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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타결에도 ‘산넘어 산’ 완성차 업계, 또 대규모 파업 가나
현대차·르노코리아 타결에도 기아차·한국GM ‘전운고조’
기아차 노조 강경 입장 고수에 현대차 계열사에 ‘불똥 튀나’
수천억원대 적자 한국GM·美 투자 시급한 기아차 현안 산적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02 16:20:00
▲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단체협상 합의안을 마련하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던 완성차업계 입단협이 진통을 겪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올해 하반기 국내 완성차업체 노조의 강경 투쟁이 예상되면서 노사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행히 업계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성사시킨데 이어 르노코리아 노조도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아차와 한국지엠 노조는 여전히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에 글로벌 경기침체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해 자동차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현대차 타결에 한숨 돌린 자동차 업계…기아 GM노조 파업 수순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르노코리아 노사가 임금·단체교섭 협상(임단협)을 타결했다.
 
앞서 7월19일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61.9%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합의안 내용은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수당 1만원,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이다.
 
지난달 31일 르노코리아 노사도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 타결하는데 성공했다. 르노코리아는 사원총회를 열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률 54.1%로 가결했다.
 
앞서 르노코리아 노조는 7월26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후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사는 기본급 6만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과 비즈포인트 20만원 지급, 휴가비 인상 등과 함께 고용안정, 근무환경 개선, 노사상생 공동행사 개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또한 노사는 임금피크제, 최저임금, 승진, 고과, 승급제도 등에 대한 인사제도 개선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임금피크제 및 통상임금 관련 내용은 그 소송의 결과를 감안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17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83.0%로 쟁의행위안을 가결했다. 이후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신청을 했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4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본급 3만원 인상, 성과 및 격려금 450만원에 합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여기에 기아 노조도 지난달 19일 89.4%의 찬성표로 쟁의행위 결의 찬반 투표를 가결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호봉제 개선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 채용·정년 연장 등 고용 안정 △미래차 국내 공장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조측은 “현대차 그룹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미래 고용과 관련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기아차 광주 공장에는 미래차에 대한 실질적 차종 투입 계획이 아예 없는 상태이며 경차를 생산하는 동희오토는 전기차 시대에는 자연도태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어 “노동조합은 축소되는 사업장과 공정에 대한 대안으로 미래자동차 산업 관련 국내공장 신설 및 신규 투자를 요구한다”며 “또한 전기차 핵심부품에 대한 공장 내 생산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 금속노조가 지난달 24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올해 기아 노조가 현대차 노조와 공동 대응을 선언한 바 있어 자칫 이미 협상이 타결된 현대차 노조로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사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기아 노조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돼왔다. 하지만 기아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면서 협상이 좀처럼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금속노조가 동참을 선언하며 현대차그룹 전체로 퍼지는 분위기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24일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현대트랜시스, 현대엠시트, 현대케이코, 현대제철, 현대비앤지스틸 노동자 6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자동차지부가 먼저 임금협상 타결을 이뤘지만 현대차를 제외한 모든 그룹 계열사의 올해 임금단체교섭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며 “이는 양재동 가이드라인의 존재, 다시 말해 그룹 본부 차원에서 각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개입해 교섭을 빼앗는 행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측은 이어 “코로나19 희생에 대한 보상의 성격인 격려금을 놓고 어느 사업장은 주고 어느 사업장은 주지 않는 차별행위를 하고 있다”며 “기아자동차는 양질의 미래 일자리 확보를 위한 국내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에 답하지 않으며 교섭이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파업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행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완성차 업계 노조 상당수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계열이라는 것을 지적하며 노사 협상은 사별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조를 채택하는 나라인데 거대 노조가 현행법을 무시한 채 산업 전반의 파업을 조정하고 통제하며 산업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산업을 단위로 한 투쟁 위주 노동운동은 잘못된 행위”라고 질타했다.
 
갈길 바쁜 완성차 업계… 전문가 “지금 파업하면 업계에 큰 손해”
 
노사협상이 타결된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80억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르노코리아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상반기 기준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 줄었다. 반면에 해외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4.3% 증가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여기에 쿠페형 SUV ‘XM3’의 수출이 늘어나며 수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7월 내수 시장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1% 감소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XM3 모델의 국내 출시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사 합의가 이뤄지며 르노코리아의 하반기 국내 시장 공략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한국GM은 지난해 연결 기준 3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국GM은 2019년 영업손실 3323억원, 2020년 3092억원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다.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정 인건비 지출을 큰 규모로 올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여기에 한국GM의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47.1% 하락했다. 해외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 매년 수천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판매량도 줄어드는 상태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커진다면 한국GM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조가 절차를 다 밟고 파업권을 갖췄지만 구체적인 파업 날짜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며 “파업 여부와 상관없이 사측에서는 협상에 성실하게 임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며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사진=뉴시스]
    
기아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5조658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2조2340억원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다. 그러나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며 미국 시장과 현지 공장에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을 생산할 계획이지만 핵심 차종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치명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 완공 예정인 조지아주 생산공장을 조기 착공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는 전량 국내 생산이다. 보조금이 한 대당 100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아의 주력 전기차인 EV6는 2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기 대비 37.9% 증가한 7282대가 판매됐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3.7% 정도에 그쳤지만 판매량을 늘려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로 생산과 투자에 타격을 받는다면 기아의 미국 시장 공략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투자와 관계없이 한국 투자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노사 간 협의를 그룹 차원이 아닌 사별로 진행하고 있다”며 “투자 문제의 경우 국내 투자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국내투자와 미국투자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완성차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파업보다는 노사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이나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지연 등 문제가 쌓여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가 발목을 잡을 경우 타격이 크다”며 “현재 미국에서는 현지 공장 건설을 요구하고 있고 다른 나라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해외로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에서 노조리스크가 커지면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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