하면 주변이 ‘피바다’가 돼야 하는데 피가 거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 2019년 7월 정두언 전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실락공원 입구 모습.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이 밖에도 드루킹 특검 수사는 원래 드루킹의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과 이에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여권 핵심이 연루됐다는 게 의혹이었는데 수사 과정에서 갑자기 노 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수사 방향이 변경된 것도 석연찮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해 온 진보정당의 대표주자였던 노 의원이 특검 조사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장은 “(자살이 맞다면) 사건이 야기한 파장을 감당해야 하는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절망감도 자기 삶을 포기하는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왕의 남자’로 불렸던 정두언 전 의원도 2019년 7월 16일 오후 4시25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실락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은 오후 2시30분경 북한산 자락길에서 자신의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서 내려 산 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후 3시42분경 정 전 의원의 부인이 그가 자택에 남긴 유서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정 전 의원의 죽음에 타살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CCTV 확인 결과 정 전 의원이 차에서 내려 혼자 산 쪽으로 올라갔고 현장 감식 및 검시 결과, 유족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2016년 총선 낙선 이후 재혼과 함께 여의도 인근 마포에 식당을 개업했던 정 전 의원었기에 죽음에 대해서도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사망 당일 오전 11시 30분에 SBS 정치쇼 ‘보수의 품격’ 코너에 정태근 전 의원과 함께 평소와 다름없이 방송 출연을 했다. 오후에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했다는 점이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2017년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난 절대 자살 안 한다. 내가 기사로 자살했다고 나오면 그건 타살이다. 나도 의문사 당할까봐 두렵다”고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그의 죽음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2019년 초 일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갓 재혼한 아내와 함께 퓨전 일식집을 개업하며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 그가 갑작스레 목숨을 끊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왔다. 여기에 정 전 의원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값이 계속 이동 중인 것으로 확인돼 일각에서는 타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수색 결과, 사망 당시 정 전 의원 곁에 놓인 가방 속에 휴대전화가 들어 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은 ‘기지국 오류’라고 밝혔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한원석 기자 / , wshan@skyedia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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