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부동산가격 더 하락하면 금융위기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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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사태, 부동산의 양면성 무지에서 온 충격
문재인정부 시절 ‘영끌’ 대출이 가격 하락으로 부실화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10 06:32:00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가 일파만파다. 금융당국이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 금융권 전체 시스템리스크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문제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가 건설업·부동산업에 내준 기업대출 잔액은 56조4000억 원, 연체율은 9.23%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준의 연체율이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비슷한 성격인 ‘관리형토지신탁’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데 관련 대출 잔액은 2020년 2조8795억 원에서 2021년 9조992억 원, 2022년 15조 원으로 확 늘어났다.

부동산 사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PF는 증권사·저축은행·보험사·캐피털·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권 금융회사들이 많이 참여해 전체 부동산 PF 대출 130조 원 중 비은행권이 86조 원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가파른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 등 비용은 오르는데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많은 부동산사업장이 부실화되고 있다. 전국 3600여 개 부동산 PF 사업장 중 500곳 정도가 ‘부실 위험’ 상태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액이 28조 원에 이르는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15.9%에 달하고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연체율은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채권 시장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다. 이들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내다 팔면서 채권 값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등 채권 시장이 경색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전 업권의 부동산 PF 대출 채권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PF 대주단을 올해 4월 말부터 발족했다. 누적 기준 91곳 사업장에 대해 PF 대주단 협약을 적용하고 그중 66곳 사업장이 만기유예 등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조 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9월부터 부동산 PF 사업장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좀 더 서두를 필요가 있다.

한편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 인하 등 손실을 감내하는 결정을 내렸다. 건설사와 부동산 대출을 한 금융권에 손실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점검에서 새마을금고의 최근 연체율이 상승 추세지만 PF·공동대출의 경우 높은 상환순위 및 담보인정비율(LTV) 감안 시 회수가 가능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등 예금자를 안심시키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2월 이후 두 달간 새마을금고 예금 잔액은 6조9889억 원이 감소했다.

최근 사태는 부동산의 양면성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오는 충격이다. 부동산가격은 너무 올라도 무주택 서민들에게 타격을 주지만 오른 가격이 갑자기 큰 폭으로 하락하면 최근처럼 금융부실 문제를 초래하고 심할 경우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되어 금융위기를 초래한다. 문재인정부 동안 부동산가격이 폭등해 이러다 평생 집을 마련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영끌’ 대출이 급증한 것처럼 부동산가격이 오를 때 이미 많은 대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대출들이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부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집값 급락과 미분양 급증 탓에 100대 건설사 중 45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결국 저축은행 30곳이 문을 닫는 충격을 주었다.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서 부동산가격 상승기의 높았던 전세를 만기가 되었는데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문제가 발생하고 신규아파트는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로 아파트 건설 공사가 대거 중단되면 3~5년 후 주택 공급 부족 사태가 나타나 다시 집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이라고 한다. 미국 예일대 경제학 교수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부채디플레이션이 대공황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장기불황도 부채디플레이션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가격이 급등도 문제지만 급락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하향 안정세가 더 지속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는 보도다. 부동산가격만 보면 무리한 주장이 아닐 수도 있지만 금융도 같이 보면 적절한지 우려가 되는 측면도 있다. 경제란 언제나 균형 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지금은 부채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금융부실 차단과 역전세 대책에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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