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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르바(Reserva)’란 용어가 처음 쓰이게 된 건 와인 생산자가 농사가 잘된 해의 와인을 병입해 바로 판매하지 않고 일정 기간 묵혔다가 판매하면서부터다. 세월이 지난 요즘 ‘리제르바’의 표기는 오크 배럴(오크 통)에서 일정 기간 숙성된 와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오랜 기간 숙성하지 않은 와인에 대해서도 리제르바란 표기를 하는 나라가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와인의 숙성기간과 상관없이 알코올 농도가 13%를 넘는 경우 리제르바란 표기를 붙일 수 있으므로 구매 시 주의해야 한다.
‘리제르바’란 표기가 붙은 와인은 오크 칩이나 오크 파우더로 화장하지 않고 오크 통에서 제대로 숙성된 와인을 의미한다. 오크 숙성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오크 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된 리제르바 와인을 일반 와인에 비해 더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제르바 와인은 무조건 좋은 와인이라는 선입견은 버리는 게 좋다. 일부 국가에는 다른 와이너리의 일반 와인보다 품질이 더 떨어지는 리제르바 와인을 내놓는 와이너리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리제르바에 연연하기보다는 와이너리가 우수한 와이너리인지를 먼저 판단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프랑스를 제외한 많은 나라들에서 사용하는 리제르바란 용어는 영어 ‘reserve’의 스페인어 표현이다. ‘reserve’의 의미는 ‘따로 남겨둔’ ‘비축(물)’ 이란 뜻이다. 좀 더 오랜기간 숙성된 와인에는 그랑 리제르바(Grand Reserva)라는 표기가 붙는다. 리제르바는 국가에 따라 리저브(Reserve)로 표기하기도 한다.
‘리제르바’ 표기를 법으로 규정하는 나라에는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오스트리아 등이 있고 미국·호주·남미 국가들에선 특별한 규정 없이 와이너리의 자체적 판단으로 표기하고 있다.
스페인은 리제르바 아래에 ‘크리안자(Crianza)’라는 등급이 있다. 이것은 2년의 숙성기간 중 6개월 이상(리호하 지역과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은 1년)을 오크 숙성한 레드와인을 의미한다. 화이트와인이나 로제와인의 경우에는 18개월의 숙성기간 중 6개월 이상 오크 숙성을 한 와인에 ‘크리안자’ 표기를 한다.
레드와인의 경우 출시되기 전 최소 3년 이상 숙성을 해야 리제르바 표기를 할 수 있다. 오크 숙성은 12개월 이상 해야 한다, 화이트와인이나 로제와인의 경우는 2년 이상 숙성해야 하며 오크 숙성은 6개월 이상 해야 한다.
‘그랑 리제르바’는 레드와인의 경우 5년의 숙성기간을 거치며 그중 최소 18개월 이상 오크 숙성을 해야 한다. ‘리호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에선 24개월 이상 오크 숙성을 해야 그랑 리제르바의 표기를 붙인다. 그래서 이 두 지역 와인의 품질이 더 좋은 편이다. 화이트와인과 로제와인은 4년의 숙성기간 중 최소 6개월 이상 오크 숙성하면 된다.
노블레(Noble)는 18개월 오크 숙성된 와인에 표기하며 아네호(Anejo)는 24개월 오크 숙성, 비에호(Viejo)는 36개월 오크 숙성된 와인에 표기한다.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도 리제르바는 최소 15개월, 그랑 리제르바는 최소 30개월 숙성시킨 뒤 출시한다.
포르투갈은 듀오로와 포르토 지역의 와인협회에서 포도원과 와인에 관한 법규를 정해 인증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는 리제르바를 ‘헤제르바(Reserva)’라고 발음하는데, 이 협회에서 시행하는 와인 분석과 블라인드 시음을 통과한 우수 품질의 와인에 헤제르바라는 표기를 한다. 포르투갈의 헤제르바 와인은 규정 알코올 함량보다 0.5% 이상 더 높은 것으로, 특정지역에서 나오거나 여러 지역의 와인이 블랜딩 된 것일 수도 있다.
이탈리아에선 일반 와인에 비해 더 오랜 시간 오크 통에 숙성한 경우에 한해 리제르바 와인이라는 표기를 사용할 수 있다. 토스카나의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Chianti Classico Riserva)’는 출시 전 최소 27개월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데 병 숙성은 최소 3개월 이상 해서 출고한다. 와인을 오크 통에서 얼마 동안 숙성시키는지는 와이너리마다 다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Brunello di Montalcino Riserva)’와 ‘바롤로 리제르바(Barolo Riserva)’는 최소 5년 숙성해야 한다. 오크 배럴 혹은 캐스크(와인을 숙성·저장하는 데 쓰는 통으로 배럴보다 크다)에서 2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 일반 와인보다 1년 더 숙성시켜 출시한다.
바르바레스코 리제르바(Barbaresco Riserva)도 일반 바르바레스코에 비해 1년 더 숙성시키는데 출시 전 최소 4년 동안 숙성시킨다. ‘몬테풀치아노 리제르바(Montepulciano Riserva)’는 출시 전 최소 3년 숙성시킨다. 일반 몬테풀치아노 와인보다 1년 더 숙성해야 리제르바 표기를 할 수 있다.
미국·칠레·호주·뉴질랜드에선 리제르바에 대한 별다른 규정 없이 표기를 하고 있다. 일반 와인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녔을 때 리제르바 표기를 한다. 예를 들면 가장 좋은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를 사용했을 때, 아주 좋은 빈티지의 와인일 때, 평균 숙성기간보다 더 오래 숙성시켰을 때 등등이다. 구입 시 가장 큰 문제는 일반 와인보다 뛰어나서 레제르바(리저브)를 붙였는지의 여부를 병만 보고는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와인은 무조건 오래 숙성될수록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와인 중 90% 이상은 1년 안에 마셔야 하는, 숙성이 의미없는 와인들이다. 5년 이상 숙성시켜야 좋은 와인은 1%도 되지 않는다. 상업적 이유로 무조건 숙성시켜 비싸게 판매하는 와인도 있을 수 있다. 와인 중엔 오래 숙성될수록 깊은 맛을 내는 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와인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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