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친 치매 간병 가족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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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3모녀 비극 ‘老老간병’ 심각성 드러내
‘치매 가족 휴무제’ 실제 이용하려면 그림의 떡
여야 간병비 급여화 공약 재원 조달 계획 마련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11 00:02:01

최근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에서 90대 치매 노모와 60대 딸 둘이 숨진 채 발견됐다. 치매를 앓던 환자가 숨을 거두자 노모를 돌보던 두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도됐다. 10년 이상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에서 두 딸도 나이를 먹으면서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老老) 간병’의 후유증으로 결국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며, 또 이에 대한 사회적 대비책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초 대구에서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를 홀로 돌봐 온 50대 아들이 아버지와 동반자살 하는 등 ‘간병 살인’의 사례도 한 해에 한두 건씩 발생하고 있다. 일찍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 해마다 40~50건 발생하는 간병 살인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오랜 간병에 지친 보호자가 우울증 환자가 돼 극단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치매 등 중증 환자의 돌봄을 떠안게 된 가족이 정신적·경제적으로 출구 없는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의 경우 대개 이런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므로 그 과정에서 보호자들이 개인적으로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압박을 감당하는 데 지쳐 가는 것이 보통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900만 명이고 이 중 치매 병상자 수는 92만4870명이다. 추정 치매 유병률이 10.31%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다. 앞으로 치매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증가 추세는 급속도로 높아져서 2039년 200만 명을,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전체 인구는 줄어드는데 노인 비율이 커지면 치매 간병은 개인은 물론 국가와 사회에 재앙이 될 수 있다. 우선 길어지는 간병에 정신적 고통도 크지만 그 못지않게 심각한 게 경제적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병인 고용 비용은 월 370만 원이었는데 이는 자녀 세대인 40·50대 중위소득의 60%를 웃돈다. 가계 수입의 반 이상을 간병비에 쏟고 나면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워진다.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가족이 직장을 그만두고 직접 돌본다면 국가적 노동 손실 비용이 수십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 간병을 사회적 문제로 전환해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물론 현재도 치매 간병을 위한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치매 간병 가족을 잠시나마 간병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쉬도록 하는 ‘치매가족휴무제’가 있기는 하다. 1년 동안 단기 보호는 10일, 종일 방문 요양(12시간 이상 24시간 미만)은 20회 이용이 가능하다. 치매 환자로부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잠시도 곁을 떠날 수 없는 간병 가족을 위해 잠시 감옥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는 휴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치매가족휴무제를 이용하려던 한 가족은 24시간 간병할 요양보호사가 없어서 단 몇 시간의 휴가로 만족해야 했다. 제도를 만들어 놓기만 했지 정작 시행 과정에 필요한 세부 대책은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강동구 3모녀의 비극은 이번 총선 사전 투표일에 일어났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노인 치매관리 강화·간병비 부담 경감 등 보건의료 공약을 속속 발표한 바 있다. 선거가 끝난 후 이제는 약속을 지킬 때다. 간병비급여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현실적인 재원 조달 계획부터 마련해 국민 앞에 보여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