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를 방관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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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독재자를 방관한 대가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2 00:02:40

인류 역사상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건 누굴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사람들은 독재자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먼저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아돌프 히틀러가 있다. 히틀러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으로 민간인을 포함한 공식 사망자만 5600여만 명으로 집계되고 비공식 사망자는 7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히틀러가 직·간접적으로 죽인 사람은 이 뿐만이 아니다. 1933년 집권한 그는 전쟁을 일으키기 전부터 유대인을 제도적으로 탄압했다. 1941년 나치당이 ‘유대인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책’을 내놓으면서 집단 총살과 생체 실험,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가스실 등을 통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량 학살을 벌이기 시작해 1945년 5월 종전 때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중 사망한 유대인은 600만 명에 달한다.

유력한 다른 후보로 ‘조지아의 인간 백정’ 이오시프 스탈린을 들 수 있다. 스탈린은 레닌이 죽은 뒤 자신의 독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숙청’을 벌였다. 1937~1938년에 걸쳐 사형이 집행된 인원만 68여만 명이다. 이 밖에도 무리한 집단농장 정책을 추진한 여파로 1932~1933년 우크라이나에서 ‘홀로도모르’라고 불리는 대기근이 일어나 1000만 명이 사망했다.

학자들은 스탈린 정권 아래서 학살당한 사람이 2000만 명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히틀러의 침공으로 공식적으로 소련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약 1800만 명이 사망한 것을 더하면 두 독재자가 죽인 소련인만 4000만 명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가장 유력한 후보는 마오쩌둥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는 1958년부터 토법고로(土法高爐)와 제사해(除四害) 운동으로 대표되는 ‘대약진 운동’을 펼쳤다.

‘전통적인 기술로 농민들이 강철을 직접 생산하자’는 토법고로는 생산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사용할 수 없는 불량 철을 만들면서 이를 위해 멀쩡한 농기구와 농기계까지 토법고로에 집어넣어 버렸다. 이 와중에 연료를 구하기 위해 나무를 모두 벌목하면서 민둥산을 만들고 이는 산사태로 이어져 결국 농업을 초토화 시켰다. 여기에 ‘사람에 해를 끼치는 모기·파리·쥐·참새의 4가지 해를 제거하자’는 제사해 운동으로 참새를 멸종 직전으로 잡으면서 참새가 잡아먹던 해충이 창궐해 흉년이 드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이 아사했다.

결국 ‘대약진 운동’이 실패하면서 발생한 대기근으로 1959~1961년 중국에서 학계 추산 3000만 명, 비공식적으로 최대 6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이 여파로 자신의 권력이 약화되자 마오쩌둥은 1966년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재확립한다. 이 혁명은 마오의 죽음과 함께 10년 만에 끝났지만 이 과정에서 최소 100만에서 최대 2000만 명이 학살당하는 등 희생됐다.

여기에 민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켜 군인과 민간인 포함 최소 200만 명이 죽도록 만든 김일성이나 ‘킬링필드’ 대학살로 전범재판 추정치로 캄보디아 인구의 최대 4분의 1을 죽인 크메르 루주 정권의 폴 포트도 손꼽히는 독재자이다.

주로 공산주의 정권에서 일어난 이러한 대규모 학살의 영향 때문인지 1991년 소련이 무너지고 공산주의 체제가 종식된 이후 서방세계는 경제 협력을 통해 독재자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들 나라가 생산하는 석유 등 에너지를 사고 기술을 이전하는 등 투자에 나서면서 그들의 성장을 도왔다. 물론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추진했겠지만 서로 경제적으로 얽히면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못할 것이란 믿음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30년간의 노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배신당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요청도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독재 체제를 이끄는 1인자를 물질적으로 만족시키는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다. 푸틴의 모험이 성공했다면 이는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시도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힘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30년의 평화를 누리면서 서방세계는 독재체제의 위협을 애써 무시한 채 군대를 감축하고 군사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선으로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했다. 대표적 제조업 강국 중 하나인 독일조차도 전차 등 무기 생산 라인을 복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사 효과로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 온 대한민국의 방산 수출이 지난해 17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더 이상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재자에게 끌려가지 말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을 다시는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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