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에 오너 3·4세 경영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별로 각기 다른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단독체제로 지배력을 집중하는 반면 전문경영으로 구조를 분산하는 흐름을 보인다.
19일 본지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제약사 중 오너 3세 경영 기업 12곳을 선정해 원톱과 투톱 경영 체제를 분석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를 보면 동화약방을 전신으로 하는 동화약품을 기준으로 잡으면 길게는 120년에 달한다. 여기에 유한양행 100년 동아제약 94년 종근당 85년 등 적지 않은 나이를 갖고 있다. 자손이 대를 이어 경영에 나서는 모습이 흔히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너 3세가 회사 경영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제각각이다.
국제약품은 지난해 12월 오너 3세 남태훈 단독 경영 체제로 정리됐다. 남 대표는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영업대행사 체제를 도입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남 대표의 이력은 보면 경영 철학도 보인다. △메사추세츠주립대학교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효림산업 기획관리 과장대리 △국제약품공업 마케팅과장 △기획관리 차장 △영업관리실 이사 △판매부분 부사장 등 단계별로 밟았다.
지난해 2월 보령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정균 체제로 전환을 마쳤다. 김정균 대표는 2013년 보령에 입사한 후 불과 6년 만에 대표이사로 승진돼 비교적 빠른 승진이다. 김 대표는 ‘우주와 제약은 별개 사업이 아니다’라는 뜻을 내세워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각설이 거론됐지만 지난해 매출이 1조원대를 유지했다. 간판 제품인 카나브가 한몫했다.
삼일제약 2024년 9월 김상진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허승범 회장이 단독체제로 변환됐다. 허 회장은 숙원사업인 베트남 법인이 가시화되는 올해 책임 경영을 다짐했지만 그렇지 못한 모양새다. 삼일제약이 단독 대표체제를 구축한 2016년 허강 전 화장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1억 원 적자 전환했다. 삼일제약은 안과 영역 특화 전략으로 안구건조증 치료제·녹내장 치료제·인공누액제 등 48종의 국내 최대 규모의 안과영역 제품 라인업을 보유 중이다.
GC녹십자는 2016년 3월부터 허은철 대표가 단독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허 대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신약 개발이라는 2가지를 경영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올해 최대 매출 경신을 노리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 성공기를 쓰고 있는 혈액제제 ‘알리글로’ 덕분이다. 이 모든 성과는 올해로 11년째 GC녹십자를 이끌고 있는 허은철 대표가 있다. GC녹십자는 백신과 혈액제제라는 전통적인 두 기둥을 기반으로 선진 글로벌 제약사로 자리매김해 나아가고 있다.
현대약품은 2021년 1월 이상준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전문의약품 중심의 체질 개선과 함께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며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간편대용식 시장 진출로 인한 식품 사업부 성장과 화장품, 탈모샴푸 등 신규 사업의 시장 안착 등의 성과를 강조했다.
일양약품은 2013년 정도언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김동연 단독체제로 전문 경영인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이후 2023년 오너-전문경영인 투톱 체제, 지난해 10월 정유석 단독 대표 전환으로 지배주고는 오너 일가 중심으로 완전히 회귀했다. 다만 회계처리 위반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임을 권고받고 있다. 회사는 오는 3월 26일 주총을 열고 정유석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음료의 수장으로 알려진 광동제약은 지난해 12월 박상영 대표를 경영총괄 대표를 선임하면서 최성원 단독 대표에서 각자 대표로 체제가 변경됐다. 광동제약의 경우 외형 성장은 비타500과 삼다수가 주 매출원이고 제약사의 본업은 사실상 주변부로 밀려난 모습이다.
제일약품은 전문 경영인 성석제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오너 3세 한상철 대표가 지난해 3월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한 사장은 2006년 제일약품 부사장으로 입사해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등 두루 걸쳐 현 위치에 올랐다. 특히 한 대표로 주역으로 2020년 설립된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제일약품의 체질 개선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JW중외제약이 지난해 12월 함은경 총괄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3년 만에 다시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함 총괄사장은 이사회 최초로 여성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는 남성 중심의 제약업계에서 유리천장을 깬 사건으로 손꼽히고 있다. 함 대표는 서울대학교 제약학과를 졸업한 뒤 39년째 JW그룹에서 근무한 개발 전문가이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3월 오너 4세 윤인호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다. 윤 대표는 입사 12년 만에 대표 자리에 올랐다. 현재 회사는 전문경영인인 유준하 대표와 함께 유준하·윤인호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윤인호 대표는 회사의 미래 성장을 위해 젊은 인재를 선호하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고려제약은 박해룡 대표이사 회장과 그의 아들 박상훈 대표와 각자 대표로 고려제약을 이끌고 이다. 박해룡 회장은 올해 90세다.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90세 이상 고령임에도 등기임원에 올라있는 경우는 찾기가 힘들 만큼 이례적이다. 고려제약은 비타민·영양제 품목이 장기간 상승세를 보이며 회사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일동제약 윤웅섭 대표는 올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공동대표로 이재준을 선임했다. 이 같은 행보를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유는 공동대표 체제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오너 3세 윤웅섭 회장과 신약 글로벌 분야 전문경영인 이재준 사장이 노를 함께 잡은 건 책임도 함께 진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승진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는 주요 신약 프로젝트들이 시장과 기술적 평가를 본격적으로 받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대사설 질환과 위장관 질환 등 난치성 질환 분야에 20개 이상의 유망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명인제약이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 체제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상장 이후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편에 진입했다. 이사회는 최근 이관순 전 한미약품 부회장과 차봉권 영업총괄관리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오는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은 시장의 기대를 키우는 지점은 누가 앉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느냐에 있다. 외부와 내부에서 영입된 수장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투톱 체제에서 각자대표 형태는 많지만 공동대표는 드문 구조긴 하다”면서 “업계 사례에 비춰볼 때 일반적이진 않은 형태”라고 말했다.
공동대표와 각자대표 체제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의사결정 구조다. 법적으로 계약서에 공동대표 인감이 전부 날인돼야 유효해지는 방식이다.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만큼 성과도 책임도 공유될 수밖에 없다.
각자대표 체제에선 신약이나 글로벌 사업이 부진할 경우 자회사 리스크로 분리할 수도 있지만 공동대표 체제는 구분이 어려운 구조다. 신약 R&D와 글로벌 전략을 단순한 성장축 가운데 하나가 아닌 회사 핵심 전략으로 격상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