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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37회> 자격
이제 더이상 이진욱 여자 아니니까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18 08:30:54
잃어버린 엄마 그림 찾는 게 사람이 죽고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었다. 하지만 나소선 미술관 건립을 인생 목표로 삼은 선우가, 37년 만에 되찾은 나소선의 그림에도 아랑곳없이 진욱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고 있었다. 진욱은 미안한 마음에 할 말을 잃었다.
 
하필 공항에서 작전을 벌이려던 바로 그 순간에 선우를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었다. 진욱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우룡에게 보고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동원이 중간에 바람막이가 돼주고 있는 걸 알면서 더 부담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더구나 우룡의 스타일로 보아 동원 말고도 진욱을 따라붙는 사람이 더 있을 거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우선 우룡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아야 했다. 지나다 우연히 만난 지인 정도로 넘어가려면 선우와의 연락은 금지사항이었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선우라는 게 공개된 이상 여차하면 선우가 위험 선상에 놓일 것이 뻔했다.
 
나소선 미술관 은선우 대표라. 오래전부터 머리에 두고 살아서 그런지 아주 익숙하네.”
 
진욱은 대표실 중앙의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정면에 배치된 길고 웅장한 책상이 선우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는 직접 커피를 내려 진욱을 마주하고 앉았다.
 
선생님. 그날 거기 내가 있었으니까. 선생님한테 무슨 일 있었는지 물을 자격 있는 거죠?”
 
경직된 표정으로 꼬박꼬박 선생님이라며 존댓말을 쓰는 선우가 진욱에겐 조금 낯설었다.
 
나는 이제 진욱 씨한테 아무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이진욱 여자 아니니까. 7년 전 그때, 연락을 끊었던 선우가 유학 문제로 출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달려갔을 때, 출국장을 나가며 선우가 말했다. 진욱 씨한테 난 이제 자격 없어.
 
그로부터 7, 지금 선우가 진욱에게 그걸 물을 자격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하나부터 열까지 숨김없이 말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진욱의 실종에 대해 가장 가슴 졸이며 걱정했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가 선우일 테니까.
 
아직은 그냥 그대로 있지, .”
 
나소선 그림이 불법 경매장으로 곧 들어올 거라는 첩보가 들어와 진욱이 움직이려 하자 동원이 만류했다. 우룡이 진욱을 찾으려 혈안이 돼 있을 때였다. 자신이 쳐놓은 덫을 피해 갑자기 진욱이 없어졌으니 아무리 여우같은 우룡이라 해도 기가 막힐 일이었다.
 
더구나 우룡이 공격하려던 똑같은 방법으로 감쪽같이 사라졌으니 결국 진욱의 손바닥에서 놀아난 꼴이 되어버려 지금 우룡은 독이 바짝 올라있을 상황이었다.
 
이 일은, 지금 내가 해야만 할 일이야.”
 
진욱의 목소리에서 불빛이 일었다. 동원도 어쩔 수 없었다.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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