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언제든 北·中·좌파에 되치기 당할 수 있는 한·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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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처리수 과학 아닌 정치 문제로 비화
좌익 선동 개입하면 언제든 죽창가 울려 퍼져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30 08:04:00

핵전쟁·환경오염·인구과잉을 비롯해 지구온난화나 남성 정자 수 감소에 이르기까지 인류 앞날에 대한 비관론자들의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미신을 무찌르는 훌륭한 무기가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매트 리들리의 저술 ‘이성적 낙관주의자’(2010·김영사)다. 책은 이른바 환경 디스토피아론이나 사이비 과학을 조롱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너끈하게 낙관한다.

리들리에 따르면 종말론중독자(apocaholics)들의 목소리가 그동안 지나치게 컸다. 폼 나는 생태주의자를 자처해 온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 미국의 주류를 공격하는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미국 좌파의 원조인 언어학자 놈 촘스키, 비관주의의 주문에 사로잡힌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이야말로 실제로는 거짓 예언자란 주장도 화끈하게 펼친다.

그런 매트 리들리를 우린 믿는다. ‘정치화된 과학’을 신봉하는 사이비 과학자들의 쉰 목소리 따위는 숫제 무시하는 게 좋다. 문제는 그런 사이비 과학을 국내 좌파가 그렇게도 편애한다는 점이다. 그걸 무기로 대중 선전 선동에도 썩 능하다. 그 진풍경을 요즘 새삼 보여 주는 게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다. “정화를 거친 일본 후쿠시마의 오염수 물이라면 1ℓ도 마시겠다”고 방사능 전문가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이미 밝혔다.

하지만 저들은 마이동풍이다. 각종 사법 리스크에 연루돼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오염수 시찰단에 대한 청문회와 오염수 투기 저지 국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한·일 간의 약속과 그에 따른 과학적 검증을 무시한 채 정치문제로 비화시키겠다는 검은 속내다. 시찰단이 어렵사리 최종 결론을 낸다 해도 그걸 무시한 채 ‘괴담 선동’으로 달려갈 건 불 보듯 뻔하다.

그게 어디까지 갈까. 저들은 후쿠시마 처리수 문제를 2002년 효순·미선양 사태·2008년 광우병 선동에 이은 2014년 세월호 선동, 그리고 7년 전인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동 수준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먹고 마시는 문제에 대한 국민의 잠재적 불안감을 가지고 장난치면서 반일 감정을 왕창 끌어올리기에 딱 좋은 아이템으로 보는 것이다.

목표도 자명하다. 단순한 수산물 문제가 아니다. 올 1~2개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궈 낸 한·일관계 정상화를 모두 뒤엎는 것까지 저들은 노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美) 국무장관의 말대로 한·일의 화해와 항구적인 협력은 중요한 전환점을 만드는 세계사적인 사건에 해당한다. 윤석열·기시다 커플의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은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 후보 명단에 올라야 마땅하지만 좌파에겐 보이는 게 없다.

근거 없는 낙관도 자리 잡고 있다. 한·일 문제는 미래 대 과거·상식 대 몰상식·과학 대 사이비 과학의 너무도 분명한 게임인데, 이게 쉽게 무너질 수 있을까. 실제론 언제든 되치기 당할 수 있다. 부글부글 끓는 이른바 민족문제에 대한 한국인의 미성숙한 자세, 여기에 기름을 붓는 좌익의 선동이 결합하면 언제라도 반일 죽창가는 이 땅에서 다시 울려 퍼질 수 있다. 지난 30년 현대사가 그걸 새삼 보여 준다.

결정적으로 북한 김정은과 중국이 뒷배를 봐 주는 상황에서 한·일의 화해와 항구적인 협력이란 배는 쉽게 뒤집힐 수도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강화도에서 불과 400km 떨어진 서해 맞은편에서 중국 원전 12개가 가동 중이다. 중국이 오염수를 마구 뿌리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 좌파는 그건 문제 삼지도 않는다. 오로지 후쿠시마 문제만 물고 늘어지자는 게 저들의 이중성이다.

더구나 반일의 바닥 정서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지난 20년 내외의 세월 동안 한국 사회 내부에서 반일은 이미 구조화되고 강화가 됐다. 아시는가? 우리가 혐오하는 세력인 정신대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가 커진 결정적 계기는 2011년 8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 당시 헌재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위헌(違憲)”이라며 정대협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였다.

한·일관계는, 아니 세상은 그 이전과 그 이후로 쫙 갈린다. 헌재의 결정은 결국 광범위한 반일 정서에 사법부가 굴복·편승한 셈이었다. 이후 등 떠밀린 국내 정치권의 무책임한 반일의 질주가 시작됐다. 한·일 관계를 고도의 국제정치적 판단 아래 다루길 포기한 채 좌파의 막무가내 요구에 끌려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한·일관계 정상화 이후를 차곡차곡 준비해야 한다. 반복하지만 이런 역사의 퇴행물을 모두 청소하지 않으면 저들은 반일 죽창가를 부르며 언제라도 역사 무대에 재등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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