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약관법 무시한 각종 포인트 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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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06 00:02:40

해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정무위에서 단골로 지적되는 사항이 소멸시효가 경과된 신용카드사의 포인트에 관한 문제이다. 정치권은 매년 수백억의 눈먼 돈을 신용카드 회사가 꿀꺽하는 게 상당히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런데 신용카드 포인트 못지않게 통신·유통업계의 소멸 포인트와 낙전수입도 재벌 계열사에 매년 수백억 원의 눈먼 돈을 공짜로 안겨주고 있지만 정치권의 입방아에 오르는 횟수는 빈약하다.

게다가 신용카드 포인트나 항공 마일리지보다 짧은 소멸시효 때문에 재벌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눈 먼 돈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무효로 하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위배될 소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해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포인트의 소멸시효는 아직 판례 등을 거쳐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다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기업이 개별약관을 통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대법원 2005. 5.27. 선고 2005다7863)은 “당사자 쌍방에 대해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해서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 64조에서 정한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고 그 상행위에는 (중략) 상인이 영업을 위해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각종 포인트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상행위(상인이 영업을 위해 하는 보조적 상행위)로 인해 발생한 채권이고 5년이라는 소멸시효 기간을 두어야 한다. 신용카드 회사나 주유업계 등이 5년이라는 소멸시효를 두고 있고 항공사의 마일리지는 10년이라는 소멸시효를 두고 있다. 그러나 통신·유통업계에서는 개별약관을 통해 5년보다 짧은 소멸시효를 두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민법 184조 2항 ‘소멸시효는 법률행위에 의해 이를 배제·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으나 이를 단축 또는 경감할 수 있다’는 규정을 준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민법 조항을 준용해 소멸시효를 5년 미만으로 단축한 개별약관이 무효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소멸시효를 1년으로 정한 통신 3사의 멤버십 포인트 약관은 약관법 위반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2017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은 소비자의 68.8%가 ‘유효기간의 경과(포인트 소멸)’를 이유로 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소멸된 통신사 멤버십 포인트는 1744억 원(1포인트=1원)에 이른다. 통신 3사가 짧은 소멸시효를 매개로 매년 평균 349억 원의 눈먼 돈을 가져가는 횡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시효가 완성된 각종 포인트나 낙전수입을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의 재원으로 출연하자는 입법 발의는 앞선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수차례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눈 먼 돈을 허공으로 날리게 될 업계의 로비가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선불 전자지급 수단의 미상환잔액(낙전)을 서금원의 재원으로 출연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과 미상환 상품권 수익의 서금원 출연을 의무화하는 상품권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되어 있지만 입법 계류 중인 상태로 21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내년 6월이 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폐기 된다.

서금원은 대부업·불법사금융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15.9%의 서민금융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서금원의 특성상 조달금리가 없기 때문에 15.9%라는 금리는 연 6%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부업계나 저축은행업계의 연리 20% 대출상품보다 훨씬 높은 이자율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9%라는 고금리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이유는 재원 고갈 때문이다. 저신용자 대상 대출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재원 고갈은 빠른 반면 재원 조달의 길은 막혀 있어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위한 궁여지책으로 금리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서금원이 무늬만 금융복지 기관일 뿐 사실상 고리대금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김흥수 khso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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