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제약 명가 광동…본업보다 부업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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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매출 순위 5위…식품음료 유통 비중이 57%
전문의약품 취약…비만치료제 등 신약 연구개발 지속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30 15:15:29

▲ 서울 한 대형마트 진열대에 광동제약에서 제조 유통하는 대표 브랜드 비타500 박스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광동제약은 전문의약품보다는 비타500과 삼다수,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 약국보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손닿으면 잡히는 각종 음료수 유통기업으로 성장해 강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그만큼 최근 몇년 사이 매출에서도 음료•수입의약 판매대행 등 유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 수익을 올리며 사세는 확장됐는데 제약회사라는 이미지는 오히려 추락했다는 평가가 관련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광동제약은 제약업계 매출액 순위 5위의 기업이다. 광동은 1분기에 매출액 2143억원·영업이익 149억 원을 달성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139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와 99%가 늘어났고 1분 당기순이익은 두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약 1조4000억 원이었는데 영업이익은 382억 원이었다.

광동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비중은 각각 F&B(식품음료)영업부문(약 1200억원)이 57%, 약국영업(약 520억 원)이 24.4%, 전문의약품(약 310억 원)이 14.6%를 차지했다. 세 부문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식음료와 의약품으로 분포돼 있어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매출 영업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광동제약의 가장 약한 고리는 전문의약품(ETC) 부문이다. 다른 부문에 비해 ETC 부문의 상대적인 소홀함에 따라 제약사라는 정체성 자체를 스스로 지워 가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의약품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군이 갖추어지느냐에 따라 회사가 크게 성장할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올해 1분기 ETC 매출은 △백신을 비롯한 면역주사제(약 114억원) △ 전립선암·유방암을 비롯한 항암제(약 52억 원) △정맥기능개선제 베니톨(약 22억원 원) △비타민D3 주사제 비오엔(약 9억5000만 원)으로 제약사의 주요 전문의약품 수익원이라고 보기엔 미미한 수준이었다.

겨우 전문의약품 매출도 GSK의 백신류(△로타릭스 △부스트릭스 △싱그릭스 △멘비오 등)를 국내에서 유통판매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제약사가 아닌 유통기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TC 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우선은 경쟁력 있는 제네릭 제품군을 갖춰 ETC 매출을 끌어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진료 과마다 상징적인 제품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제약회사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제품이 좋든지 아니면 물건이 많아야 손님이 구경이라도 하는 이치다.

사측은 1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신약 연구개발(R&D) 방향을 비만치료제와 여성성욕저하치료제 등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하는 전문의약품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광동이 국내에 독점 라이선스 계약한 여성성욕저하장애 치료제 바이리시는 매출 상승이 가장 많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여성의 성욕저하장애 치료를 위한 α-MSH의 합성 유사체로서 MC4R의 자극을 통해 성적 행동을 증가시키는 원리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복약 후 돌출행동주의가 없으며 알코올 섭취와의 상관관계가 없고 필요 시 간편하게 사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임상3상 가교시험 진행 중이다.

또 하나 기대되는 약물은 코드명 KD101로 비만 치료약이다. 신호전달체계를 통해 지방세포 분화를 억제하고 지방축척을 억제한다고 알려졌다. 2020년도에 2상 임상시험 종료한 뒤 현재는 임상 2상 시험 프로토콜과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광동제약은 유통기업으로 전락했다는 세간의 비판에도 전문의약품 연구개발에 더해 특화된 한방제품과 차별화된 일반의약품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이 내놓은 1분기 보고서는 광동의 신약 연구개발 방향을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설정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R&D 협력 확대와 해외 거래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제품군을 보강하겠다는 것.

그럼에도 광동제약의 1분기 매출액에서 나타나듯 식품음료부문인 이른바 '물장사'가 회사를 먹여살리고 이끌어 가는 주 수입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삼다수(약 730억 원)가 34.1%였고, 그 다음으로 △비타500(약 210억 원)으로 9.8% △옥수수수염차(약 105억 원) △헛개차(약 102억 원)가 뒤를 이었다.

광동제약이 유통만 담당하는 삼다수를 제외하더라도 비타500을 정점으로 옥수수수염차와 헛개차는 꾸준하게 팔리는 제품으로 음료시장만 한정해서 보더라도 제품력으로는 기존 식음료 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약국영업 또는 일반의약품(OTC)부문에서는 1분기 매출액이 청심원류가 약 190억 원을 벌어들여 전체 OTC 판매 비중의 8.9%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했다. 쌍화탕류와 비타500류가 각각 약 3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광동제약의 청심원류가 매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 최수부 회장이 1963년 창업한 광동제약은 최성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 부회장은 서울대 경영대학과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2년 광동제약에 입사했다가 2015년에 대표이사로 승진해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