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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병상 부족은 의료 쇼핑에 과잉 진료 탓”', '‘오픈런’ 사태까지 빚은 소아청소년과 폐과가 우려가 팽배하다....'))
‘오픈런’ 사태까지 빚은 소아청소년과 폐과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5월 서울 시내에서 입원실을 못 찾은 5세 아이가 구급차에 실려 다니다가 사망했다. 소청과의 응급진료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장은 의료계 전반으로 번졌다. 필수의료 진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의사 수 증원’이 관건이다. 정부는 초고령화까지 예상되는 현재 만성질환 및 치매 등을 앓는 환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한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 등의 의료선진국에서 의사 수를 증원했다며, 2025년부터 당장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는 6월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어 의과대학 정원 문제 논의를 본격화했다.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의료계 특히 의사협회의 강한 반대 때문이다. 증원을 밀어붙이는 정부에 ‘파업’까지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얽히고설킨 ‘의사 수 증원 문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공공병원에서만 ‘20년’ 근무, 공공의료를 지키는 자긍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동규 서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을 만났다.
◆ 입원할수록 돈 버는 ‘건보·실손보험 구조’로 ‘병상 부족 착시 효과’
신 과장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착시 효과’라고 짚었다. 이미 2020년 ‘OECD 보건통계’에서 한국은 인구 대비 병상 수에서 인구 1000명당 ‘12.7개’ OECD 평균인 4.3개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공공병원 증설’로 병상을 늘리는 건 현재에도 만연해 있는 ‘과잉진료·의료 쇼핑’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기 전에 공급자 측의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의료 이용자의 문화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해요. 이런 구조로 보면 간단하죠. 한국은행에서 1년에 수천억 원의 돈을 발행하고 나면 이 돈이 다시 여러 형태의 파생상품으로 재창출되어 몇곱절의 화폐가 시중에 돌게 되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에요. 병원도 마찬가지죠.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인구 대비 병상 수를 가졌는데, 왜 병상이 모자란다고 느낄까요?”
“예를 들어 보죠. 2020년 기준 총 24만8000명 정도의 암환자가 발생했어요. 암 유병자 수는 227만6000명(2020년 기준)으로 전 국민의 4.5%가 하나 이상의 암을 가지고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많은 암환자들이 수술·항암 치료 이후에 집에서 쉬는 것이 아니란 거예요. 대부분 다시 3차 의료기관을 거쳐 2차·1차 의료기관에서 요양형태로 입원 치료를 받아요. 집으로 안 돌아가고 여러 병원을 뱅뱅 도는 거예요. 이런 게 항상 병상 부족 원인의 한 축으로 작용하게 되는거죠.”
그는 ‘의료 쇼핑’에 과잉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은 ‘공짜’에 가까운 치료가 가능한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 주 원인이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외래는 50%, 입원 치료의 경우 20%를 본인 부담으로 지불하게 되어 있어요. 서적십자병원의 경우 외래 초진을 보면 9500원을 내고, 재진을 본 환자들은 7200원을 냅니다.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6인실 기준 하루 입원료가 내과 병동은 1만5600원, 외과 계열 병동은 1만3300원의 입원료를 내죠.”
“사실 외과의사로서 왜 외과 병동 환자들이 더 낮은 금액을 내는지 잘 이해가 가질 않아요. 원가 보전도 안 되는 상처 드레싱을 할 때마다 병원에 적자가 발생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에요. 그것도 하루 두 번 이상 드레싱을 하면 아예 청구를 못하게 막혀 있어 두 번째부터는 공짜로 드레싱을 하게 되는 거예요.”
“문제는 사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은 입원 보험금을 하루에 3만~5만 원씩 받으니 입원 일수가 길어질수록 마치 일당을 받듯 보험금을 받게 되는 구조라서 돈을 벌어 가요. 의료보험 가입 환자들은 자기 입원비 부담이 0원인 데다 여윳돈까지 생기니 가벼운 질환만으로도 입·퇴원을 반복하는 거예요.”
“서구에서는 퇴원하면 대부분 집으로 가서 쉬고 병원에 남지 않아요. 제가 최근에 해외 유명 저널에 실린 미국의 유방암 수술비를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유방암을 입원해서 수술하면 1억 9000만 원 정도가 드는데 당일 입원 당일 수술 오후에 퇴원하는 ‘Ambulatory surgery’을 시행할 경우 비용이 급감하며 환자에게도 안전하다는 내용이었죠. 우리나라에서는 유방암 수술 받고 퇴원까지 하면 환자 비용이 50만 원이 채 되지 않아요. 이게 악순환의 시작점이에요.”
“한국에서는 입원을 하면 돈을 벌어가고, 병원은 쉼터가 되죠. 200만 명에 달하는 암환자들이 대학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OECD보다 3.3배나 많은 병상을 보유하고서도 늘 병원에 가면 자리가 없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에요. 이 구조를 깨야지 병상 부족 문제가 해결돼요. 무조건 늘리는 건 답이 아니에요.”
◆ 하루 10곳~12곳 들러 ‘의료 쇼핑’에도 본인 부담 거의 없어
그는 의료 쇼핑 문제도 꼽았다. 지난해 한 해 2050회 병원을 찾아 한 해 동안 2690만 원의 건강보험 보상금을 타 간 40대 여성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건보 가입자 연평균 급여비(149만3000원)의 1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4.7일이다. OECD 평균은 5.9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병·의원에 매일 가도 20~30%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되는 데다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본인 돈을 거의 내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고액의 MRI 촬영까지 건보로 지원해 주는 문재인정부의 ‘문케어’도 같은 맥락에서 ‘도마’에 올랐다. 덕분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서 ‘건강보험재정 적립금 고갈론’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기준 건강보험공단은 2018년 1778억 원·2019년 2조8243억 원·2020년 3531억 원의 적자를 냈다. 감사원은 이른바 ‘건보 7년 시한부론’을 주장했는데 건보 적립금이 2029년 완전히 소진될 것이라는 것. 이에 대해 신 과장은 ‘과잉 의료 쇼핑도 멈추자’고 주장했다.
“하루에 10·20곳씩 돌아다니며 의료 쇼핑을 하는 환자들과 불합리한 목적으로 병원을 찾는 이상한 환자들 때문에 늘 의료자원의 불균형이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이 유발되고 있어요. 지금 필수의료 붕괴가 심각하잖아요. 고질적 저수가와 원가 보전도 안 되는 필수의료 체계에 과잉 진료를 즐기듯 하는 국민성을 수술하지 않는 한 의사 수를 아무리 증원해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을 거예요.”
“정부예산을 늘리고 무엇보다 국민 건강보험료를 더 올려야 해요. 이렇게 모인 재원으로 공공병원의 생명에 직결되는 과를 지원해야 해요. 이 같은 시그널이 하나도 없는데, 의사 수를 증원하겠다고 밝히면 밥 그릇 싸움 하는 싸움터에 파이터 하나를 더 집어넣는 처사가 될 거예요. 누구도 반가워 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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