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 ‘실제 발생비용’만 반영해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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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중도상환수수료 제도개선 및 소비자 부담 경감방안’ 발표
5대 은행 등 은행권 ‘연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 한시 면제 조치’ 시행하기로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29 12:24:39

▲ 2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은행권과 협의 등을 거쳐 중도상환수수료의 합리성·투명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시내 한 건물 앞에 주요 은행 ATM이 나란히 설치돼 있다. 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금융당국이 약속한 기간보다 빨리 갚을 때 내는 중도상환수수료 제도개선에 나선다. 대출 취급에 따라 실제 발생하는 비용만 반영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발 맞춰 은행권은 가계대출 조기상환 등을 위해 연말까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조치를 시행한다.

금융위원회는 10월부터 은행권과 협의 등을 거쳐 중도상환수수료의 합리성·투명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받은 고객이 대출금을 미리 갚을 경우 은행이 고객에게 물리는 일종의 벌금을 말한다.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대출일로부터 3년 내에 상환할 시에는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 가능하다.

은행은 조기상환 시 발생하는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중도상환수수료로 은행이 연간 수취하는 금액은 3000억 원 내외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1813억 원에 달했다.

문제는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가 실제 발생비용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은행별 영업행위 특성 등 고려 없이 합리적인 부과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금운용 리스크 차이 등에도 불구하고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는 고정 1.4%·변동 1.2%로 모두 동일하고 신용대출에서도 ‘변동금리 대출’과 ‘고정금리 대출’ 간 수수료 격차는 미미하다. 대형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다수 은행들은 모바일 가입과 창구 가입 간 차이 없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동일하게 부과하고 있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소비자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합리화할 수 있도록 업무원가, 은행 특성 등을 고려해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호주는 변동금리에 대해 ‘대출실행 행정비용’을 반영하고 고정금리에 대해선 ‘대출실행 행정비용+이자비용’을 반영한다. 일본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정액제 또는 정률제로 운영하고 일부·전액상환에 대한 수수료도 은행별로 차등화한다.

▲ 올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 자료=금융위원회·은행연합회 제공

이를 고려해 금융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도록 감독규정 및 모범규준을 개선하고 비교·공시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중도상환수수료가 대출 취급에 따라 실제 발생하는 필수적인 비용만을 반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는 △자금운용 차질에 따른 손실 비용 △대출 관련 행정·모집비용 등 실비용만이 인정된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비용 외에 다른 항목을 부과해 가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공정영업행위로 금지할 예정이다.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대상·요율 등 세부사항에 대해선 고객특성·상품종류 등을 감안해 은행권이 세부기준을 마련하도록 한다.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면제 현황 및 중도상환수수료 산정 기준 등을 공시하도록 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증진하고 은행 간 건전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다.

개선되는 내용으로는 △변동금리·단기대출상품에 실제 발생비용 외 이자비용 반영 제한 △대면·비대면 가입채널 간 실제 모집비용 차이 등을 반영 △동일·유사상품으로 ‘변동→고정’ 대환 시 대출실행비용 등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은 부분 반영 등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향후 은행권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내년 1분기부터 감독규정 입법예고·모범규준 개정·공시 강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은행권도 이에 발 맞춰 소비자 부담경감에 나선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과 IBK기업은행은 가계대출 조기상환 유도를 위해 전체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다음 달 1일부터 31일까지 면제할 예정이다. 12월 한 달간 무료로 차주가 본인 자금으로 가계대출 금액을 상환하거나 동일 은행의 다른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6개 은행은 취약계층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 중인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 중도상환수수료 한시적 면제 프로그램을 1년 연장해 2025년 초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소비자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한 검토를 거쳐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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