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기후변화, 봄 가뭄, ‘기우제’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03 00:02:40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위기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수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현장을 방문해 심각한 현실을 확인했듯, 특히 전남 지역 가뭄 현장에서 주민들의 삶은 사투(死鬪) 그 자체다. 공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마저 ‘단수’ 위기에 처했다. 섬진강 수계인 순천 주암댐의 저수율이 10%대로 떨어진 게 이것을 잘 말해 준다.

전남지역 총 강수량은 평년(1390㎜)의 61% 수준으로, 1977년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전남 등 남부 지방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때아닌 폭염과 폭설·최장기간의 장마·겨울철 이상고온 등 다양한 기상재해가 나타나고 있다. 살기 좋은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선 특단의 노력이 요구된다. 대통령부터 공무원·시민사회 단체와 일반 국민까지 함께 나서 풀어야 할 과제다. 가뭄 등 이상 기후에 대처했던 우리의 역사적 사례를 보자.

“무릇 닷새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보리가 없어지고, 열흘간 비가 안 오면 벼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십여 일이 되어도 비가 오지 않습니다. 비록 하늘에 비를 주시길 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할 수 없는데, 하물며 빌지도 아니하고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夫五日不雨則無麥. 十日不雨則無禾厥今浹旬不雨. 雖禱雨於天亦未可必. 況今未嘗禱焉而望雨澤之降難矣哉).”

조선 태종 16년(1415년) 가뭄이 심했다. 그해 6월 세자우부빈객 변계량이 하늘에 제사 드리는 게 유학의 예는 아니나 상황이 절박하니 원단(圓壇)에 빌기를 주청하는 내용이다. 태종이 그에게 제문을 짓게 하고 영의정 유정현을 보내 제사 드리게 했다. 어느 왕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이 투철했던 세종은 기우제를 많이 지냈다. 재위 32년 동안 무려 199건이다.

기우제엔 등급이 있다. 먼저 기우제를 위해 왕이 친히 향과 축문을 전하되 그 실행은 대신이 집전해 종묘·사직을 비롯해 각 명산·대천의 용신들에게 제를 지낸다. 그래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동궁에게 기우제를 지내게 한다. 동궁이 나섰는데도 하늘이 응답을 주지 않으면 마지막 카드로 임금이 나섰다. 극심한 가뭄이든 홍수든 나라님의 부덕의 소치로 여긴 것이다.

날씨는 농·어업은 물론 군사 등 인간 생활과 직결된다.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제갈공명 같은 재사(才士)들의 가장 중요한 재능 중 하나가 바로 천문(天文)을 읽는 능력, 곧 일기예보 능력이었다는 게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비롯해 뭇 생명체에는 적절한 풍우가 있어야 한다. 바람은 닷새에 한 번 불고 비는 열흘에 한 번씩 내려야 한다는 ‘오풍십우(五風十雨)’가 바람직하다. ‘회남자’에는 “옛날 신농씨가 천하를 다스릴 때엔 단비가 때에 맞게 내려 오곡이 풍성하게 성장했다. 봄에는 싹을 틔우고 여름엔 성장하며 가을에는 거둬들이고 겨울엔 저장했다(昔者神農之治天下也甘雨時降五穀蕃植春生夏長秋收冬藏)”고 소개하고 있다.

이번 가뭄 같은 일이 계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국민 모두의 각별한 노력이 절실하다. 그 출발점은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주요 삶의 공간인 도시가 돼야 한다.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난개발 등 도시화에 따라 환경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 총인구의 약 92%가 살고 있고, 전 세계 배출량의 75%를 차지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도시가 바뀌지 않고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도시를 미래지향적이고 외부의 다양한 충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건강을 다져야 한다.

그렇다. 지금은 ‘로하스(LOHAS) 시대’다. 이산화탄소 등에 의해 공해에 찌든 도시의 삶을 벗어나 환경친화적인 웰빙을 바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그림 같은 집을 그리워한다. 아파트 베란다에라도 작은 정원을 꾸민다. 자연의 축소다.

사막화·온난화로 지구의 환경문제는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2005년의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신기후체제(파리협정)가 출범하면서 기존 37개 선진국에게만 해당됐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한국을 포함한 197개 회원국 모두에 적용되게 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석탄·석유 등 고갈되어 가는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친환경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봄 농사와 식수·공업용수를 넉넉히 확보할 수 있기에 흡족한 비가 오는 등의 우순풍조를 누릴 수 있다.

식목일을 앞두고 비가 흠뻑 내리길 염원한다. 하늘이시여! 간절히 기우(祈雨)하오니 굽어 살피소서~~.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