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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봄과 여름의 경계가 점점 사라져 5월만 되면 반팔을 입게 되고 여름의 더위를 느낀다. 날씨가 더워지면 생각나는 와인이 스파클링 와인이다. 시원한 기포가 목을 넘길 때 느끼는 상쾌함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스파클링 와인의 대표격인 프랑스 샴페인은 가격이 너무 비싸 일반인들 또는 와인초보들에게는 무척 부담스럽다. 하지만 스페인의 까바(CAVA)는 다르다.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음에도 1만원대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가성비·가심비가 매우 뛰어나다.
까바의 기원을 살펴보면 역시 프랑스 샴페인의 영향을 받았다. 스페인은 오래전부터 샴페인 원산지인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 코르크를 수출했다. 샹파뉴 지역을 왕래하던 와인 생산자들은 샴페인의 유행을 보며 자연스럽게 샴페인 양조 방식을 배우게 됐다.
1872년 호셉 마리아 라벤또스 이 파호(Josep Maria Raventos i Fatjo)가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까바를 생산했다. 그가 시작한 까바가 바로 스페인 까바의 대표 브랜드이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꼬도르뉴(Codorniu)’다. 까바의 명칭은 와인을 보관해 두었던 ‘동굴(Cave)’에서 따왔고, 1972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됐다.
까바는 샴페인처럼 병 속에서 탄산이 생기는 2차 발효를 거쳐 만드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프랑스 샴페인은 주로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샤르도네 세 가지 포도품종으로 만드는 데 반해, 까바는 스페인 토착 품종인 마카베오(Macabeo), 빠레야다(Parellada), 자렐로(Xarel-lo), 비우라(Viura)와 국제 품종인 샤르도네(Chardonnay)를 사용한다.
마카베오는 바삭하고 신선한 산미를, 빠레야다는 샤르도네처럼 섬세한 맛과 향을, 자렐로는 피노 누아처럼 바디감과 구조에 영향을 준다. 로제 까바에는 토착 적포도 품종인 트레파트, 가르나차, 모나스트렐과 피노누아 같은 품종이 사용된다.
스페인 까바 등급규정을 보면 기본급 까바는 기포 형성을 위한 2차 발효 후 샴페인(최소 15개월)보다 짧은 최소 9개월간 숙성하며 올리브색 라벨을 사용한다. ‘리제르바(Reserva)’는 최소 18개월 숙성하며 은색 라벨을 사용한다. 까바 ‘그란 리제르바(Gran Reserva)’는 최소 30개월 이상 숙성하는 고급 까바로 골드 라벨을 사용한다.
최근들어 더 높은 등급인 ‘파라헤 칼리피카도(De Paraje Calificado)’ 등급이 추가됐다. 포도밭 단위로 매겨진 등급인데 현재 9개 와이너리의 12개 포도밭이 이 등급을 획득했다. 10년 이상 포도밭, 36개월 이상 숙성, 손 수확이 기준이며, 마름모 모양의 금색 라벨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긴 5~6년을 숙성해서 출시해 차별화를 두고 있다.
스페인의 까바 생산자들은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과정에 과감히 기계 방식을 도입해 까바의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2021년 현재 까바는 연간 약 3억병을 생산하는 샴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2억5200만 병을 생산한다. 원산지 명칭 보호를 받는 까바의 주 생산지는 바르셀로나 근처 페네데스로 여기서 전체 까바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2012년 페네데스 생산자(DO Penedès)중 저가로 판매되는 까바의 고급화를 외치며 12명의 생산자가 ‘클래식 페네데스(Classic Penedès)’란 명칭으로 차별화를 시작해 현재는 18개 생산자가 참가하고 있다. 그들은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15개월 숙성한 리제르바급의 까바만을 2014년부터 생산하고 있다.
또 하나의 고급 브랜드는 2017년부터 시작해 현재 11개의 와이너리가 참가한 ‘코르피낫(Corpinnat)’이 있다. 코르피낫은 클래식 페네데스와 같이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해야 하며 반드시 기계가 아닌 손 수확을 해야 한다. 18개월 숙성을 기본으로 하며 30개월 이상 숙성한 와인과 60개월 이상 숙성한 와인도 최소 1종류 이상을 생산해야하는 까다로운 규정을 가진 고급 까바 브랜드다.
까바는 빈티지와 당도로 분류를 하는데 여러 수확 연도의 와인을 섞어 만든 논 빈티지와 포도 농사가 잘된 해의 와인으로 만든 빈티지 까바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까바는 샴페인처럼 단맛이 없고 청량감이 풍부하다. 당도 분류는 흔히 만날 수 있는 브륏(Brut, 0-12g/L), 단맛이 더 적은 엑스트라 브륏(Extra Brut, 0-6g/L), 브륏 나투르(Brut Nature, 0-3g/L)가 있다. 초보자를 위해 단맛이 조금 느껴지는 세미 세코(12-17g/L)도 있다. 세미 세코는 까바 입문용 혹은 과일과 같은 후식과 함께 즐기기 좋다.
까바의 음용온도는 5~7℃로 매우 차게 즐기는 게 좋다. 까바는 단맛이 없고, 가벼우며, 신선한 과실 향이 풍부해 그냥 마셔도 좋다. 대부분의 까바는 산미가 좀 있어서 샐러드, 건과일, 치즈, 파스타, 아시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15개월 이상 숙성한 리제르바 까바는 구운 향과 견과류 풍미, 크림 같은 질감을 지니고 있어 튀김, 오리고기, 돼지고기 등 기름진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까바를 마실때는 꼭 스파클링 전용잔이나 유니버셜 잔에 마시기를 권한다. 너무 넓은 레드와인잔에 마시면 기포가 올라오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도 없고, 입구가 너무 넓어 기포가 빨라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와인은 늘 격식을 갖출수록 조금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1~2만원대의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스페인 까바는 이미 대형마트에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할인 판매할 때 몆 박스 창고에 쟁여두고 한 병씩 꺼내 냉장고에 시원하게 쿨링해서 마시면 이번 여름을 더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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