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정제유·식량 퍼주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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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정제유·식량 퍼주는 러시아

3월 8척·4월 7척·5월8일 기준 3척
러시아, 밀가루·옥수수 2000t 수출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9 18:02:07

▲ 8일 남포 유류 하역시설과 유류 탱크 밀집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나흘전까지 포착되지 않았던 유조선이 입항했다.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 캡처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제유와 식량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두 달 동안 북한 남포 유류 하역시설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남포 유류 항구에 최소 18척의 유조선이 입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남포 유류 항구에는 3월에 최소 8척, 이후 4월엔 7척, 5월은 8일 기준 3척의 유조선이 입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대에 구름이 끼거나 위성사진이 촬영되지 않은 날을 고려하면 실제로 이곳을 드나든 유조선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플래닛랩스에 따르면 4일까지만 해도 텅비어 있던 부두에 8일 길이가 약 70m인 유조선이 부두에 입항했다. 이 유조선은 어딘가를 항해한 뒤 돌아와 유류를 하역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과거 보고서에서 유조선 1척이 실을 수 있는 유류 양을 선박에 따라 1만에서 3만 배럴로 추정해 매년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를 집계했다. 3~5월 남포를 드나든 유조선 18척에 이를 적용하면 북한이 확보한 정제유는 최소 18만 배럴에서 최대 54만 배럴일 것으로 추산된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다. 즉, 북한이 연간 수입 한도를 초과하는 정제유를 반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미국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며 “특히 3월에만 러시아가 북한에 16만5000배럴이 넘는 정제유를 보냈다”며 규탄했다.

이런 가운데 남포에서 새로운 유류 저장탱크도 확인됐다. 2월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을 보면 남포 유류 탱크 지대 남쪽 한 지점에 원형 형태의 굴착 작업 흔적 2개가 보인다. 이 중 1개 유류 탱크가 완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유류 탱크도 이 자리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북한은 최근 몇 년 사이 이 일대에 유류 탱크 여러 개를 만들었다. 지난해 5월엔 바로 옆 부지에 지름 12~15m의 탱크 2개가 신설되고 10월엔 북부지대에 유류 탱크 3개가 들어선 모습이 위성사진에 찍혔다.

이처럼 북한이 유류 탱크를 확충한 배경에는 러시아로부터 최근 연간 한도를 초과하는 유류를 받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올해 들어 북한에 2000t 이상의 밀가루와 옥수수를 수출했다.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러시아 세관 당국 자료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몇 달간 러시아의 최소 5개 지역에서 북한으로 1200t 이상의 밀가루와 최소 1000t의 옥수수가 수출됐다고 8일 전했다.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 극동 연해주도 1월 북한에 밀가루 200t을 보냈다.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에선 올해 1분기 밀가루 540t을, 쿠즈바스 지역에선 밀가루 530t을 각각 북한에 수출했다.

더 나아가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는 올해 1분기 북한에 옥수수 1000t을 공급했다.

앞서 북한은 4월 말 러시아에 농업대표단을 파견해 농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 관리들은 러시아의 종자 육종과 곡물 생산을 위한 주요 연구 센터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농업 생산을 늘리고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해결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