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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전세사기, 국가에 책임 전가는 안 돼
국가가 채권 매입하는 민주당 방안, 평등권 침해 위험
임대차 3법으로 원인 제공한 민주당의 반성 선행되어야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03 08:41:56
▲ 이동호 변호사
 더불어민주당은 부인하겠지만 최근 전세사기가 발생한 원인을 놓고 2020년 7월 거대 여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던 임대차 3법을 지목하는 의견이 많다.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와 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하는데 임대차 기간과 임대료에 대한 강한 규제가 입법 의도와 달리 전셋값을 폭등시킬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필자도 이 지면에서 관련 칼럼(2021. 4. 7. 어설픈 선의가 빚은 주택임대차법 희·비극을 썼다. 임차인 보호를 위한 우선변제권과 임대차 기간 최소 2년 보장이 도입된 1990년에 전셋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이를 못 버틴 가장 3명이 목숨을 끊었던 비극을 떠올렸다. 시장을 역행하는 입법은 약자 보호라는 선의(善意)에도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물론 임대차 3법이 1990년과 같은 비극까지 낳을 것으로 보진 않았다. 지금은 그 때와 달리 주택 보급률은 거의 100%가 달성되었기 때문에 들어갈 살 집이 없는 상황은 안 생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특히 인천 지역 전세사기로 3명이, 그것도 청년층이 자살하는 비극이 또 발생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이렇다. 임대차 3법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그 수요가 빌라로 몰리는 바람에 빌라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심지어 이를 웃도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래서 깡통전세 위험이 커졌는데도 정부가 서민지원 명분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빌라 시세에 육박할 정도로 마구 풀었다. 이런 허점을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까지 연루된 사기 조직이 악용한 것이 바로 이번 전세사기란 것이다.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소위 ‘전월세금지법’도 원인이란 지적이 있다.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신규 아파트에 대해 소유자가 2년 내지 5년까지 의무적으로 입주하게 강제한 것이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주당과 문재인정부 주도로 추진된 임대차 3법 등으로 부동산값과 전세값이 폭등하면서 빌라를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 분석대로라면 피해 구제책을 논하기 앞서 임대차 3법을 발의한 민주당의 사과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원인 분석보다는 벌어진 사태의 해결 방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면서 현 정부가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갭투자 다주택자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또 참여연대·민변등과 함께 논의해 마련했다면서 ‘주택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전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래서 이 법안을 살펴봤는데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대차보증금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등이 매입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채권매입가가 보증금 액수에 버금한다면 피해자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사기적 유형의 피해뿐 아니라 임차인이 위험을 알고서도 감수한 면이 있는 소위 ‘깡통전세’ 피해도 채권매입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쯤 되면 국가가 산타클로스인가 싶을 정도다. 물론 관건은 채권 매입가인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공정한 평가를 거쳐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고 하여 정부에 사실상 짐을 떠넘겨 버렸다. 만약 대통령령에서 정한 매입가가 시원찮으면 민주당은 비난의 화살을 손쉽게 정부에 돌려 버리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개인의 미회수 채권을 국가가 대신 사주는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사기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닌데 전세사기 피해자만 우대하면 평등권 차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 예컨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들고 일어나 정부에게 손해배상채권 매입을 촉구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도가 악용될 수도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통모해 고의로 보증금 미반환을 가장하여 정부가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게 한 후에 이 돈을 서로 나눠 먹는 식의 신종 사기 위험을 국회 법률안 검토보고서도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인지 여당이 제출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의 구제책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구제 대상이 사기적 유형, 즉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 등 임대인이 임차보증금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국한되어 있다. 구제 방법도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경·공매 시에 이를 우선 매수할 기회를 갖도록 일정 기간 절차를 유예·정지시켜주거나 정부가 주택을 매입해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해 주는 정도이다. 민주당 법률안처럼 보증금반환채권을 아예 사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피해자들 입장에선 불만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민주당 법률안은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평등권 침해 소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통과돼서 시행된다면 두고두고 포퓰리즘입법의 선례와 도덕적 해이의 빌미가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 국가의 재정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최우선 변제가 확보되는 소액임차보증금의 액수를 늘려 주는 것이다. 현재는 소액보증금 상한을 넘는 임대차에는 단 한푼도 최우선 변제가 허용되지 않는데 그러지 말고 상한선까지는 무조건 보장해 줄 필요도 있다. 인천 사례에서 보듯이 소액보증금 상한을 약간 넘었다고 해서 단 한푼도 최우선 변제를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 자체는 분명 선의를 가진 법이었고 민주당은 법을 통과시켜 서민정당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자 해결 비용을 국가 재정에 전가한다면 이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채권 매입 같은 구제책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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