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나홀로 자영업자’ 437만 명과 ‘그냥 쉬는 청년’ 68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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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환경 개선 시급
기업 투자 환경 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 절박한 실정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06 06:31:30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지난 강서구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생’을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다.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23년 8월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 부가조사 결과’는 한국 경제에서 민생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이 15년 만에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2022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자영업자 규모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1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8000명 증가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3만4000명 늘어난 437만 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인 ‘나홀로 사장’은 2008년(455만8000명) 이후 15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최근 자영업자의 영업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심지어 부채 상환이나 이자 지급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중에도 ‘나홀로 사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월 몇 백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 일자리만 있어도 자영업 그만 접고 싶다는 하소연이 나온 지 벌써 오래다.

한편 육아·가사·공부 등의 사유가 아니라 구직을 포기한 채 그냥 ‘집에서 쉰다’는 청년이 68만 명에 달해 1년 전보다 6만6000명 늘어난 것으로 동 조사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쉬는 이유에 대해 30%가량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쉬는 청년이 이처럼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는 소득이 증가하면서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커지는 현상이 한몫을 하고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취업하고 싶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이나 중소 제조업 심지어 농어촌에서도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현장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인력 수급 상황이 심각하지만 반도체·전기차 등 고기능 일자리 또한 인력이 부족해서 아우성이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미(未)충원 인원이 작년 9월 말 18만5000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 수요 측면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법인세율·상속세율, 세계 최강의 강성노조와 높은 인건비,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숨막히는 규제 등이 한국 기업을 해외로만 내몰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에 따른 막대한 보조금 지급이라는 당근을 내세우며 첨단기업의 미국 투자를 꾀하는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미국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발표된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중 1억 달러 이상 규모를 집계한 결과 한국이 총 20건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 19건보다 많고 일본(9건)·캐나다(5건)·대만(3건)을 훨씬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2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 일자리는 3만5000개에 이르며 이는 상위 10대 투자국이 만들어 내는 미국 내 일자리의 2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행(行)’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멕시코 케레타로 가전제품 공장과 티후아나 TV 공장에 총 5억 달러의 시설 투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서의 가전제품·TV 생산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 북·남미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멕시코 코아우일라주 라모스아리스페에서 전기차용 구동모터코어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인근의 HL만도는 전동화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 증설이 내년 3월 완료된다. 멕시코 경제부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23년 8월까지 85개 한국 자동차부품 회사가 외국인직접투자 기업으로 등록됐다.

고용 공급 측면에서는 반도체·전기차·배터리·정보기술(IT) 등 수요가 높은 첨단일자리에 부응하는 질 좋은 근로자들이 공급되어야 한다. 수도권 대학 정원 동결과 함께 15년여 동안의 반값 등록금으로 열악해진 학교 여건·교수들의 저항 탓에 학과 간 정원 조정마저 힘들어진 상황 등으로 우수한 인력 양성이 힘든 구조다. 나홀로 자영업과 쉬는 청년들과 같은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 환경 개혁·노동개혁·교육개혁이 절박한 실정이다. 민생 안정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에 반영해 실천해야 한다.

오정근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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