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불확실성 증대 속 금리동결·미시적 구조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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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동결 딜레마와 중동정세의 불확실성에 직면
통화정책·재정정책 등 전통적 거시정책으론 한계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23 06:31:3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연 3.50%)으로 동결했다. 올해 2·4·5·7·8월에 이어 6회 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한국은행의 ‘딜레마’ 상황이 1월 이후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준의 연방기금금리 상단이 5.5%이므로 2.0%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그에 따라 강달러 환차익으로 인한 외국인투자자금 유출, 외환보유액 방어, 원/달러 환율 상승, 다시 급증하는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출 소비 부진 속에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고 가계와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9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7월 말 미국(기준금리 5.25∼5.50%)과의 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2.0%p까지 벌어진 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자금 유출 압박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미국 국채 금리가 뛰면서 이달 4일 원/달러 환율(종가 1363.5원)은 지난해 11월10일(1377.5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도 9월 14억3000만 달러 빠져나가 8월(-17억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물가도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7%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앞으로 유가가 빠르게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이 1분기(0.3%)보다 높아졌지만, 세부적으로는 작년 하반기 이후 수출 부진 속에서 성장을 홀로 이끌었던 민간소비(-0.1%)마저 설비투자(-0.2%)·정부소비(-1.9%) 등과 함께 뒷걸음쳤다. 그나마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순수출(수출-수입)만 늘면서 겨우 역성장만 피한 상태다. 외자유출 환율상승에도 미국 등 선진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올려 경기를 더 얼어붙게 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도 금리인상을 가로 막고 있다. 한은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 원으로 1분기 말(3월 말·1853조3000억 원)보다 0.5%(9조5000억 원) 늘었다.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작년 4분기(-3조6000억 원)와 올해 1분기(-14조3000억 원) 연이어 다소 감소했으나 주택공급이 위축되면서 2년 정도 후에 집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다시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세 분기 만에 다시 반등했다.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9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2조4000억 원 늘며 다섯 달 연속 증가했다. 전월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3조4000억 원, 올해 1월 -8조1000억 원, 2월 -5조1000억 원, 3월 -5조1000억 원 등 감소세이던 가계대출은 지난 4월 2000억 원 늘어난 것을 기점으로 5월 2조8000억 원, 6월 3조5000억 원, 7월 5조6000억 원 , 8월 6조6000억 원 등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제2금융권 주담대(-4000억 원)가 감소했지만 은행권 주담대(+6조1000억 원)가 늘면서 총 5조7000억 원 증가해 3월부터 이어진 주담대 증가세가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했다.

그러나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반 가계와 자영업자가 보유한 대출(총 2534조2000억 원) 가운데 취약차주의 대출 비중은 7.1%(179조9000억 원)로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늘어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3곳 이상 채무)이면서 저소득상태(통상 하위 30%이내)이거나 저신용(7~10등급) 차주를 의미한다. 금리가 더 오르면 가계부채 부실이 증가해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PF은 급증하는데 건설경기가 부진하면서 증권사 PF부실률이 17%까지 급등하고 있는 등 부실이 급증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경기와 대출 부실 관련 위험이 너무 크다. 당분간 딜레마 속 동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이 내년 2분기 정도 소비 둔화에 대응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도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2분기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중동 정세 등이 새로운 불확실성 변수다. 증대되는 딜레마와 불확실성에 직면한 한국경제에서는 통화정책·재정정책 등 전통적인 거시정책으로는 저성장 국면 돌파가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증대를 위한 규제 혁파·법인세 인하·노동개혁·기업투자환경 개선과 같은 미시적 구조개혁 정책이 시급히 실효성 있게 추진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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