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와 경제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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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17 00:02:40

인류는 평화를 염원한다. 하지만 평화는 저절로 구현되지 않는다. 평화는 ‘빵’과 자유를 먹고 산다. 평화 실현의 전제는 또 있다. 정의와 힘의 균형이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압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동족상잔의 폐허 위에 세계 최단기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제2의 광복인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업을 남겨둔 지난 시절 경험에서 우리는 보았다. 힘없는 민초의 정의는 무력에 짓밟히고, 정의 없는 독재자의 힘은 하야·추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1세기 초엽 이 시대 ‘평화의 화두’는 무엇일까. 감히 단정한다. 남북통합에 성공한 후 한반도와 만주 등을 연계하는 신동북아시대를 열어 경제적 번영지로 바꾸고 평화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길이라고! 그렇다. 대한민국엔 두 가지 도전이 있다. 국민소득 5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 진입과 평화통일을 달성할 수 있느냐다.

특히 통일 과업은 중차대하다. 만약 통일 문제를 못 풀고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省)’ 정도로 전락한다면 우리는 반영구적 분단국이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가 100여 년 전 구한 말처럼 열강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상상해 보자. 청일·러일 전쟁이 터졌을 때 전장(戰場)이 한반도였는데 이같은 비극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과제가 적잖다. 먼저 우리 내부의 평화통일 의지를 다져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 26%, 네 명 중 한 명꼴로 “통일은 무슨 통일…”이라며 부정적이어선 곤란하다. 나아가 보수·진보, 좌·우익을 초월해 민족의 진운을 개척할 한반도 분단 관리를 위한 지혜로운 통일 정책이 긴요하다. 정밀한 통일 외교 또한 시급하다. 주변 4강국에 한반도 통일이 그들의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걸 설득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미·중 전략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아시아의 동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대만,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미‧일 등이 대립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서방 세력이 격돌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지역 분쟁이 줄어들지 않고 한반도에서는 한국과 일본, 북한과 미국이 돌파구 없는 지난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국제사회가 30년 동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간과할 수 없는 건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 한반도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인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오로지 내실 있는 외교역량 강화에 힘쓰는 것이다.

한 나라의 외교안보 태세는 생존과 직결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미래가 걸려 있다. 방안은 무엇인가. ‘손자병법’을 보자. “최상의 전법은 적의 모략을 분쇄하는 일이고, 그 다음이 외교관계를 파괴하는 일이며, 그 다음은 군사를 정벌하는 일이요, 최하는 적의 요새를 공격하는 일이다(上兵伐謀其次伐交其次伐兵其下攻城).”

적의 노림수를 사전에 파악해 차단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강력한 군사력 배양 등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4월26일 미국을 국빈방문 한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3월 한·일, 4월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5월 G7(주요 7개국)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3각 협력 구도’를 완성시켜 나간다는 것이 윤 정부의 계획이다. 우리로서는 한·미·일 간 경제안보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경제도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모두 3국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다각적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혼돈의 시대다. 우리의 지상과제인 한반도의 통일을 이루고 민족 번영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는 외교전략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지 말고 다극 체제를 염두에 둔 21세기형 동반자적 외교정책을 수립해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도모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닦아야 할 것이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 지대 한반도. 자유민주적 남북통일은 세계평화 실현의 출발선이 될 것이다. 남·남 갈등을 줄이고 내부 역량을 모아야 한다. 소아적 권력 쟁취를 위한 섣부른 정치놀음을 경계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국가적 어젠다 설정에 고뇌할 때다. 그래야만 전쟁은 멀어지고 평화는 가까워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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