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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길상사에 K-불교 ‘법의 꽃비’ 내리다

현지 신청자 폭주로 조기마감... 대기자 350명 이상

혜원 주지스님, 지속가능한 행사로 밝은 청사진 약속

기사입력 2022-05-26 00:03:55

▲ 혜원 스님이 사찰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길상사 제공]
 
프랑스에서 열린 한국 불교체험 행사 열기가 뜨겁다. 파리에 있는 한국 사찰 길상사는 한국 문화원과 손을 잡고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21일부터 6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6회에 걸쳐 사찰 체험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협소한 공간적 제약을 감안하여 참가 인원을 12명으로 제한했는데 한국 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 공고가 나자마자 조기 마감됐다. 현재까지 350명 이상이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신청자들 가운데 파리뿐만 아니라 지방도시, 심지어 벨기에 국민도 포함되어 있어 유럽인들의 높은 관심도를 증명했다. 
 
첫 행사는 21일에 진행됐다. 시작 1시간 전부터 도착하며 열정을 보인 12명의 참가자들은 길상사 정원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산사 7곳의 전시한 사진을 둘러보며 한국 사찰을 간접적으로 만나는 기회를 먼저 가졌다. 
 
▲ 참가자들이 발우공양을 하고 있다. [사진=길상사 제공]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프로그램은 발우공양과 마흔느강 걷기 행선(行禪), 좌선과 요가, 다도, 여럿이 함께 일하는 울력 체험까지 알차게 구성됐다. 참가자들이 사찰의 청규 정신에 입각하여 일상 생활을 수행으로 삼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진행을 맡은 혜원 스님의 지도에 따라 참석자 전원이 침묵 가운데 수행에 임하여 고요한 가운데 자신의 본래 면목을 찾아가는 여정을 가졌다.  
 
발우공양은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 사찰에서도 접하기 쉽지 않은 전통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현장 분위기는 순조로웠다. 참가자들은 혜원 스님 선창에 이어 게송을 한 소절씩 후창으로 따라했다. 
 
혜원 스님은 “발우공양 의식의 전 단계를 진지하고 여법한 가운데 참여했다. 혼자서 참가자들 전원 공양을 준비하느라 여러 가지로 부족함이 많았지만 공양에 담긴 정신과 덕목을 오늘날 프랑스 사회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를 참석자들에게 전달하는 점에 주력했다”고 전했다.    
 
▲ 참가자들이 혜원 스님을 따라 행선 중이다. [사진=길상사 제공]
 
이어 마흔느강을 따라서 1시간가량 걷는 행선이 진행됐으며 법당으로 돌아와서 좌선과 요가로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다도는 자리를 옮겨 소림헌에서 진행됐다. 이 곳은 파리 길상사를 창건한 법정 스님이 프랑스에서 거처하던 장소로 원래 창고를 개조한 공간이다.
 
10여년 이상 건물이 노후되어 방치되어 있다가 2019년에 개축 불사에 들어간 이후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혜원 스님은 “무더운 여름에 자재를 직접 구매해 날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몇몇 지인의 손길에 힘입어 새로운 장소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당시 힘들었던 상황을 회상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발생으로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다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처음 선보이게 된 점도 의미가 크다. 끝으로 경내를 함께 정리 정돈하는 울력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 사찰 행사를 진행 중인 혜원 스님. [사진=길상사 제공]
 
사찰행사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끈 혜원 스님은 희망을 보았다. 혜원 스님은 “모든 일정을 마친 참석자들은 파하기 전에 내게 와서 바쁜 현대 생활에 자신을 되찾는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과 경험 시간을 마련해 줌에 대하여 깊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런 기회가 정기적으로 제공하길 바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참가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혜원 스님은 이번 기회에 한국 사찰문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계획을 밝혔다. “현재까지 대기자만 350여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정신 세계에 대한 갈증과 함께 한국 사찰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반응을 직접 확인한 만큼, 여건이 부족하지만 향후에도 계속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행사의 뒷면에는 굴곡이 있었다.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는 혜원 스님은 “문화원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당시 현실적으로 여건이 정말 열악하여 망설인 것이 사실이다. 2021년 6월 길상사 본체 건물 아래층이 물에 잠긴 이래 수해복구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고 불사하면서 다친 허리와 어깨가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적·인적 여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홀로 진행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2022년 한국문화대전이 바로 불교문화를 프랑스 땅에 알리는 시절인연의 도래로 보고, ‘즉시현금갱무시절’이라는 임제 스님 말씀을 기억하며 행사를 도맡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혜원 스님이 발우공양을 진행 중이다. [사진=길상사 제공]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이번 행사를 성공리에 개최하는 데에는 효과적인 홍보와 현지인들의 필요에 맞게 재해석된 행사 기획의 몫이 컸다. 주불한국문화원과 협업 덕분에 수백명 인원이 참가를 희망할만큼 각처의 많은 사람들에게 본 행사가 홍보됐다.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프랑스와 한국 불교문화에 대한 조예가 깊고 유네스코 국제기구 경험을 갖고 있는 문화기획 전문가 김현주 박사가 본 프로그램을 프랑스 현지인들의 필요에 맞게 재해석하여 수준 높은 행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혜원 스님은 구체적인 청사진에 대해 “이런 프로그램은 현지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가까운 유럽 국가들, 그리고 프랑스를 찾는 한국인들에게까지도 문을 개방해야 한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자신을 찾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 도량 정비부터 인력과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한국 사찰문화에 담긴 정신이 이곳에서 살아 있는 정신으로 재해석되어 법의 꽃비를 피울 수 있도록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준다면 힘이 날 것 같다”고 의지를 밝혔다.   
 
▲ 행사에 참여한 참석자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길상사 제공]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 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자 엘모우하피디는 “불교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 한국 문화원과 파리 길상사에 감사하다. 발우공양과 다도체험, 명상을 통해 건강한 하루를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르노 비박은 “언젠가 한국에 있는 사찰에 직접 가서 다시 수행을 해 보고 싶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루이 후불은 “사찰체험을 하고 나서 정말 행복했다. 불교문화 같은 특별한 체험을 해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갈 수 없었다. 파리 근교에서 한국 불교문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를 망설이지 않았다.” 신디 델롬므구질은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나를 들여다보는 첫 발을 내딛게 됐다”고 각자의 느낌을 밝혔다.
 
행사는 6월25일까지 이어진다.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이번 계기로 한국 불교문화 전파는 물론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프랑스 길상사는 파리에서 동쪽으로 30km 떨어진 토흐시 주택가 한가운데 있다. 
 

 [김경미 기자 / km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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