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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노동이사제는 또 다른 국민피해 부르는 시대역행적 발상”

노동이사제 11일 국회 본회의 통과…이르면 7월 도입

경제계 일제히 ‘유감’ 표명해…“사회적 논의 부족하다”

전문가들 “민간 확대 우려…국민 세부담 확대 가능성”

기사입력 2022-01-12 13:26:24

▲ 대로를 막고 대대적 시위를 벌이는 노동조합(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함). ⓒ스카이데일리
 
공공기관에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노동이사제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경제계 안팎은 일제히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노동이사제 악용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민간기업으로 확대될 경우 기업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경제계 전문가들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기업들은 경쟁력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만으로도 경영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어 세금부담 등 국민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경제계 일제히 ‘유감’…“민간기업 확대 없어야”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재석 의원 210명 중, 찬성 176명, 반대 3명, 기권 31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공공기간에 ‘노동이사’가 생기게 된다는 얘기다.
 
이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 근로자 대표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1명을 공공기관 비상임 노동이사에 임명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비상임 노동이사는 이사회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비상임 노동이사의 임기는 2년으로 이후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공공기관 노동이사 제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정기국회 처리를 당부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반대하며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처리가 지연됐고, 민주당 측은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개정안을 회부했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며 법제사법위원회는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경제계는 일제히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스카이데일리
 
노동이사제 법안 통과 직후 경제계는 일제히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먼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입장문을 통해 “오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우리나라는 강성노조로 인해 노사 간 갈등과 쟁의행위가 빈번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투쟁이 활발한 우리나라 노조의 특성상 공공기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높다. 이는 국민의 편익 증진이라는 공공기관의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이사제는 해외에서도 기업의 혁신 저해, 외국인 투자 기피, 이사회의 의사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의 이유로 비판이 많은 제도다”며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향후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함께 모색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국회가 경제계의 우려와 신중한 입법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노동이사제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도입한 제도로 우리나라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풍토와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익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데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는지도 의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계는 특히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의무화를 시작으로 향후 민간기업까지 이를 의무화하는 데로 나아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와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영향을 정확히 살피는 한편 민간기업까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법안이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처리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유감을 표명했다. 경총은 “우리나라 경제시스템과 부합하지 않고, 이사회가 노사갈등의 장으로 변질돼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깊은 유감이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확정됐지만, 향후 운용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조합원과 경영진의 일원인 이사의 신분은 이해충돌 관계를 발생할 수 있으므로 노동이사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총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우리 시장경제에 큰 충격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향후 민간기업 확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민간기업 확대 우려…세금부담 확대 등 국민피해 가능성도”
 
경제계 전문가들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압력을 확대시킬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노조의 경영참여가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당장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만으로 공공부문 부실경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공공기관 근로자가 노동이사제가 없어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노조협의회를 통해 얼마든지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만큼 굳이 이사진에 들어와 경영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 적용을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될 것이다”며 “노조의 대표가 영역이 다른 경영 이사진에 들어가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주요 민간 기업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로. ⓒ스카이데일리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노동이사제의 모국인 독일에서도 이 제도의 퇴조 경향이 뚜렷하다”며 “한국은 독일과 달리 직장 단위로 노조가 있고 파업이 자유로운 등 근로자가 이사회까지 진입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고 설명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법으로 경영권 침해를 강제하는 것은 시대 역행적 발상이다”며 “그간 우리 노조 활동은 비경제적으로 정치적인 활동에 치중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이사제 도입은 기업경영이 정치에 발목 잡힌다는 의미다. 경영성과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또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노조의 경영권 참여로 공공기관 경영이 부실해질 경우 결국 국민의 세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라 노사관계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노사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노동계가 경영에 참여하게 된 만큼 앞으로의 공공기관 경영 추이 등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동자 권익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업 미래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며 “노사 협력이 선행돼야 노동이사제 도입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이사제는 노동계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노동계가 회사의 경영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며 “현재 역할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노동계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책임도 지는 단계에 진입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한상 기자 / , hsr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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