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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건보공단 횡령 사건
건보공단 ‘횡령 사건’ 철저히 규명하라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7 00:02:30
▲ 임한상 정치사회부 기자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직원이 46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도피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횡령한 직원은 채권관리실에서 근무하는 팀장(3급 상당) 최모 씨로 해당 업무의 ‘전결권자’였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것일까.
 
해당 직원은 채권자 송금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이 있어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 건보공단 같은 준정부기관에서, 그것도 자금을 담당하는 내부 직원이 수십억원을 횡령하는 일이 불거지다니 충격이 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5일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한 건보공단에 대해 특별 감사를 실시키로 했다며 발빠른 대응을 시사했다.
 
최 씨는 올해 4~7월까지 여러 번에 걸쳐 총 1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그뒤 자신감이 붙자 이달 들어서만 16일에 3억원, 21일에 42억원 등 총 46억원(추정치)을 빼돌렸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최씨는 범행 초기 1만원 정도의 소액을 자기 계좌로 이체하면서 돈을 빼내는 게 가능한지 테스트했다. 이후 그는 성공을 확신하면서 주도면밀하게 과감히 금액을 늘렸다. 이미 해외로 도피한 최 씨의 행방은 현재 오리무중이다. 그는 지난 17일 “독일 누나 집에 다녀오겠다”며 휴가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가 중인 21일에도 거액의 회삿돈을 마음껏 빼낼 수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의료보험비 가운데 지급이 보류된 돈들이 관리가 잘 안 된다는 점을 교묘히 악용했다. 지급 과정을 살펴보니 공단에 청구된 요양기관의 의료보험비가 거짓 청구로 의심되면 지급이 보류되고 압류 조치에 들어간다. 이후 관리감독자의 추후 검증 절차를 거친 뒤 요양기관의 채권자에게 돈을 지급한다. 
 
채권자 개인정보는 업무 특성상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고 수작업으로 일일이 관리되는데 최 씨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채권자 이름과 송금하는 계좌명이 불일치했지만 이를 감독하는 최 씨가 전결권자였기에 들키지 않고 자신의 계좌로 자연스럽게 송금할 수 있었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건보공단은 23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22일 오전 업무점검 과정에서 채권담당 직원의 약 46억원 횡령 사실을 확인했다”며 “확인 즉시 경찰에 형사고발 조치하고 계좌를 동결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경찰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감사과·보험정책과·정보화담당관 등 관련 부서로 구성된 합동 감사반을 건보공단에 파견해 다음 달 7일까지 2주간 특별감사를 실시한다.
 
당국의 이런 조치에도 여론은 냉랭하기만 하다. 올해 건보료율이 6.99%로 전년 대비 0.13%p 인상됐고, 내년 요율도 0.1%p 인상을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요근래 대규모 횡령 사건이 민관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사회 전반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가뜩이나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외부의 시각이 더 굳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올해만 해도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원(1월)을 비롯해 강동구청 115억원(1월), 계양전기 246억원(2월), 클리오 22억원(2월), 우리은행 614억원(4월) 등 공무원·은행원·상장사 직원 가릴 것 없이 횡령 혐의로 검거된 사례가 잇따랐다. 줄줄이 터지는 횡령사건을 보면 우리사회 신뢰수준이나 안정적 시스템을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타인의 재산으로 관대함을 보이는 건 쉽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국가가 그간 무책임하게 국민의 세금으로 이 같은 사고들을 어정쩡하게 처리했기에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제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단죄해야 마땅한 사람은 당연히 사기나 부정을 저지른 범인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사실상 용인한 당국이나 감시기관의 허술함도 가벼이 넘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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