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룡의 와인이야기] 무더위에 마시는 와인 칵테일 ‘상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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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13 06:32:00

마트에 가서 와인을 고르다 보면 ‘상그리아(Sangria)’라고 표시된 와인을 종종 볼 수 있다. 때론 페트병에 1.5리터의 대용량으로 포장되어 있기도 해서 이 와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궁금할 때가 있을 것이다.

‘상그리아’는 품질이 떨어지는 와인을 맛있고 편하게 마시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일종의 와인 칵테일이다. 스페인어의 'sangre(피)' 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상그리아는 와인에 과일·과즙·탄산수를 섞어 만든 스페인의 가향 와인으로, 브랜디나 코냑 같은 술을 첨가하기도 한다. 가향 와인은 와인 발효 전후에 과일즙이나 천연향을 첨가해 차별화된 향을 낸 것으로, ‘베르무트(vermouth)’와 상그리아가 대표적이다.

상그리아와 비슷한 ‘뱅쇼’도 요즘 많이 볼 수 있는데, 뱅쇼는 와인에 과일과 향신료를 첨가하고 따뜻하게 가열해 만든 음료로, 주로 겨울에 마신다는 차이가 있다.

상그리아는 스페인의 가정에서 만들어 마시는 전통적인 음료로,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시원하게 마신다.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기초로 사과·오렌지·레몬 등의 과일을 얇게 저며서 넣고 당분을 첨가하면 새콤달콤한 와인 칵테일이 된다.

전통적으로는 레드와인을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과 과일을 섞어 만든다. 화이트와인으로 만든 상그리아는 상그리아 블랑카(sangria blanca)라고 부른다. 무알코올 상그리아는 와인 대신 포도쥬스를 이용해 만든다.

요즘처럼 연일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는 드라이와인도 마시기 힘든 게 사실이다. 여름엔 11도 안팎의 도수가 낮은 레드와인이나 탄산 가득한 스파클링와인을 자주 마시게 되는데 무더위엔 ‘상그리아’가 가장 마시기 좋다.

가정에서도 상그리아를 만들 수 있다. 먼저 껍질을 깨끗하게 씻은 사과·오렌지·레몬을 얇게 썰고, 큰 병에 담은 후 설탕을 살짝 넣어 준다. 적당량의 와인을 넣어 뚜껑을 닫은 후 냉장고에 넣고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기호에 따라 탄산수나 사이다를 첨가해 마시면 청량감이 더 좋아진다.

상그리아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연중 언제나 마시는 와인 칵테일이다. 특히 더위를 식혀 주기 위해 여름철에 많이 마신다. 집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가볍게 즐기는 파티나 브런치 모임에 빠지지 않는 메뉴다.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도 잔이 아닌 피쳐에 담은 상그리아를 주문해 여럿이 나누어 마시기도 한다.

상그리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쑤라(zurra)는 스페인 남부 일부 지역에서 복숭아나 살구를 넣어 만들고, 망그리아(mangria)는 레드와인에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를 섞어 만든다.

카바 상그리아(cava sangria)는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를 넣어 만들고, 틴토 데 베라노(tinto de verano)는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명하다. 레드 와인에 레몬에이드나 레몬향의 탄산음료를 섞은 틴토 콘 리몬(tinto con limon)이 가장 대중적이며 클럽소다 같은 가세오사나 카세라를 섞기도 한다.

칼리모초(calimocho)는 바스크 지방에서 주로 만들어 마시는 것으로 레드와인에 콜라를 섞어 만든다. ‘kalamoxo(칼리모초)’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레부히토(rebujito)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상그리아로 화이트 와인이나 셰리주(酒)에 사이다를 섞어 만든다.

▲ 여름철에 마시는 상그리아는 와인에 과일과 탄산수 등을 첨가해 만든 와인 칵테일이다. 마리아 오레 상그리아.

상그리아는 원래 스페인산 레드와인을 이용해 만들었으나 최근에는 화이트와인뿐만 아니라 프랑스 샴페인·이탈리안 스푸만티·스파클링 와인·과일향이 있는 미도리 리큐르·오렌지향의 그랑 마니에르·럼·보드카·위스키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을 조합해서 만든다.

상그리아는 주로 피쳐에 담아서 서빙을 하는데 잔에 따를 때 안에 넣은 과일이나 얼음이 같이 나오지 않도록 위에 뚜껑이 있거나 주둥이 쪽이 살짝 좁게 생긴 피쳐를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유리로 만든 피쳐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마시는 동안 차가운 온도가 잘 유지되고 안에 들어 있는 과일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마땅한 피쳐를 찾지 못했다면 펀치볼에 국자와 같이 내어 과일까지 같이 떠서 먹도록 준비한다. 이 경우에는 과일은 작은 크기의 베리 종류를 이용하거나 칼로 미리 잘라 와인잔에 들어가 마시면서 같이 먹기 좋도록 한다. 상그리아는 와인 잔에 마시기도 하고 투명한 유리로 된 두꺼운 물잔에 마시기도 한다.

한번 만들어 놓은 상그리아는 가능하면 당일, 늦어도 3일 이내에는 다 마시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오래 재워 놓으면 오렌지나 레몬 껍질의 쓴맛이 다 우러나와서 마시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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