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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공무원 선호도 변화 조짐
공무원 선호 열풍이 시들해진 까닭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고용불안 등으로 한때 불었던 공무원 열풍 식어가
올해 9·7급 공무원 지원율 각각 29.2:1, 42.7:1로 30년, 43년만에 최저
여전히 고용안정성 장점으로 꼽히지만 낮은 급여 등 문제점 지적돼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8 00:07:00
▲ 국가공무원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 1차 시험이 치러진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중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뉴시스]
 
한 때 공무원 선호 현상이 광풍처럼 번졌지만 최근들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만 못할뿐 아니라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년도 보장되고 퇴직 후 받는 연금도 높아 한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잃어가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이 각광받는 것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연한 공식처럼 통했었다. 하지만 최근 하루가 다르게 공무원 시험 응시율이 떨어지고 있고 퇴직률도 높아지면서 공무원에 대한 선호현상이 식어가고 있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낮은 임금과 워라밸 상실 등의 요인들이 부각되면서 요즘 젊은층에서는 공무원을 보는 시선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몇 년새 젊은층에서 잠잠해진 공무원 열풍
 
공무원이 한창 각광받던 2017년 2월1∼6일사이 엿새간 집계된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원서 접수 상황을 들여다보자. 2017년 초 9급 공채시험 응시생은 전년도인 2016년(22만1853명)보다 6500여명이나 더 많은 22만8368명에 달했다. 
 
해당 수치는 2012년(15만7159명)과 비교하면 7만명 넘게 늘어난 것이다. 증가된 수치의 대부분은 20대(20∼29세)가 차지했다. 20대 지원자의 숫자는 2012년 9만8543명에서 2017년 14만6095명으로 무려 4만7000여 명이 증가했다. 2017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지원자 중 20대(64%) 다음으로 많이 지원한 연령대는 30대(30∼39세)로 6만7464명이 원서를 제출해 전체의 29.5%를 기록했다. 40대(40∼49세·1만507명)와 10대, 50세 이상(1100명) 순이었다.
 
10대(18∼19세) 지원자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1083명에서 3202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당시 청년 구직자의 공무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공무원 선호 현상을 두고 당시 일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극심한 고용 불안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도 ‘미래가 불안하다’는 등의 말들이 자주 오르내리던 시기였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전공과 관계없는 공무원 시험으로 쏠리는 공무원 선호 현상이 불어닥친 배경이기도 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불황일수록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공무원에 구직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일반 직장과 공무원의 괴리를 좁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무원 열풍도 최근 낮은 월급과 워라밸의 상실 등 공무원에 대한 '그림자'가 조명되면서 공무원 지원율이 떨어지고 중도 퇴사율이 늘어나는 등 공무원에 대한 직업 선호도가 하락했다는 관련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그같은 분위기 탓인지 공무원 선호현상이 점차 시들해지는 기미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취업준비자는 7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5만4000명 줄었다. 2019년부터 늘다가 올해 4년 만에 감소한 셈이다.
 
특히 공무원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공무원 지망생 비중도 30%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취업준비자 가운데 공무원 준비생이 차지한 비중(29.9%)도 1년 전보다 2.5%포인트 줄면서 30% 아래로 내려갔다. 일반 기업체 준비생(16만8000명) 역시 2만3000명 줄었지만, 비중(23.8%)은 1년 전보다 1.6%포인트 높아진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31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지원한 응시자 수는 16만 5524명으로 경쟁률 29.2 대 1을 기록했다. 1992년 19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래 30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7급 공무원 경쟁률도 올해 42.7 대 1로 43년 만의 최저를 나타냈다. 
 
퇴직을 선택하는 공무원 숫자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퇴직한 공무원 4만4676명 중 5년 차 이하의 인력은 1만1498명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7년(5613명)의 2배다. 퇴직자 가운데 5년 차 이하의 비율도 15.1%에서 25.7%로 크게 높아졌다.
 
▲ 지난해 8월4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일산시 킨텍스 제2전시관에선 9급 공무원 시험의 공개경쟁채용면접이 진행됐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취업자 증가로 비경제활동인구 규모 자체가 줄어 취업 시험 준비자도 같이 줄게 됐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21만명)이 6만8000명 감소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최근 국가직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 임용을 기다리는 안모씨(30)는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많은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씨는 “일단 고용안정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박봉이기는 하지만 내가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맞지 않아 퇴직하지 않는 이상 정년까지 이직 걱정은 안해도 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고 그 외에도 인식이 좋은 것도 장점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특히 누가 언제 어디서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급여와 워라밸의 붕괴를 두고 공무원 내부에서 불거지는 불만
 
반면 공무원에 대한 급여와 처우에 대한 불만은 공무원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7급 공무원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올리며 “우리 좀 살려줘. 최소한 물가 상승률은 맞춰줘야지 않겠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직급이 주사보(7급)로 3호봉이라는 이 공무원의 4월분 세전 급여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 255만 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월 급여에서 세금과 4대 보험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99만 8000여 원으로 200만원이 안 된다.
 
5년차 지방직 공무원 진모씨(30)는 공무원 지망생 시절 간과했던 박봉과 야근 등의 요인들을 지목하며 공직 생활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공무원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말로만 듣던 박봉과 야근(업무량)에 대해 흘려들었고 당시 시험을 합격하는 것이 최우선 사항이었기 때문에 많은 단점들이 눈에 안 들어왔다”며 “다만 안정적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시작해 나중에는 공부한 시간을 포기할수 없게돼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진씨는 “MZ세대, 금융치료라는 말이 생겨났듯이 요즘 시대에는 돈을 버는 방법도 수단도, 액수도 매우 다양하고 많다”면서 “이런 단어가 생겨난 요즘 시대와 공무원의 구시대적인 직업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나름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오른쪽)이 6월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2022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면접시험장을 방문해 시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진씨는 공무원 열풍이 식은 주된 이유로 많지 않은 월급과 야근으로 인한 워라밸의 상실을 꼽았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무원을 하게 된 것은 박봉이어도 힘들지 않은 일을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해 워라밸을 누리는 것을 바랐겠지만 실상은 야근은 많고 월급은 너무 적어 사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경우라서 퇴직하거나 인기가 떨어지는 것 같다. (공무원이) 요즘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올해 최저시급을 주 40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으로 9급 1~5호봉, 8급 1~3호봉의 월급은 최저임금 기준보다 더 낮다. 일반직 7·9급 1호봉 기준 세후급여는 각각 월 180만 원, 160만 원이다. 이에 반해 올해 94개 대기업의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은 5356만 원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한 5급 신입 공무원의 연봉보다 많다.
 
여기에 공무원 연금은 지급률이 매년 낮아져 2016년 1.9%에서 1.7%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아울러 공무원연금의 기여율 대비 지급률도 국민연금에 역전되는 등 연금조차 더 이상 공무원을 선택하는 장점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더해 야근과 민원 스트레스 등 생각만큼 높지 않은 공무원의 워라밸과 연공서열에 따른 상명하복 분위기 등도 공무원 열풍이 사그라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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