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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의 시사저격] 尹대통령도 쓴 약 먹을 줄 알아야 한다
원만한 당정관계가 ‘원만한 패배’ 초래할지도
‘국민눈높이’ 정치 해야 국힘 차기 대권 가능
수직적 당정은 국민이 배척, 수평적으로 가야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26 06:31:30
 
▲ 구월환 대한언론인회 주필‧관훈클럽 39대 총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더니 이재명 전성시대도 그런 이치대로 갈 것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변화무쌍’의 달인인 그는 일생일대의 목표를 조기 달성한 셈이다. 정당의 ‘최고’위원이 ‘아버지’라고 불렀으면 그 이상 올라갈 곳은 없다.
 
북한에서도 ‘어버이’ 수령이란 표현은 김일성시대에 유행했지 김정일로 내려오면서는 장군님·원수님 등으로 조정되었고 이제 ‘어버이’는 아마 유치원 정도에서나 통용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실정도 이러한데 대통령 욕도 맘대로 하는 나라에서 평당원도 아닌 ‘최고’위원으로부터 ‘아버지’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더구나 이 말을 했다는 사람은 민주당에 무조건 몰표를 주는 호남도 아니고 민주당 반대 정서가 가장 강한 지역 출신이라니 더더욱 놀랍다.
 
그런데 이 아버지 소리는 강민구라는 한 사람만의 실수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이 그 타당성을 해설·지지하고 나섰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사람을 시켜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국의 공을 세운 위인도 아닌데 민주 정당에서 이런 극단적 정서가 통한다는 것은 정말 섬뜩한 일이다. 이제 최소한 ‘민주’라는 단어는 빼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린 학생들에게도 민주주의를 설명하기 어렵게 된 것 같다.
 
여기 비하면 국민의힘 안에는 이런 지존적 인물이 없다. 지난 일요일은 당 대표 출마선언이 러시를 이뤘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동훈의 출현을 기다리는 분위기였으나 나경원과 원희룡이 한동훈 시간대에 맞춰 거의 동시선언을 하는 바람에 ‘한동훈 효과’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당은 지금 연임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혼자 뛰어서 1등을 하게 되어 있어 조연으로 나올 경쟁자를 구해야 할 판인데 국민의힘은 초반부터 과열되고 있으니 오히려 걱정이다.
 
여러모로 이상한 ‘출발’이다. 원희룡은 그동안 아무 말이 없어서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19일에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더니 그 이튿날 출마 선언을 했다. 아마 이렇게 갑작스런 출마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뒤이어 국힘 주변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대통령을 만나고 갔는데 유독 한동훈만 통화를 했고 그것도 10초간이었다는 소소한 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에 대한 신고를 자랑할 일인가. 박정희·전두환 시절에는 그랬다. 그때는 대통령을 만난 것 자체가 큰 자랑이었다. 그때는 여당이란 것이 대통령 주머니의 공깃돌처럼 존재감이 없을 때였다. 그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몰랐다. 지금 국힘 당대표 선거에서는 한동훈을 빼고는 다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만하려면 대통령의 심기를 잘 살피고 미리 알아서 그 뜻을 잘 받들고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격노’한다면 산천초목까지 다 떨어야 한다.
 
그나마 원희룡 후보는 레드팀을 만들어 당심과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 순간, 레드팀 구성 단계에서부터 상부(대통령)의 결재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피차에 껄끄러운 사람은 피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당심·민심을 전달한다고 해서 그대로 이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합리적일지 몰라도 현실적이지는 않다고 봐야 한다.
 
이에 비하면 한동훈 후보의 약속은 훨씬 현실적이다. 대통령실을 감독하는 특별감찰관을 국힘에서 추천하고 제2부속실도 만들도록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포함한 대책으로서 다른 후보들의 배짱으로서는 입 밖에 내기조차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는 당정 관계도 수평 관계로 바꾸겠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다른 후보들은 ‘한마음 한뜻’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려면 다른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적당히 해야 원만한 관계가 유지된다. 
 
한동훈의 ‘고집’은 채상병사건 특검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민주당의 일방적 특검 공세에 맞서 국힘식 특검안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야당과 여론에서 밀리지 않고 정치적 악재를 미리 털고 가자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를 강조하는 다른 후보들은 다 반대하고 있다.
 
결국 원만한 수직적 당정 관계로 갈 것인지, 아니면 민심에 시선을 고정하고 대통령과의 갈등도 불사하는 수평적 당정 관계로 나아갈 것인지, 서로 다른 노선의 싸움이다. 그러나 미리 예단할 수 있는 것은 후자의 노선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2년 후의 지방선거나 3년 후의 대선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과 국힘이 차기 대선 승리와 보수 정권의 미래를 위해 당장의 쓴잔을 기꺼이 들 용의가 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과의 ‘원만한 관계’가 ‘원만한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는 함정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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