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무겁고 얼굴이 화끈거린다면 ‘정수리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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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에세이

백회혈을 자극하여 수승화강(水昇火降) 상태 만들기
누워서 상상력을 동원해 수행하는 ‘수승화강 호흡법’

강윤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2-02 09:07:29

중·장년층에서 자주 머리 쪽으로 열이 뻗치며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잦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일수록 탈모가 생기기 쉽다. 특히 정수리 가마 부위의 탈모가 더 심한 편이다. 염색을 하면 머리 가운데 부분이 더 빨리 탈색된다. 또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나는 홍조현상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의외로 많다.

50대 이상의 남성들 중에는 “젊었을 땐 안 그랬는데 요즘은 술을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개진다”며 나이 탓을 하는 사람도 종종 만난다.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귀와 얼굴 쪽이 심하게 화끈거리는 증상이 동반되는 경향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불편한 증상들의 공통점은 머리 부위가 소위 ‘열 받았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강조하는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즉 ‘두한족열(頭寒足熱)‘과는 정반대 상태다. 기운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몸의 전체 균형이 깨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런 증상들을 방치하면 머지않아 건강상의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두한족열은 ‘수승화강(水昇火降)’의 결과다. 수승화강이란, ‘차가운 물의 기운은 머리로 올라가고 따뜻한 불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으로 이런 상태가 될 때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이 살아난다. 이는 생명체가 건강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에너지 순환 상태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얕은 호흡이 계속되면서 수승화강은 쉽게 무너진다.

수승화강이 무너진 상태는 ‘적외선 체열 진단 검사(DITI)’에서도 나타난다. DITI 검사는 체열로 정확한 통증·염증 부위, 신경 손상 부위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법이다. 인체의 적외선을 감지하여 미세한 체열 변화를 촬영하면 몸의 상태가 색깔로 나타난다. 이 검사에서 머리 쪽으로 갈수록 붉은 색이고, 하체 쪽은 파란색이라면 머리는 뜨겁고 발은 차갑다는 뜻이다. 질병이 있는 사람은 그 색이 더 짙게 표시된다. 에너지 순환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표다.

온종일 발을 동동거리며 회사 내를 종횡무진 누비는 동료가 있다. 40대 중반 여성인 그녀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숨도 안 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고혈압 환자라는 걸 알기에 염려되어서 “숨 좀 쉬어가며 하자”고 손을 잡아끌기도 한다.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 다가오는데 낯빛이 심상치 않았다. 잔뜩 신경을 쓰며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느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한 걸 보고 무조건 의자에 앉혔다. 숨을 깊게 내쉬게 하면서 손끝으로 정수리를 두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아프다며 머리를 뺀다. 달래가며 강도를 서서히 높여 3,4분간 두드려주었다.

퇴근 무렵 그녀가 내게 달려와서 “머리를 두드려주신 이후로 오후 내내 얼굴이 하나도 화끈거리지 않았어요! 자주 머리 쪽에 열이 훅훅 끼치고 눈이 빠질 듯이 아팠는데...”라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말했다. 그녀는 위로 치솟았던 불의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응급조치를 받았던 것이다.

이처럼 머리를 두드리는 습관은 수승화강을 위한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머리 중에서도 정수리를 중심으로 두드리는 게 중요하다. 정수리의 ‘백회혈’이 경락·경혈 관점에서 볼 때, 불(火)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핵심 부위이기 때문이다. 백회혈은 요가 전통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7번째 ‘차크라(chakras, 인체 중심 에너지 센터)’와 같은 위치다.

두드릴 때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은 호흡이다. 스스로 두드릴 때는 숨을 코로 마시고 입으로 길게 뱉으면서 머리 쪽의 과한 열이 밖으로 빠져나간다고 의식한다. 다른 사람이 두드려 줄 때는 손을 다리 위에 놓거나 아래로 내려서 팔을 늘어뜨리고 편안히 앉는 자세를 취한다. 날숨에 머리 쪽의 열 기운이 팔을 지나 손을 통해 쫘악~ 빠져나간다고 느끼면서 집중하면 효과가 크다.

누워있을 때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수승화강 호흡법’도 있다. 먼저 정수리에 구멍이 있다고 상상한다. 돌고래의 등에 물을 뿜어내는 구멍처럼 정수리의 빈 공간을 상상하는 것이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실 때 열 기운이 그 구멍으로 쫙~ 빨아들여져서 몸 중심을 관통하여 발까지 내려간다고 상상한다. 숨을 내쉴 때 발에 따뜻한 기운이 고인다. 머리는 시원해지고 발은 점점 따뜻해진다고 상상하면서 반복한다.

새해 벽두부터 공공물가가 급등하는 등, 서민 살림이 위협받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럴 때일수록 스트레스로 인해 얼굴과 머리 쪽의 불편한 증상들이 악화되고 에너지 불균형이 심해지기 쉽다. 심호흡과 함께 머리를 두드리는 간단한 방법을 틈틈이 실천하며 몸을 챙기자. ‘건강’이라는 가장 큰 재산만큼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강윤희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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