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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2023DW’. 지름이 약 50m인 자그마한 이 소행성에서는 아마도 ‘어린 왕자’가 그랬듯이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해가 지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올해 2월26일 처음 발견되어 지구인에게 존재가 알려진 이 소행성의 첫 인상은 사실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다.
지난달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소행성 2023DW가 2046년 발렌타인데이인 2월14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 확률은 약 600분의 1로 매우 희박하다. 그 시점이 되면 현재 지구로부터 1700만km 떨어져 있는 이 소행성이 지구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오면서 지구와의 거리가 180만km로 좁혀질 것이라고 나사는 분석했다.
소행성이 지구와 가장 근접한 거리를 두고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올해 1월27일 지름 3~5m 크기의 소행성이 불과 3600km 간격을 두고 지구를 스쳐 지나간 경우다. 하지만 이 소행성은 크기가 작아서 만일 지구와 충돌했다 하더라도 대기권 진입 시 산산조각 나면서 일부가 작은 운석으로 지상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지름 50m의 소행성은 어떨까. 만일 지구와 충돌한다면 예상되는 충돌 지역은 인도양·태평양을 비롯해 미국 서부에서 동부 해안까지 이른다고 한다. 나사는 충돌 가능성을 거의 ‘제로(0)’에 가깝게 보고 있으면서도 이 소행성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미래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6600만 년 전 공룡이 지구상에서 활보하던 시기에 갑자기 멸종됐다. 당시 공룡을 포함한 전 지구 생명체 75%가 사라졌다. 지구 역사상 세 번째 대멸종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소행성과의 충돌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시 지름 약 10km의 소행성이 중남미 한복판에 떨어졌고 그 충격의 여파로 공룡을 비롯한 생명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소행성이 지구에 가장 근접하는 2046년 위치는 사실 지구와 꽤 먼 거리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평균 약 38만 km이니 그것의 거의 5배가 된다. 또 100년 안에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나타내는 ‘토리노척도’ 기준으로 보면 2023DW는 10점(충돌 가능성 100%) 만점에 1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사의 지구근접물체(NEO) 목록 중에서 토리노척도가 0보다 큰 건 이 소행성이 유일하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지구로 돌진해 오는 소행성이 있다면 그 궤도를 변경해 충돌을 막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 9월 나사는 소행성 하나를 골라 그것을 향해 우주선을 쏘아 올려 일부러 충돌시키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주선 충돌의 충격으로 지름 160m의 소행성 궤도가 살짝 바뀐 것이다. 하지만 지름 1km 정도의 소행성이라면 어땠을지 알 수 없다. 그런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유럽 대륙 정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일반인들은 이런 천체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의 활약을 기대할 뿐 속수무책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자신의 삶에 끌어들여 활용할 방법은 있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보는 일이다. 만일 23년 후 2023DW가 지구와 충돌한다면, 그리고 하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떨어진다면, 나의 하루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23년 후의 관점에서 지금의 시간을 바라보는 계기를 만든다면 분명 그렇지 않은 경우와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기상천외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은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되돌리고 싶은 과거 시간으로 돌아가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은 벽장을 통해 원하는 시간으로 돌아가 후회스러웠던 순간을 바꾸는 일을 반복한다. 수많은 과거여행 끝에 그가 얻은 한 가지 결론은 “하루하루를 마치 시간여행을 통해 되돌아온 순간처럼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결심한 순간 그의 앞에 놓인 시간 속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물들은 이전의 관점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다르게 보였다.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그의 시선은 이제 현재와 미래의 관점, 두 개다. 두 개의 관점을 동시에 작동시킬 때 미래에 돌이켜서 후회할 일을 지금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023DW가 23년 후 지구와 충돌하든 혹은 그저 멀리서 스쳐지나가든 그것은 지금의 우리에게 당장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 일말의 가능성을 품은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잠시 현재에 매몰된 관점을 보류해 두고 또 다른 관점을 확보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 눈이 본 사물의 형상을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하려면 해부학적으로 ‘맹점(blind spot)’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눈이 두 개가 필요하다. 우리 눈이 두 개인 이유다. 현실을 보는 눈도 다른 관점을 확보할 기회를 놓친다면 아깝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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