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연 기부금 비리 수사 중 돌연 사망한 손영미 소장…국민 의문 여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산하 평화의집 소장 손영미 씨의 사망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5월, 위안부 실제 피해자인 이용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 공동대표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정의연과 당시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의 기부금 회계 부정 수령 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대표의 폭로 이후, 윤 의원과 정의연을 향한 각종 의혹과 해명 요구가 빗발쳤다. 정의연은 기자회견을 열고 회계 투명성 논란에 대해 일부 부정확한 표기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인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횡령과 배임, 사기와 보조금관리법 위반 의혹에 대한 진실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윤 의원과 정의연이 약 3억60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부정수령하고,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총 41억원을 불법 모금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핵심 인물인 정의연 ‘평화의우리집’ 손영미 소장이 자택에서 돌연 사망한 채 발견됐다. 손 소장은 스테인레스 샤워기 줄에 목을 감고 앉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의연은 손 씨가 검찰 압수 수색, 언론의 의혹 제기 등을 심적인 어려움이 깊어지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도 사망 사건을 ‘목맴사’로 결론 내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드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는 주장이 안팎에서 제기된다. 손 씨의 극단적 선택에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사망 이전 윤 의원과의 통화 내용 미공개 △경찰 발표 이전 정의연이 사망 시간 특정 △실제 압수 수색 전무 등이 지목된다.
먼저 손 씨가 사망 직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은 윤미향 의원이었던 점은 손 소장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대목으로 꼽힌다. 국민 다수와 언론 등에선 손 씨와 윤 의원 사이에 협박성 대화가 오고 갔는지 문자 메시지 등을 공개해 달라고 했지만, 윤 의원과 정의연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또 하나 석연치 않은 점은 경찰도 공개하지 않은 손 씨의 사망 시점을 정의연이 먼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지난해 6월 12일 ‘정확한 사망 시각은 알 수 없으나 귀가한 6월 6일 오전 10시50분경부터 사체가 발견된 오후 10시55분경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의연은 경찰보다 앞서 손 소장의 사망 시점을 특정했다. 7일 손 소장의 부고를 알리면서 사망 시점을 ‘6월 6일 낮’이라고 아예 단정해버렸다. 정의연 측이 손 소장의 사망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 이상 특정하기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정의연은 손 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검찰의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조사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의문이 있다 보니 국민 사이에서는 손 소장의 사망에 대한 진실규명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나라(30·가명) 씨는 “정의연의 기부금 부정수급 논란은 구린내가 나는 곳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검찰 내부에서도 제대로 수사를 하는 것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재기(30) 씨는 “권력의 힘이라는 게 얼마나 막강하길래 의혹투성이인 사건 수사가 제대로 안 이뤄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스테인리스로 목을 매 사망했다고 했는데 60대 여성이 매달린 것도 아니고 어떻게 혼자 그렇게 죽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개인적으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소장 죽음의 배후를 둘러싸고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윤 의원과의 마지막 통화조차 공개되지 않으면서 의혹은 깊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범죄심리학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자살을 염두에 둔 사람이 마지막으로 하는 통화는 가장 가깝고 신뢰하는 사람 된다는 것이 일반론이지만, 기타 상황적 배경에 따라선 협박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며 “사망 경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사건의 경우, 마지막 통화에 핵심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생전에 억울함 토했던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핵심 관계자…의문 증폭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방해 관련자 사망 사건’도 국민들의 의혹을 사고 있긴 마찬가지다. 201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들이 인터넷에 각종 게시글을 올리며 선거에 개입했다는 게 검찰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후 국정원 관계자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관련 조사를 받던 도중 사망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권 교체를 이룬 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가정보원 개혁 작업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정원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후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 의해 댓글 수사 은폐 혐의 조사도 강도 높게 진행됐는데, 조사 대상이었던 정치호 변호사와 변창훈 검사가 갑자기 사망했다.
먼저 사망한 채 발견된 인물은 정 변호사였다. 정 변호사는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 2017년 10월 23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에 소환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정 변호사는 이후 2차 검찰 조사를 미룬 채 강원도 원주와 강릉을 전전했고 7일째 되던 날인 30일 춘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변호사의 사망 7일 뒤인 11월 6일, 변창훈 검사가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사망했다.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법무법인에서 상담을 받았으나, 그날 갑자기 4층에 위치한 화장실 창문에서 떨어졌다. 이후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변 검사는 끝내 숨을 거뒀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방해 관련자의 연이은 사망에 대해 국민적 의문이 제기됐다. 가장 큰 원인은 두 인물이 모두 생전에 ‘억울함’을 표했다는 점과 사망 경위가 다소 의아하다는 점이다. 통상 ‘억울함’은 하지 않은 일이나 한 일보다 더 많은 책임, 누명 등을 떠맡아야 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보니, 수사 과정 중에 덮어씌우기 등의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는 시각이 팽배했다.
정 변호사의 경우, 조사 사흘 후부터 주변에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정 변호사는 동료들과 산책을 하면서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는데 “본인이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며 “다 뒤집어써야 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전해졌다. 사망 이전, 억울함을 토로했던 점과 문 정부의 국정원 개혁 미명 아래 무리한 조사가 행해진 점을 미뤄봤을 때, 모종의 협박성 회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 정책 아젠다(Agenda) 자체를 적폐청산으로 잡았던 만큼, 국정원 관련 조사에 관해 검찰이 수사 압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며 “정권의 관심을 받는 사건의 경우 수사 진척에 대한 압박이 크다. 이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게 되고 참사를 불러일으키곤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와 다른 경우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이 연루된 사법농단 사건에서는 검찰에 소환된 한 부장판사가 수사를 받고 나온 직후 검찰청 앞 가로수를 붙잡고 대성통곡했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나돌기도 했다”며 “그만큼 권력의 압력을 받는 사건의 수사 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적 의구심이 큰 의문사 사건 관련자들이 주요 사항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해줘야 사회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시간이 지나고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게 아니다”며 “의혹이 큰 권력형 사망 사건의 경우, 가족은 물론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도 많다 보니 각종 잡음이 커지고 사회 분란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기관은 보다 책임 있는 수사를 통해 분열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며 “국민적 의혹이 큰 사건을 경찰 내부에서 내사 종결할 경우에는 담당 경찰관, 경찰서도 다 같이 재수사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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