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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123회> 개와 늑대의 시간
제가 수화물보관소에 뭘 좀 보관해놓은 게 있어서 찾아와야 해서요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2-22 08:46:07
지난번과는 달리 환석은 정말로 고마웠던지 진욱과 동원에게 연신 인사를 했다.
 
가자. 집까지 데려다 줄게.”
 
차에 태우긴 했지만, 환석도 소영도 딱히 어디로 가자는 말이 없었다. 진욱이 룸미러로 자꾸 쳐다보는 걸 알았는지 환석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근처 아무 데나 세워주세요. 얘는 집이 지방이라 버스 끊겼고, 저는 요즘 여기 근처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정숙은 분명 환석이 정상적인 직장에 취직한 줄 알고 있었다. 월급 받았다고 돈까지 보냈다며 좋아했었다.
 
오늘은 우리 집 가서 자자. 내가 너한테 할 이야기도 좀 있고.”
진욱은 두 사람을 오피스텔에서 재우기로 마음먹고 차를 돌렸다.
 
, 아저씨. 잠깐, 잠깐요. 지하철역에서 내려주세요.”
 
소영이 소리쳤다.
 
이 시간에 지하철은 왜? 운행도 안 하는 걸.”
 
지하철 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수화물보관소에 뭘 좀 보관해 놓은 게 있어서 찾아와야 해서요.”
 
소영은 쪼르르 달려가더니 금방 작은 가방을 하나 안고선 다시 차에 올랐다.
 
매일 맡기고 매일 찾네? 거기에 보물이라도 들었어?”
 
환석의 말에 소영이 활짝 웃었다.
 
 
 
맞아. 보물이야. 서울에 집이 없으니 어떡해.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이제 서울로 집 옮길 거야. 오빠 방도 만들어 줄 테니까 기대해.”
 
진욱은 씻고 나온 환석을 붙들고 몇 마디 훈계를 하고 싶었지만 환석이 꾸벅꾸벅 조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그냥 잠을 재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둘 다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환석의 외투가 그대로 있는 것으로 봐서 멀리 간 건 아닌 것 같았다.
 
집 비밀번호는 전날 밤 알려준 거라 진욱은 아무 생각 없이 출근을 했다. 식탁 위에 식빵이랑 잼·버터를 올려놓고 커피도 가득 내려두었다.
애들 먹을 빵이랑 커피 챙겨놓고 나오는데 이상하게 새끼들 챙겨주는 어미 느낌에 가슴이 살짝 벅차더라?’
 
형도 이제 늙는 거야
 
진욱의 문자에 동원이 맞장구를 치며 진욱을 놀렸다. 종일 바빴다. 재선의원 모임이 있어 회식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땐 언제나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환석의 외투가 없는 걸로 봐선 아예 돌아간 모양이라고 생각했었다.
 
다음날 새벽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깨었다. 경찰이었다.
 
김소영 씨 아시죠?”
 
잠이 덜 깬 눈으로 그런 사람 모른다는 진욱에게 경찰이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엔 오피스텔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가 쓰여 있었다.
 
이 사람 주머니에서 나왔어요. 이 쪽지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서.”
 
경찰은 방금 촬영한 듯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었다.
 
긴 머리칼과 얼굴은 이미 피범벅이 돼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하얀색의 긴 스웨터에 진바지를 입은 모습이 첫눈에 환석의 여자 친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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