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관저 지키려 민간인 동원”… 대통령실 행정관 문자 ‘불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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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 난색 표하자 ‘우파 시민’ 배치 지시
1차 체포 시도 직후 ‘지지자 결집’ 요청
신혜식 “산 타넘고 진입하라, 불법 종용”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10 15:41:54

▲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해 공조수사본부 차원의 영장 2차 집행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간 1월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당시 대통령실 행정관이 탄핵 반대 보수 단체 집회 지지자 동원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자 메시지에는 관저 주변 ‘대기 위치’와 지형 설명까지 담겨,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물리적 방패’로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10일 복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1월3일 밤 성삼영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보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에게 관저 인근 지도 이미지를 첨부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은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직후였다.

성 전 행정관은 문자에서 “별표 위치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음. 그곳에서 대비해야 함. 매봉산 철책 넘으면 바로 관저임”이라며 “현재 군·경 지원이 어려워 경호처 인력이 대응하기 어렵다. 지지자 결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노총을 멸칭으로 지칭하며 “민노총 X들이 오늘 밤 등산로를 이용해 관저를 덮친다는 첩보가 있다”며 “관저 경호책임자에게 우파 시민들을 어느 쪽에 배치하면 되는지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는 관저 난입을 시도하는 물리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신혜식 대표는 미디어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한남동에서 집회를 할 때부터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산을 타넘어 진입하라는 등 불법을 종용하는 전화를 많이 했지만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언론 보도에는 1월14일에 이루어진 성 전 행정관이 신 대표에게 “1000명을 보내라”는 과도한 집결 요청을 했고, 신 대표는 “시민단체를 예전처럼 ‘똘마니’로 부려먹으려 하느냐”고 항의하는 카카오톡 대화 캡처가 공개됐다. 당시 성 전 행정관은 “죄송하다”는 답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행정관은 같은 달 13일에도 신 대표에게 “17일 점심을 함께하자”는 문자를 보내며 접촉을 이어갔다. 1월20일, 서부지법 난동 사태 직후에는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헌재 앞 응원’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돌렸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고, 그는 결국 사직했다. 성 전 행정관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팬카페 ‘윤사랑&우리건희’에도 “내일 2시에 대통령께서 헌재에 출석하신다. 안국역부터 응원해 달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 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주사파 척결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으로 이번 사건은 성 전 행정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의 상급자였던 2·3비서관이 당시 관저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을 직접 배웅했다.

성 전 행정관과 당시 내밀한 소통을 한 정치권 인사는 본지에 “성삼영은 당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었고, 수석이나 비서실장 등 더 높은 사람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무원은 상급자가 지시하면 따라야 한다. 성 전 행정관이 3·4급이라면 그 위에 1·2급 비서관급 지휘라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성삼영이 신혜식·전광훈 등과 접촉한 것은 자발적이라기보다 윗선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대통령 지켜줄 사람이 할아버지, 할머니들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호 상황이 부실했는 말이 쏟아졌었다”고 회고했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 전 행정관이 윗선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특히 상급자의 지휘와 동원 과정에서 불법 행위 연계가 입증될 경우 직권남용·대통령경호법 위반 등이 적용된 윗선 수사로도 확산할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사는 대통령실 행정관의 민간인 동원과 관련해 △대통령경호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형법상 공모·교사 책임 등을 법적 쟁점으로 꼽았다.

그는 “법정 경호주체(경호처·경찰·군) 외 사실상 경호 동원 시도라면 위법성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최종 판단은 경호구역 지정 여부와 당시 통제조치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저 인근이 통제·제한 구역이었다면 집결 유도 자체가 위반 소지가 있고, 공무원이 민간단체에 의무 없는 일을 사실상 지시·강요했는지, 실행 여부와 강제성 입증이 위법성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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