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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E.H. 카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을 남겼다. 맞다. 역사는 시간의 연속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럼 시간만 흘러가면 다 역사인가. 아니다.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망전필위(忘戰必危)’, 전쟁을 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뜻을 되새길 때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민족 전체가 큰 참화를 입은 6·25 전쟁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역사의 반복인가.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군사적 모험주의 위협을 지속해 한반도의 긴장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시계 제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북한 태도를 보자. 북한이 21일 밤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했다. 1·2차 땐 발사 직후 추락·실패했다고 했으나 이번엔 “성공적 발사, 궤도에 정확히 진입”이라며 “정찰위성 만리경1호는 12월1일부터 정찰 임무에 착수한다”고 주장했다.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의 기술 이전으로 결함을 제거하는 등 진전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기에 성공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란 국제사회의 규탄을 무릅 쓴 이런 막무가내식 처사가 한반도에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됐다는 점이다. 핵과 미사일이란 타격 수단을 가진 북한이 감시정찰 자산인 군사위성까지 보유한다는 것은 한·미 군 당국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들여다보는 눈을 가진다는 뜻이다.
더욱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시험이나 다름없다. 과거 실험이 추진체 성능 테스트 위주였다면, 이제는 위성 발사체의 자세 제어 등을 통해 ICBM의 정확도를 높이는 단계로 진화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첨단 기술력까지 더해졌으니 설상가상이다.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과거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 활동을 복원할 것을 공식화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9.19 합의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겐 가장 큰 위협인 북핵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북한이 꺼리는 한·미 감시정찰 자산의 활동만 제한했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는 9.19 합의의 일부 효력 정지가 북한의 군사 도발을 초래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수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북풍”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은 늘 그들의 필요에 의해 자행돼 왔다. 우리 정부가 MDL 일대 군사연습 중지·해상 포사격과 기동훈련 중지를 규정한 합의 1조 2항을 그대로 둔 것은 상대성에 기반한 조치다. 만약 추가 도발을 일삼는다면 킬 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이라는 삼축 체계와 여기에 한·미 전략자산 등으로 원점 타격은 물론 북한의 정권 종말이라는 결말을 맞게 될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안보 불감증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현재진행형인데도 우리 국민은 지나칠 정도로 태연한 것 같다. 북한의 수차례 ICBM 시험발사와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위기설이 번질 때 우리 국민이 담담한 반응을 보이자 미국 LA타임스는 ‘한국인들의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한 분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로 그런 반응을 꼬집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은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는 확고하며,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2차 타격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의 한층 강화된 도발을 우려하고 있다.
평화로울 때 안보를 생각해야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임진왜란이나 6·25 전쟁도 따지고 보면 튼튼한 안보 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동요할 필요는 없지만 유사시에 대한 준비는 철저히 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도 안보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차제에 정부는 민방공훈련을 대폭 내실화하고 전국 단위 훈련 횟수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국민도 주변의 방공대피소를 미리 알아두고 비상시 국민 행동 요령을 숙지하는 게 좋다. 평소에는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유사시에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이 걸린 문제일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손자병법’은 이렇게 충고하지 않았던가. “적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은 바르게 항상 대비하는 데 있고(御削防侵籍正常), 전쟁의 승리는 백성을 안전하게 하는 강한 군세에 달려 있다(勝戰安民任勢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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