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돈방석’ 오른 은행들 이제는 상생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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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07 00:02:30

은행들이 고금리 기조에 힘입어 ‘돈방석’에 오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작년 한 해 55조9000억 원의 이자 이익을 올렸다. 1년 전보다 9조9000억 원, 2년 전보다는 14조7000억 원 불어난 규모다. 별다른 기술은 없었다. ‘대출금리는 빠르게,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는 식이었다. 이를 통해 순이익만 18조5000억 원을 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익’ 기록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듯이 은행들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길을 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직전인 2021년 7월 1992조 원이던 예금은행 대출금 잔액은 2022년 12월 2169조 원으로 200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이때 대출금리는 2.77%에서 5.57%로 두 배 이상 올라갔다. 더 많은 돈을 빌려주면서 예년보다 짭짤한 이자를 챙겼다는 얘기다.

반면 비(非)이자이익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은 2020년 7조3000억 원에서 2021년 7조 원·2022년 3조4000억 원으로 줄곧 감소했다. 이를 종합하면 은행들의 호실적은 소수 과점체제 아래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거둔 성과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임직원들 배불리기에 급급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소득(급여·상여)은 1억1006만 원으로 2년 전(9841만 원)보다 11.8% 늘어났다. 혁신 금융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카카오·토스) 임직원도 평균 1억1376만 원을 기록하며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회사를 떠나는 이들에게도 돈을 두둑이 챙겨 줬다. 지난해 5대 은행 모두 희망퇴직을 실시해 2357명을 떠나보냈다. 희망퇴직자들이 받은 희망퇴직금은 평균 3억5548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기본퇴직금까지 합하면 희망퇴직자들이 받은 퇴직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시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누군가는 은행 임직원과 달랐다. 은행에 꼬박꼬박 이자를 내고 있는 차주들이다. 성과급의 원천이기도 한 이들은 은행들이 ‘이자 호황’을 누릴 때 빚에 쪼들리는 나날을 보냈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나타난다. 2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2.8% 줄었다. 고금리로 감당해야 할 이자가 늘어나 여윳돈이 줄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홀로’ 자영업자 수는 437만 명으로 15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고금리만이 원인이라고 볼 수 없지만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2021년 7월 3.52%에서 작년 말 6.19%로 3%p 가까이 급등한 것을 보면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가중하는 데 한몫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은행들이 사기업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의 보호 하에 수익 안정성을 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성을 외면할 수 없다고 본다. 인터넷전문은행 3곳을 빼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인가를 내준 곳은 전무하지 않은가. 또 공기업을 구하듯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들이 부도 위기를 겪을 때 공적자금 168조 원을 투입해 여러 은행을 살렸다.

이제는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상생금융에 나설 때다. 금융당국과 별개로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이자 인하나 영세 소상공인의 공과금·임대료 지원 및 청년층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이 그 방안일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얘기가 있다. 이를 계기로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 매몰되기보다는 비금융 사업에 힘을 실었으면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비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줘야 할 것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