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고통 주는 야간 불법집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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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민노총 ‘도심 노숙 집회’ 재발 없게 집시법 개정키로
오전0~6시 시위 금지... 경찰 정당한 공무집행 면책 보장
시민단체 “불법단체 구분해 집회 막으면 초헌법적” 반발

이건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23 13:55:51

정부가 ‘불법집회’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경찰에서도 특별 조처를 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으로 시민사회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초헌법적 발언’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22일 국민의힘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경찰의 공정한 공무집행에 대한 면책 조항도 만든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주 민노총의 광화문 집회는 국민께 충격을 안겨줬다”며 “퇴근길 교통정체로 불편을 겪은 것도 모자라 밤새 이어진 술판 집회로 출근길과 등굣길까지 쓰레기와 악취로 시민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헌법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질서 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전날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통해 집시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7일에는 서울시가 1박2일 동안 시청 인근에서 총파업 투쟁을 진행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변상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특히 건설노조가 청계광장·청계천·덕수궁 돌담길 등을 불법 점거하며 노숙·음주·흡연 등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16일 오후 집회 종료 이후에도 세종대로를 무단 사용한 점도 형사고발 근거로 들었다.

18일에는 경찰도 가세했다. 윤 청장은 ‘건설노조 불법집회에 대한 경찰청장 입장 발표’ 브리핑을 통해 “일상의 평온을 해친 이번 불법집회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간 문화제 등을 빙자한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할 것”이라며 “이번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에 대해서는 금지 또는 제한 조치하고 출퇴근 시간대 전 차로 점거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6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로 교통혼잡이 이어진 바 있다. 집회를 위해 세종대로 광화문부터 숭례문 방향 전 차로가 통제되기도 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많았다.

하지만 윤 청장의 발언을 비롯해 정부의 방침을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박경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이를 제한하겠다고 하니 초헌법적인 발언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면 제재하거나 해산시킬 수 있지만 사전에 예측하고 불법 단체를 구분해 집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편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애초에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하지 않고 갑자기 강경하게 나가는 것은 ‘뒷북’ 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도 “질서 유지를 위해 정부와 집회 단체 측에서 조율해 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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