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민생·경제 외면하고 정쟁만 과열 ‘巨野’ 독주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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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등 단독 통과… 기업 해외탈출 가속화
민생과 경제살리기 법안들은 국회서 낮잠 자는 중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3 06:31:30

국회의 거야(巨野) 횡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그런지 도를 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9일 본회의에서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관한 법률안(노란봉투법)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강행 통과시켰다.

일명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으로 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법이다. 당연히 과잉 파업이 우려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공동성명문을 발표하고 ‘노란봉투법’ 입법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미 해외로 나가고 있는 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되고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도 날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대기업 ‘횡재세’ 도입 논의도 등장했다. 민주당에선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 토론회를 여는 등 당 차원에서 아예 대기업 ‘횡재세’ 도입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기업의 이익을 불로소득이라고 하는, 사회주의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주장마저 서슴없이 등장했다. 민주당 토론회에서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횡재세는 특정 업종이 아무런 노력 없이 과도한 불로소득을 누린 것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라며 “정유사나 은행권 등 일부 업종은 역대급 실적을 누린 반면 민생경제는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치 민생의 어려움이 대기업의 이익 때문인 것인 양 들릴 수도 있는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횡재세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은 대기업 전기요금만 9일부터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10.6원 올린다고 밝혔다.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은 뒤로 미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데다 최근 정부가 ‘물가잡기’에 나선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낀 탓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탈원전 에너지 정책 결과 급증한 한전 부채와 적자가 결국은 기업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임금에 법인세도 높고 강성노조의 파업 강도도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횡재세까지 부과되고 전기요금마저 올라가면 한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대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고용 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반면 청년들은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3~34세 청소년과 청년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는 대기업(27.4%)으로 조사됐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21.6%였던 대기업 선호 비율이 이번에 5.8%p 상승했다. 이처럼 청년들은 정작 대기업을 선호하는데 거야의 횡포는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며 반대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함께 통과시킨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 등 지배구조를 개편해 친야권 성향의 인사들이 공영방송인 KBS·MBC·EBS를 장악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라며 여당은 반대해 왔다. 문 정부 내내 공정하지 못했던 방송으로 지탄을 받아 왔던 공영방송의 폐해를 시정하고 정상화하려는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간호법’까지 재가동 드라이브를 걸면서 의회민주주의의 꽃인 대화와 협치는 사라지고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해졌다.

반면 17개 경제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채 낮잠을 자고 있는 등 민생과 경제살리기 법안들은 모두 외면당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이던 지난 5년 동안 국가 채무가 400조 원 넘게 급증하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지만 ‘재정준칙’은 야당 반대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오히려 재정을 풀어 3% 성장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득 차는데도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영구 저장 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안’이 2년 넘게 국회 상임위에서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인공지능 기본법안’과 정부 공급망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도 표류하고 있다.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도 진전이 없고 우주 강국 도약을 목표로 새로 출범시키려던 ‘우주항공청 관련법’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민생과 경제는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와 국회가 시급히 개혁되어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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