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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모든 수험생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이건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7 00:02:30
이건혁 경제부 기자
임용고시를 끝낸 친구와 통화했다. 혹시나 말을 잘못할까 걱정됐다. 시험을 잘 봤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사실 결과는 상관없었다.
 
임용고시에 붙든 못 붙든 내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저 어떤 결과와 상관없이 주눅 들지 않고 행복하길 바랐다.
 
고생했다.”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단어가 오갔지만 입에서 튀어나온 문자는 네 글자가 전부였다. 돌아온 목소리가 밝아서 다행이었다.
 
친구는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하루에 열 시간씩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란다. 어쩌면 공부한 내용이 시험 문제로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것 아니냐며 같이 한탄했다.
 
연말이 되면서 결과를 가르는 주요 시험들이 이어지고 있다.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십수 년, 그 이상의 노력이 하루의 시험으로 판가름 난다.
 
얼마 전엔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끝났다. 수능 앞뒤로는 SNS부터 사적인 연락까지 다양하게 나오는 멘트가 다 비슷하다.
 
다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한 만큼 원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심술이 났다. 시험이란 게, 특히 수능은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거라는 걸 알면서 우리가 내뱉는 위로의 말들은 진부하기 짝이 없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되돌아보면 3등급부터는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눈빛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1등급은 수험생 중 4%만 받을 수 있다. 2등급도 7%뿐이다. 10명 중 1명만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눈빛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한 추측이지만 안타까운 눈초리를 마주해야 하는 수험생이 이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으로 따져 볼까.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각 대학의 올해 기준 입학생은 서울대 3506·고려대 4594·연세대 4218명이다. 범위를 좀 넓혀도 서강대 1914·성균관대 4180·한양대 3761명이다. 다 합쳐야 2만 명이 조금 넘는다.
 
올해 수능 응시자 수가 504588명이다. 그러니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비율이 1등급 비율과 얼추 비슷하다. 하지만 수시를 비롯해 각종 전형을 생각하면 1등급 안에 들어도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 못 들어가는 인원이 있는 셈이다.
 
수능 전후로 SNS에는 대학을 등급표로 나누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그 게시물들은 어디까지가 상위권 대학인지 친절히 알려 준다. 대학들이 쭉 나열되다가 맨 아래에 줄이 하나 그어진다. 선 아래는 미만 잡이라고 쓰여 있다. 클릭 한 번 받으려고 너무도 쉽게 누군가의 인생을 으로 취급하는 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올해만 올라오는 게시물이 아니다. 8년 전에 수능을 봤을 때도 그런 게시물이 있었다. 13년 전 수능을 본 친누이 때도 있었다고 한다.
 
명문 대학이 좋은 대접을 받는 게 문제라는 건 아니다. 명문 대학을 목표로 노력해 온 시간에 박수쳐 줘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높이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낮춰야 할 이유는 없다.
 
사실 일상의 무게를 견디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한 발짝 움직이기도 힘든 버스와 지하철을 향하는 사람들부터 늦은 새벽까지 꿈을 이루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 애쓰는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해도 괜찮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하루하루 다양한 형태의 시험을 견디는 우리는 서로에게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격려의 말을 했으면 한다. 여기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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