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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실태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불평등하다고 인식하며, 미래설계 등을 고려했을 때 결코 살기 좋은 국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노동환경이 악화되고 고용불안이 지속되는 탓에 청년들은 직업을 고를 때 적성이나 자기발전 가능성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부, 청년 삶 실태조사 첫 실시… 청년들, “한국, 살 곳 못 돼“
국무조정실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통계진흥원과 함께 7월 넷째 주부터 8월 넷째 주까지 만 19~34세의 청년 가구원을 포함한 전국 약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청년 삶 실태조사’를 최초로 실시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2020년 8월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른 후속 조치다.
청년들 삶의 실태와 특성, 욕구·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일반사항 △주거 △건강 △교육·훈련△노동 △관계·참여 △사회인식·미래설계 △경제 등 총 8가지 부문을 조사한다. 아울러 이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는 맞춤형 청년정책을 수립하는데 반영하고, 8월 말까지 조사를 마친 뒤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절반 이상은 우리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사회·경제적 기회가 기성세대보다 적을 뿐 아니라 한국은 청년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고 느낀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서울연구원의 ‘2020년 서울 청년의 불평등 인식조사’에 따르면 서울 청년들(만20세~39세)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63 점으로 보통(5점)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0점)는 응답도 7.3%에 달했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통계를 해마다 집계했지만 지난해를 끝으로 더 이상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통계가 가장 최신 자료”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 청년들 65.5%는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청년세대가 살만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사회·경제적 기회에 있어서도 40~50대와 비교했을 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이 느끼는 불평등 중에서도 ‘청년세대 내 자산 불평등’(33%)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소득 불평등’이라는 응답이 26.6%로 나타났고, 고용불평등(16.2%), 주거불평등(10.5%) 순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 탓에 계층상승 이동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는 매년 낮아지고 있다. 2020년 기준 청년들은 계층상승 이동가능성이 낮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69.5%에 달했다. 2009년 같은 통계에서 44.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5.1%p나 높아진 셈이다.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는 최정훈(가명·25)씨는 “청년들이 노동을 통한 고정적인 수입을 얻는다 해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자산이 없는 한 생활비, 학자금 등으로 대부분 소비되면서 입에 풀칠하는 수준이고 남는 것이 없다”며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으니 사회 통념 상 안정됐다고 볼 수 있는 결혼, 자가 주택 등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고, 미래 설계를 통한 계층 상승을 바라기에는 현실이 너무 버겁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잡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된다고 느낀다”며 “우리 청년들은 기성세대들이 청년이었을 당시 노력과 똑같은 노력을 한다고 해도 얻어내는 결실이 다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청년 사회인식 깎아 먹는 주범, 고용불안… 적성·미래 포기하고 안정성 쫓아
이처럼 청년들의 사회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고용불안, 취업난에 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종 학교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미취업자는 졸업자 469만1000명의 약 28.4%에 해당하는 13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에서는 취업 시험 준비나 구직활동 등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낸 ‘백수’도 34만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들이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취업 유경험자가 처음으로 취업하는데 소요된 기간은 1년 전보다 0.7개월 늘어난 평균 10.8개월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고졸 이하의 취업 소요 기간은 1년 4개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 대졸 이상(7.8개월)보다 두 배 가까이 길었다.
11개월의 시간을 들여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근로 형태별로 보면 계약기간을 정한 계약직이 첫 일자리의 34.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 중에서 첫 월급도 150만~200만원 미만을 받는 경우가 36.6%를 차지했다. 300만원 이상을 받는 경우는 3.7%에 불과해 대조를 보였다.
이처럼 고용불안이 심화되자 20대 청년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고용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4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20대의 직업 가치관 변화’ 분석에 따르면 지속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직업을 선택한 청년들의 비율이 2009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에 4.7%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기발전가능성과 소질·적성을 고려하는 비중은 각각 1%p, 5.7%p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청년들은 고용불안 탓에 적성 등을 반영한 자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미래지향성 일자리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더 선호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조성훈(26) 씨는 광고·홍보 관련 학과를 졸업했으나 최근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컴퓨터공학 관련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조씨는 “대학생활 내내 원래는 마케팅 관련 직종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최근 마케팅, 홍보 업무의 수명이 타 업무에 비해 짧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바꾸게 됐다”며 “처음 시작하는 분야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이 정도는 감안할 수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오래 전부터 청년들의 고용불안이나 부정적인 사회인식은 항상 문제시 됐기 때문에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효율적인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청년들이 신뢰할 만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우리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에는 불확실한 고용환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실장은 특히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근 발표된 기업 활성화 방안들을 로드맵대로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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