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땅] 사돈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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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땅] 사돈의 유래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30 08:04:00

▲ ‘사돈’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설화의 주인공 고려조 문신 윤관 초상화. 나무위키

경기도 파주에는 3현(三賢)이 있다. 우리 민족이 지금껏 존재하는데 기여한 임금과 장수·학자·문인 등 역사에 걸출한 족적을 남긴 100대 위인 중 3명이나 파주에 연고가 있다. 과거 시험에 아홉 차례나 장원급제하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으로 불린 조선조 최고 유학자 율곡 이이(5위), 동북 9성을 개척한 고려조 문신 윤관(22위), 영의정 18년·좌의정 5년·우의정 1년 합쳐서 총 24년을 조선조 정승 자리를 지킨 황희(91위)가 그들이다.

이중 ‘해동 명장’ 윤관(尹瓘·1040?~1111) 도원수는 오연총(吳延寵·1055~1116) 부원수와 함께 17만 대군을 이끌고 여진족을 정벌하는 등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함주·영주·웅주·복주·길주·공험진·숭녕·통태·진양 등 9성은 이후 국경을 한반도 전체로 넓히는데 초석이 됐다.

유명한 인사는 설화를 남기 듯 윤관도 그럴 듯한 고사(故事)를 만들어냈다. 윤관은 오연총과 함께 공을 세웠고 자녀끼리 혼인을 시킬 정도로 우의가 두터웠다. 두 사람은 사는 곳도 비슷해 큰 개울을 끼고 이웃에 살았다. 한가할 때는 술병을 들고 서로 개울을 건너가 술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곤 했다.

어느 날 윤관은 집에서 담근 술이 익자 술병에 담아 오연총 집을 향해 길을 나섰다. 개울가에 이르렀으나 밤새 내린 비로 물이 불어 내를 건널 수 없었다. 마침 오연총도 술 생각이 나 술과 안주를 꾸려 윤관 집으로 가려다 불어난 개울과 맞닥뜨렸다.

합석을 할 수 없었던 윤관과 오연총은 각자 산사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멀리서나마 서로에게 술을 따르고 머리를 조아리며 건배하는 시늉을 하는 등 서로에게 예를 표하며 잔을 비웠다. 이편에서 “한 잔 합시다”하고 머리를 숙이면, 저편에서 “한 잔 듭시다” 하고 머리를 조아리길 반복하며 술을 마셨다. 이래서 생겨난 말이 ‘사돈(査頓)’이다. 사(査)는 ‘산사나무 사’이고, 돈(頓)은 ‘머리 조아릴 돈’이다.

그후 사돈은 ‘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 사이 또는 그 집안의 같은 항렬이 되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상대편을 이르는 말’로 굳어졌다. 물론 사돈이라는 말이 만주어 ‘사둔’이나 몽골어 ‘사든’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는 몽골의 부마(駙馬·임금의 사위 곧 공주의 남편)국으로서 몽골은 우리나라를 ‘사돈의 나라’라고 칭하기도 했다. 조정진 편집인

조정진 기자 jjj@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