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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빈 수레 요란했던 ‘판도라의 상자’

역풍 되어 與 강타한 ‘김건희 7시간 녹취록’

與 ‘판도라의 상자’ 대대적 홍보 속 MBC 통해 공개

정작 녹취록 내용은 평범한 발언들 일색이라 與 당혹

野, 불법녹취‧이재명 ‘형수욕설’ 형평성 등으로 역공

기사입력 2022-01-17 22:44:06

▲ 1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녹취록 관련 언론보도를 지켜보는 시민들. 여당 인사들은 MBC 방송을 앞두고 대선판을 흔들 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방송을 지켜본 시민들 반응은 사뭇 달랐다. [사진=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여권 인사들이 ‘판도라의 상자’라고 주장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역대 최대 시청률을 기록한 가운데 많은 국민이 숨죽여 지켜본 해당 방송이 스크린에 송출되자 여야 희비는 엇갈렸다.
 
당황한 쪽은 다름 아닌 여권이었으며 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권이 “본방(본방송)사수”를 외치며 군불을 땐 녹취록이었지만 정작 뚜껑이 열리자 여론 반응은 “빈 수레가 요란했다”가 적지 않았다. 야당이 ‘불법녹취’ 등을 문제 삼으며 역공에까지 나서자 여권은 급기야 ‘역풍’을 우려하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괜히 MBC에 녹취록 줬나”
 
“괜히 MBC 측에 녹취록을 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와의 수개월에 걸친 통화 녹취를 주도했던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대표 백은종 씨가 방송 이후 내놓은 한마디였다.
 
일요일이었던 16일 오후 황금시간대에 MBC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방송된 김 씨 녹취록에 대한 당초 여론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집계에 의하면 그간 1~3%이었던 해당 프로그램 시청률은 이날 17.2%의 자체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방송은 김 씨와 서울의소리 소속 이명수 씨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2차례(7시간45분) 나눈 대화 중 일부를 다뤘다. 김 씨는 우선 자신에 대한 ‘쥴리’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나이트클럽 가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다. 종일 클래식만 틀어놓고 있다. 나도 영적인 사람이라 그런 시간에 차라리 책 읽고 도사들하고 같은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몇몇 사회지도층 인사들과의 동거 의혹에 대해서도 “내가 뭐가 아쉬워서 부인 있는 유부남과 동거하겠나. 말도 안 되는 얘기다”고 일축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그간 김 씨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일했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6월3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윤석열 X파일’ 등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감찰도 하고 조사도 해봤는데 상당히 문제가 심각했다. 정치적 피해자 코스프레(흉내)를 윤석열이 하게 될 텐데 넘어가지 마시고 열심히 취재하면 국민들께서 ‘추미애가 옳았다’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고 했다. 또 “쥴리라는 인물 들어봤다”며 “이런 걸 방송에서 제가 다 말씀 드리긴 어렵다. 일단은 대선후보라는 건 본인뿐 아니라 가족, 주변 친인척, 친구관계 이런 게 다 깨끗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같은 날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김 씨가 1997년 5월7일 강남구 역삼동의 A호텔 6층 VIP룸에서 접대부로 일했다는 제보자가 세 명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은 해당 호텔에서 김 씨를 직접 만났다고 했다.
 
▲ 지난해 중순 서울 종로구에 등장한 김건희 씨 관련 벽화. 제도권과 재야를 막론하고 김 씨가 과거 유흥업소에서 근무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됐지만 정작 입증할 물증은 나오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이번 MBC 녹취록 공개로 인해 이 같은 의혹은 증폭되기는커녕 도리어 김 씨의 ‘무고함’만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은종 씨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방송 보시고 난 분들이 오히려 쥴리 의혹이라든지 기존 동거설 같은 루머에 대해 ‘김 씨가 다 털고 가게 됐다. 해명방송 기회를 준 것 아니냐’ 이런 평가들도 실제로 온라인상에 좀 돌더라”는 진행자 질문에 “저 사람이 진실인 것 같다는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마법이 있다”면서도 “내가 우려하는 부분이다”고 했다.
 
실제로 김 씨는 그간 유흥업소 근무 의혹을 완강히 부인해왔다. 그는 지난해 6월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에 “억울하다. 속상하다. 기가 막힌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사업 등을 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는 동년 12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쥴리를 안 했기에 쥴리가 아니라는 게 100% 밝혀질 것이다”고 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같은 달 ‘A호텔에 근무한 진짜 쥴리’라며 한 여성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거가 왜 이리 저급하게 가는지 안타깝다. 후보자 본인 검증은 어디 가고 후보자 배우자에 대한 각종 의혹으로 시작한 가십성 선거가 언제까지 가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반응 다수
 
방송에서 공개된 김 씨의 다른 발언들을 두고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 씨는 선거캠프 운용과 관련해 “우리 남편이 대통령 되면 동생(이명수 씨)이 제일 득 본다. 이재명이 된다고 동생을 챙겨줄 것 같나. 어림도 없다. 잘하면 1억도 줄 수 있다”며 “유튜버 중 관리해야 할 애들 좀 내게 명단을 보내주면 내가 빨리 보내서 (관리) 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그간 김 씨가 무속인이나 이해관계인 등을 중용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여권이 이렇게 높여온 기대치와는 달리 김 씨가 단순히 마크맨(전담기자)에게 선심성 발언만을 하는 듯한 내용이 송출됨에 따라 여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후보 가족이 캠프 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 외에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본인이 (선대위에) 오고 싶어 했다. 먹을 거 있는 잔치판에 오는 거다. 홍준표 까는 게 슈퍼챗은 더 많이 나올 거다”나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보수다. 바보 같은 것들이 진보‧문재인이 탄핵시켰다고 생각하는데 보수 내에서 탄핵시킨 거다”도 김 씨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드러낸 것뿐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거 아니냐. 보수는 돈 주고 해야지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사람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하다.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라”나 “조국 수사를 그렇게 크게 펼칠 게 아닌데 유시민 (유튜브) 이런 데서 존재감 높이려고 계속 키웠다. 사실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다” 등 발언도 평범한 시민 입장에서 지인에게 충분히 밝힐 수 있는 견해라는 목소리가 낮지 않다. 이 대표는 “후보 배우자가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 관점을 드러내는 건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
 
▲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할아버지공장 카페에서 ‘진심, 변화, 책임’을 주제로 한 신년 기자회견을 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의 대선 판도 고착이라는 여권 전망과 달리 많은 전문가들은 ‘역풍’을 내다봤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러한 분위기 속에 여권은 침묵에 휩싸였다. 권혁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방송 이후 공보단은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불법녹취 및 이재명 민주당 후보 ‘형수욕설’ 논란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내세우며 역공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명수 씨는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다”고 했다. 야당은 녹음파일 일부 구간에서 잡음이 들리는 점을 들어 ‘현장녹취’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하며 “마치 도청하듯 (휴대전화 녹음기능을) 켜놓고 있었을 수 있다”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MBC가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공영방송이라면 균형을 맞춰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테이프, 배우자 김혜경 씨 사안도 당연히 방송해 국민이 균형 잡힌 판단을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후보 욕설이 포함된 녹음파일 원본을 그대로 트는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에 해당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김 씨 발언들이 대선후보 배우자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여권이 주장한 ‘본방사수 효과’를 대체로 부정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후보 지지율에 미칠 악영향 여부는) 조금 회의적이다”며 “(김 씨에 대한) 동정론이 일면 역풍이 일면서 이 후보가 (지지율이) 하락하고 윤 후보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주한 기자 / jhoh@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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