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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몇 년간 마시다 보면 늘 갖게 되는 궁금증이 “이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은 어떤 걸까?“라는 것이다.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 매칭을 ‘와인 페어링(Wine Pairing)’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마리아주(Mariage)’라고도 하는데 이는 프랑스어로 결혼을 뜻하는 말이다.
생선·해물 요리에는 화이트와인이 잘 어울리고, 고기 요리에는 레드와인이 어울린다는 공식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와인페어링의 기본 상식이다. 생선 요리에 화이트와인이 어울리는 이유는 화이트와인의 산미가 생선의 비린 맛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고기 요리에 레드와인이 잘 어울리는 이유는 레드와인의 탄닌이 육류의 기름기와 느끼한 맛을 잘 잡아 주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생선 요리일수록 드라이 와인과 잘 맞고, 특히 굴 요리에는 오크숙성 하지 않은, 산미감이 강하고 신선한 샤르도네나 소비뇽 블랑이 적격이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굴을 먹을 때 굴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레몬즙을 뿌려서 먹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약간 달콤한 독일와인은 생선튀김과 잘 어울리고, 닭고기나 오리고기 등의 요리는 화이트와인이나 가벼운 레드와인과 잘 어울린다. 비프스테이크 같은 붉은 육류 요리나 불고기나 갈비에는 바디감이 있는 묵직한 레드와인이 좋다.
여기까지만 알아도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럼 꼭 지금까지 한 와인 페어링이 언제나 맞는 것일까?
와인과 음식의 매칭은 다분히 주관적인 것이다. 개인의 입맛에 따라 매칭이 최적일 수도 있고 그저 그럴 수도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음식과의 매칭 이야기는 최악의 매칭 사례를 통해 대중적이고 공통적인 매칭 사례를 소개하려는 것이다.
석화나 생굴을 먹을 때 오크통 숙성을 제대로 한 샤르도네 품종 화이트와인을 마시면 굴이 상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비린 맛이 느껴진다. 당연히 레드와인은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샴페인이나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은 샤블리·피노그리지오·쇼비뇽블랑 같은 드라이와인이 굴과 잘 어울린다.
흰살 생선회와 몇 년 동안 오크통 숙성을 한 고급 샤도네이는 바닐라의 느끼함이 강하게 느껴져 생선의 맛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버터에 구운 생선 요리나 해물찜과 같은 요리와는 매우 좋은 페어링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마른 오징어와 탄닌이 강한 레드와인은 비린 맛이 강하게 느껴져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오크숙성을 하지 않은 쇼비뇽블랑·피노그리지오가 잘 어울릴 것이다.
달콤한 케익과 드라이 레드 와인 또는 산미가 강한 드라이 화이트와인의 매칭은 케이크와 와인의 맛을 모두 죽여 버린다. 케이크에는 달콤한 디저트와인·포트와인·샴페인이 최상의 페어링이다.
순대와 탄닌이 강하지 않은 레드와인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매칭이지만 의외로 잘 어울린다. 필자도 가끔 길거리에서 순대와 간을 사서 늦은 저녁 식사를 대체할 때가 종종 있는데 가벼운 레드와인과 먹을 때 잘 어울려 신기한 페어링이란 생각을 했다. 순대볶음과 레드와인도 괜찮은 매칭이다.
피자나 파스타에는 바디감이 약한 레드와인과 모든 종류의 화이트와인·스파클링와인이 잘 어울린다. 단 바디감 있는, 오래 숙성된 레드와인은 피하자. 와인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그럼 한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모든 한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한 종류 고르라고 한다면 피노누아를 꼽을 수 있다. 피노누아와인은 바디감이 무겁지 않고 과실향이 좋아 한식과 먹을 때 가장 좋은 페어링을 보여 준다.
하지만 위에 소개한 매칭은 어디까지나 오랜 세월 동안 다수의 사람들의 입맛에 의한 통계적인 수치일 뿐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생선이든 육류든 누가 뭐래도 화이트 와인이 좋다면서 마시는 사람도 있다.
와인의 맛을 잘 아는 사람이란 ‘와인과 요리를 잘 매칭해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다. 즉 와인은 요리나 음식과 페어링해서 마셔야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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