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헤즈볼라와의 전면전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親)이란 시아파 무슬림 헤즈볼라는 레바논 연립정부의 일원이자 자국 남부(이스라엘 북부 접경)의 실지배자다. 1983년 민병대로 출발해 반(反)이스라엘‧미국 활동과 팔레스타인 지원을 벌여 온 세력이기도 하다.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게 된 이들과 이스라엘군의 충돌이 최근 더욱 잦아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채널14 방송의 ‘더 패트리엇’에 출연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치를 필요가 없길 바라지만 이 도전 역시 맞설 것이다. (하마스·헤즈볼라 동시 대적) 다면전도 치를 수 있다.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기습으로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초의 자국 매체 인터뷰다. 이 자리에서 네타냐후는 헤즈볼라 압박을 다짐하며 그들의 무력 공세로 피란을 떠난 자국 주민 약 10만 명의 안전한 귀가를 자신했다.
이어 그는 “전투가 거의 끝나가지만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 종식 때까지 전쟁 지속” 의지를 분명히 하며 현 단계 전투를 마무리한 후 더 많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과 접경한 북부 전선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후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인을 정착시키자는 극우파 제안에 대해선 ‘현실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또 ‘가자지구 전후계획 부재’를 이유로 전시내각에서 탈퇴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을 비판했다. “누구도 전쟁 중에 정부를 무너뜨리려 서두르지 않는 법”이라며 “현 정부가 무너지면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인정하는 좌파정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휴전협상 관련해선 ‘인질석방 합의는 가능’하지만 ‘(전쟁목표 달성 없이) 하마스가 제안한 영구휴전 합의는 불가능’ 주장을 반복했다.
한편 전쟁의 향방은 미국 대선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첫 TV토론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전쟁을 주요 의제로 다루게 될 것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곤경을 분석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취약성이 부각된다”고 짚었다. 미국 주도의 휴전협상은 결렬된 것이나 다름없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북부 공격이 거세지면서 양측의 전면전 위기가 고조될수록 바이든 처지는 한층 곤혹스럽다. ‘일단 휴전→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적대행위 영구 중단’이 골격인 바이든 휴전안을 지지한다면서도 네타냐후는 ‘하마스 궤멸 때까지 전쟁 강행’을 고수 중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주권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 역시 안중에 없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전쟁에 지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협상을 원하겠지만 바이든 기대 만큼 빠르게 이뤄질 것 같진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의 시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시계에 맞춰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또 다른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칼레드 엘진디 선임연구원이 네타냐후 총리와 야히야 신와르 가자지구 최고지도자 모두 말로만 휴전 지지일 뿐 사실상 둘 다 전쟁을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음을 짚었다. 신와르의 경우 비록 민간인 희생이 컸지만 아랍세계에서 하마스 인기 고공행진을 목격했으며 네타냐후로선 전쟁이 지속돼야만 정권이 유지된다. 엘진디는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회담을 영원히 질질 끄는 것 외엔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쟁 발발 즉시 헤즈볼라의 ‘하마스 지지’ 선언이 있었으며 11일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공습 중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탈레스 압둘라 등이 숨지자 공세가 강화됐다. 양측 긴장이 높아지면서 20일 텔아비브 북부에 위치한 이스라엘방위군(IDF) 공보국 기지와 접촉한 서방기자들을 통해 ‘또 다른 전쟁의 임박’ 얘기가 실감나게 흘러나온다. 그 이틀 전 IDF는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계획을 승인해 전면전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다만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이란 하마스와 전혀 다른 차원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의 지원 등으로 오늘날 헤즈볼라는 세계 최강 무장세력의 하나다. 지대공미사일·대함미사일·대전차미사일 등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과 로켓 약 15만기, 특히 위치 파악 시스템인 GPS를 탑재한 다량의 이란제 정밀 유도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