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이번주 ‘한경협’으로 간판 교체… 4대그룹 합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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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계 소통 창구… 기업들에 강요성 기금 갹출하기도
문재인 정부 시절 ‘전경련 패싱’ 수모 겪기도
한경협 가입 여부 놓고 4대 그룹 여전히 고민 중

김준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20 10:24:11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번 주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매개로 한 정경유착의 실상이 드러난 만큼 이런 우려를 불식하는 것이 한경협의 최대 과제다.

한경협의 ‘과거와의 단절’이행 여부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이 한경협에 합류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에서 기관 명칭을 한경협으로 바꾸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경협은 1961년 전경련의 전신으로 설립된 경제단체의 이름이었다. 한경협이라는 명칭을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이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안건도 처리된다. 또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선임하는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2월부터 6개월 동안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상임고문으로 남아 한경협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동안 전경련은 정부와 재계 간에 소통 창구가 주된 역할이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정부의 요구로 기업들에 사실상 강요성 기금 갹출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출연금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경유착으로 조직의 근간까지 휘청거렸던 전경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 ‘패싱’에 가까운 수준으로 소외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일·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을 이끄는 등 위상은 회복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앞서 5월에 전경련이 명칭 변경 등을 포함한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정치권력과 유착 가능성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두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트라우마가 작용했다.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윤리경영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윤리경영위는 집행부와 사무국이 추진하려는 특정 사업이 회원사에 유무형의 외압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정부와 관련된 기금 출연 등은 반드시 윤리경영위 심의를 통과해야만 사업 집행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기관이던 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정체성 전환을 꾀하는 것도 정치권력과 일정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같은 혁신안이 본격적으로 실천되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경협 가입을 검토 중인 4대 그룹도 이런 문제 때문에 재가입 여부를 놓고 아직 고민이 많다.

일단 4대 그룹은 이번 총회를 통해 한경협의 형식상 회원사로는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이들 그룹은 전경련에서는 탈퇴했지만 산하 연구기관인 한경연에는 주요 계열사들이 회원사로 남아 있어 한경연이 한경협으로 흡수 합병되면 자동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된다. 4대 그룹은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4대 그룹이 전경련 탈퇴 당시 내세운 명분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는 판단이 서면 4대 그룹도 본격적으로 한경협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준구 기자 jk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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