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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약사회, 정부 주도 ‘비대면 진료 법제화’ 반대 이유

약사 8만명 “비대면 진료·약배달 중단해야”... 국민이 최대 피해자

“비대면 진료 허용” 민주당 최혜영案 법제화 시동

“중개앱만 부자된다” 약사회 대규모 총궐기 예고

“원격의료는 시대적 흐름” 찬성 목소리도 만만찮아

기사입력 2022-05-11 14:00:12

▲ 대한약사회는 3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관 강당에서 제2차‘이사회 및 결의대회’를 열고 대통령인수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따른 약배달 서비스를 ‘국민건강의 훼손 위험성’을 들어 강력히 규탄했다.‘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의약품 배송 및 화상투약기 도입 저지 결의대회’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최광훈 회장(약학박사)을 비롯한 박영달 부회장(경기도약사회장), 윤수현 대외협력본부장(약학박사) 등 집행부를 비롯한 이사회 100여명이 총집결했다. [대한약사회 제공]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돼온 비대면 원격의료의 상용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면진료의 핵심축을 담당하는 약사회가 원격의료제도에 따른 약(藥) 배달 서비스를 반대하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해 주목된다. 
 
이는 그동안 원격진료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던 의료계가 점차 점진적 도입 즉 찬성쪽으로 변화조짐을 보이는 것과도 결이 다른 목소리다. 약사회는 의료계와는 달리 국민건강 위협을 이유로 내걸며 비대면 진료에 의한 약배달 서비스를 결사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의약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약사회(회장 최광훈)는 약 배달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단 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명칭 및 조직구성을 마쳤다. 
 
이들은 2일에도 약사회의 시약사회 임원들과 구약사회장, 회장 등 총 14명의 약사회 간부진이 복지부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서울시약사회가 지난달 28일 개최한 비대면 진료 허용 방침에 대한 '비판 결의대회'에는 200여명의 약사가 모여 한목소리로 비대면 진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규탄했다. 이들은 복지부와 대통령직인수위에 정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재야 약사단체들도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대규모 투쟁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대한약사회와 시도지부, 재야단체 등이 함께하는 공동비대위 구성을 통해 대국민 홍보와 대정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새정부 출범과 맞물린 ‘6·1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새 정부 출범과 국회 상임위원회 등이 모두 재구성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업무와 정책 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대규모 투쟁집회를 예고해놓은 상태다.
 
진료 앱만 수혜본다” 전국 약사들 약배달’ 규탄 결의
 
약사회가 대규모 시위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 입장 발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복지부가 지난해 10월 발의된 최혜영 의원을 토대로 비대면 진료를 상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해당 법안은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만성질환자·정신질환자 및 수술·치료 후 지속 관리·관찰이 필요한 재진환자(주기적 대면진료 전제) 등의 치료를 위한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관찰·상담·교육 및 진단·처방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비대면 진료 허용의 근거를 규정하는 내용이다. 
 
복지부 측은 “6개 의약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협의체에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병원협회를 비롯해 복지부, 공단, 심평원 등이 참여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은 배제됐다. 
 
▲비대면 진료앱은 빠르고 신속하게 각종 약을 배달 받을 수 있다는 자극적 문구의 광고를 온라인 상에 다수 게재해왔다. [대한약사회 제공]
 
약사 단체들이 반대하는 구체적 내용은 약 배송이다.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되면 비대면 처방과 약 배달이 한꺼번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만큼 비대면 진료 제도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의견은 대한약사회가 대통령인수위에 제출한 비대면 진료와 팩스처방전 및 조제약 배달 반대입장문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약사회 측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중개업체의 애플리케이션()이 비대면 진료를 과도하게 조장 비대면 진료 후 처방한 병·의원에서 환자에 전화를 걸어 추가 처방을 권유 등 처방영업비대면 진료앱으로 부당 처방·청구하는 사례 증가진료앱과 계약한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 유도조제 공장형 약국이 등장하면서 출입문도 없는 기형적 약국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목했다.
  
약사회의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탈모약·다이어트 약 등을 비대면 진료와 앱으로 처방 받을 수 있다는 후기글과 광고성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상에서 한 제약 관련  앱(애플리케이션)은 탈모·조루·여드름·비만·여드름 치료제 등의 카테고리를 나눠놓고 이를 판매중이다.
 
정부가 마약류·오남용 우려 일부 의약품 등 특정 의약품에 대한 비대면 처방을 제한했음에도 대체 가능한 의약품으로 변경해 처방하는 틈새시장을 노린 약배달 업체가 성행 중이라는 얘기다.
 
앞서 환자 A씨는 비대면 원격진료 앱에서 국내에서 유통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복제약을 처방받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불법 복제약 유통 건수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약의 오배달 사고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비대면 진료 앱을 이용한 환자에게 다른 사람 약이 잘못 배송된 사례가 발견된 것이다. 환자 B씨는 앱에 등록된 병원과 비대면 진료를 받았고 약국으로 처방전이 전송된 후 당일 약을 배송받았다. 약 복용 후에도 좀처럼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약을 확인한 환자는 겉봉투에 표기된 알약과 복용한 의약품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한약사 개설 약국에서 비대면 진료 앱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불법 복제약을 유통한 사실도 불거졌다. 올해 1월에는 약국 개설 브로커가 비대면 신규약국운영 약사를 찾는 문자를 대량으로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스마트폰 문자에는 비대면 신규약국 처방 100건 보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권리금과 보증금, 월세 등의 정보가 담겨있었다.
 
비대면진료 업체의 약 배달 서비스를 놓고 약사들은 배달전문 조제공장형 약국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는데, 실제로 이를 연상시키는 브로커 문자가 떠돈 것이다. 약사 C씨는 이 지역에 월세가 100만원이라고 한다면 1층 약국이 아니거나, 눈에 띄지 않는 상가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대면진료 업체 처방만 일부 받아서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대면 진료나 일반약 판매 없이 처방약을 조제해 배달만 하는 이른바 물류센터 약국까지 등장했다. 손님을 직접 받지 않고 처방약 배달만 하는 약국이 서울 모처에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시약사회에 따르면 이 같은 약국은 전면이 유리로 돼 있는 동네 약국과 달리 폐쇄된 구조에서 약을 짓는다. 약사에게 복약지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물류센터 약국은 이달 기준 4곳이 성업 중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 착안해 정부는 물류센터 약국’의 영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비대면진료앱의 천태만상 약 배달에 약사 D씨는 약사는 약의 전문가로서 반드시 거치는 안전장치와 같다”고 전제한 뒤 비대면진료앱은 약사 대면을 없애 약사 패싱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가장 큰 불찰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약 배달이 누군가에게는 편리할 수 있지만 편하다고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치는 것처럼 편리하게 약만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 놓으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복용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
 
대면 앱 및 약배달 서비스에 대해서도 의약분업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부족하거나 의도적으로 약국 패싱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보건의료제도의 근간은 환자의 안전하고 빠른 치료와 이를 통한 건강한 삶의 영위임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시적 허용에서 상용화 흐름’ 현실로 다가온 원격진료
 
앞서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2월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그해 12월 국회에서 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해 심각 단계 이상의 감염병 위기 경보가 발령됐을 때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비대면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전화진료에 따른 진찰료 산정 기준을 마련했다. 처방전도 팩스 또는 이메일 등으로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전송해 환자가 약사와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 즉 택배와 같은 방식으로도 의약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비대면진료가 급물살을 타면서 진료와 약배달을 동시에 하는 사설앱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처방 및 수령에 활용할 수 있는 닥터나우’, ‘솔닥’, ‘바로필등이 대표적인 앱으로 꼽힌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2년 여간 비대면 진료 건수는 누적 440만건가량 된다.
 
▲올해 5월 기준 수십여개에 달하는 비대면진료앱이 운영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이던 지난해 12월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당시 스타트업 정책토크에서 비대면 진료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원격의료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것이며, 국민 모두가 혜택을 누려야 한다원격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
 
정치권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상용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료계가 먼저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병원 쏠림, 약 오남용, 오진 등을 이유로 줄곧 원격진료를 반대했던 의사측은 최근 부분적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의사협회는 최근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원격의료 시행에 대비해 주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안건을 의결하고 동네 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이 주체가 되고 대면 진료보다 1.5배 수가를 올려받는 안 등을 논의했다.
 
최근 한국원격의료학회가 창립 1주년을 기념해 비대면 진료를 주제로 연 학술·토론회 원격의료의 현재와 미래토론에서 김헌성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부교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비대면 진료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어차피 하게 될 것이라면 빨리 적응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흐름에도 약사회는 플랫폼 업체의 불법·과잉 의료광고행위 단속 및 처벌의 강화사설앱의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중개 앱을 통한 의약품 전달이 약사법 위반 사항으로 해당 중개 사업과 제휴를 맺은 약사들에게 중단을 요청했다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약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비대면진료에서 파생되는 플랫폼 앱에서의 약 배달”이라며 약사법에는 약의 조제와 수령은 약사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회장은 이어 국민은 지속 가능하며 건강한 삶의 영위를 위해 약사의 복약지도 하에 약을 조제 받을 권리가 있다고 역설했다.

 [장혜원 기자 / hyj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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