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무기 지원으로 대한민국 ‘덩칫값’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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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 대한민국 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김준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4 00:02:40

강한 자들끼리의 싸움에 휘말려 아무 상관도 없는 약자가 피해를 볼 때가 있다. 이 경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鯨戰鰕死)’고 한다. 큰 것들 사이에 끼어 해를 입거나 옴짝달싹 못 할 때 비유적으로 쓰이곤 한다.

이 속담에 꼭 들어맞는 현실을 국제사회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우리나라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늘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낀 ‘새우’에 불과했다. 청일전쟁 이후 제국주의 열강들이 국내 주요 이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우리는 이들에게 먹음직스런 ‘호구’였다. 지난 정권에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설치를 두고 미·중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고래 싸움에서 새우가 등이 터지지 않기 위해선 자신의 몸집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6·25 전쟁을 치르며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나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이젠 몸집을 키우는 것을 넘어 그야말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고래’가 됐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만 잘 모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세계 6위의 군사력을 가진 강국이다. 문화 측면에서도 K팝과 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으로 이젠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커진 덩치에 맞게 이제 우리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여론을 주도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도 그렇다.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되므로 상관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발언권이나 위상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도와야 유사시 우리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도 한 이유다. 6·25 전쟁 때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참전했던 것만 떠올려 봐도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백척간두 상황에서 이들 나라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2개월째 진행 중이다. 아무 죄 없는 민간인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우리의 지원을 고대하고 있다. 마냥 모른척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맞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도 고려해야 할 때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비무기체계 군수물자만 지원했다. 화생방 장비인 방독면과 정화통·방탄 헬멧·전투식량·의약품 등의 물품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에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무기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한 침공”이라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자유, 다른 나라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음을 입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젠 정부와 정치권에서 행동으로 보일 때다. 단순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도와달라고 하니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기준에 따라서 지원 여부를 판단하고 지원하면 된다. 특히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러한 지원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와 중국 등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무기 지원이 이뤄지면 동북아 외교의 한 축인 러시아와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을 자극해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안보를 위협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러의 군사적 밀착 관계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사사건건 북한 편을 들어 오던 중국의 자세 또한 바뀔 리 만무하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대한민국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생각하고 이번 전쟁의 부당성을 생각한다면 지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으로 이제 서방도 한국에 대해 의미 있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에는 무기를 판매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에만 그친다면 한국은 다른 나라 불행을 이용해 돈만 버는 나라로 인식될 것이다. 중립을 외치며 정작 자유와 인권 침해를 도외시한다면 그건 중립이 아니고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멀리 봐야 한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언제까지 이쪽저쪽 눈치만 볼 것인가. 더욱이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오욕의 역사 속에서 설움 받던 약소국이 아니다. 평화와 자유주의 상식에 맞지 않는다면 어느 나라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지원해야 한다. 비무기체계만 지원해선 나중에 “우리가 당신 나라 열심히 도왔다”고 생색조차 낼 수 없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덩칫값’을 할 때다.

김준구 jk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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