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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방송 뉴스의 진입장벽 철폐하라
뉴스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으려면 진입장벽 낮춰야
‘외적 다원주의’ 강화하는 획기적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09 08:04:01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1920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규제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었다. 방송 규제가 시작된 것은 방송용 무선주파수가 겹치면서 혼선 현상이 벌어진 이후다. 이유는 마르코니가 무선 주파수 기술을 민간업자들에게 마구 팔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내용에 대한 규제는 이보다 훨씬 늦게 시작됐다. 1930년대 후반 방송내용이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 때문이었다. 특히 정치적 내용에 대한 법규제는 1949년에 처음 제정됐다. 논쟁적 이슈들을 다룰 때는 상충되는 시각들을 공정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형평의 원칙(fairness doctrine)’이다.
 
비록 1989년 공식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미국의 방송들에 준수해야 할 불문율처럼 인식되고 있다. 학문적으로도 방송의 정치 보도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원칙이다. 언론의 취재·보도 행위는 작성자의 주관성을 배제하기 힘들어 완벽한 객관성이 보장될 수 없다. 그러므로 상반된 시각들을 균형 있게 보도하는 공정성으로 대체한다는 원리다.
 
1989년 미국 의회는 형평의 원칙을 폐지하게 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개다. 하나는 이 원칙이 방송사들로 하여금 논쟁이 되는 중요한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회피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형평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해당사자들의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 같은 다채널방송들이 성장하면서, 뉴스를 다루는 전문 채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소수 지상파방송만 존재할 때는 보도 내용 안에서 다양한 시각들을 균형있게 보여주는 ‘내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지만, 이제는 다른 시각을 가진 다수의 방송들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외적 다원주의’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논리였다.
 
최근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된 KBS와 MBC의 시사 프로그램 패널이 극단적으로 불공정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현 정권 출범 이후 노골적으로 보여준 두 방송사의 정치적 편파성을 생각해보면 크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심지어 외국 순방 때마다 대통령 욕설, 빈곤 포르노 같은 가짜뉴스로 폄훼했던 것에 비하면 역설적으로 점잖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두 공영방송의 편파적 보도 폐해가 심각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TV 보도는 인·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독과점구조라는 데 있다. 지상파방송 3사와 4개 종합편성 채널, 그리고 2개 보도전문채널만이 뉴스 편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중에 KBS·MBC는 이른바 공영방송이고 YTN과 연합뉴스TV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는 TV의 보도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우리 방송 뉴스 시스템은 완전한 ‘내적 다양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가진 국가 중에 거의 유일하게 ‘보도채널’이라는 법적 용어를 가지고 진입을 통제한다는 것은 ‘외적 다원주의’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현행 법체제에서는 ‘형평의 원칙’ 같은 내용규제를 강화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보도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게 되면, 도리어 방송의 권력감시 기능을 더 약화시키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방송 뉴스 지형을 정상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결국 방송 보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개별 방송 보도의 독점력이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20~30% 수준을 유지했던 KBS와 MBC 종합뉴스 시청률은 한 자리 숫자를 오르내리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심지어 MBC는 일부 종합편성채널보다 영향력이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더구나 내부적으로 게이트키핑 시스템이 전혀 없는 인터넷 언론들의 걸러지지도 않고, 심의규제도 거의 받지 않은 허위·과장 보도들이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양적으로도 절대 열세고, 질적으로도 신뢰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소수 방송 뉴스로는 건강한 언론환경을 지탱할 수 없다. 방송 보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획기적인 규제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현 정부는 YTN에 대한 공기업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고, MBC를 1980년 언론통폐합 이전의 민영방송으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참에 아예 방송 보도 즉, 뉴스 전문채널 제도 자체를 폐지해 방송 보도의 ‘외적 다원주의’를 강화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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