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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이 위기라고 한다. 젊은이들은 정적인 영화관보다는 활기차고 열광적인 공연장을 선호한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집에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찾는다. 정말 영화산업은 이대로 침몰하는 걸까.
서른 돌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해법은 ‘경쟁부문’ 신설이다. 경쟁은 재밌다. 경쟁은 그 자체로 도전과 성취가 어우러지는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한다.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중심 서울 충무로를 벗어나 문화 불모지 부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출범했다.
아시아 영화 중심의 비경쟁 영화제라는 정체성은 월드 프리미어를 선점할 수 없었던, 신생영화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탁월한 아시아영화들은 이미 칸·베니스·베를린으로 건너가 버렸으니 말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런 곤경을 기존 영화제에서 공개하거나 수상한 아시아영화들도 경쟁부문에 초청하는 것으로 돌파했다. 그래서 개막작도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지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기념비적인 첫해의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으로는 ‘추격자’ ‘황해’ ‘곡성’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온 나홍진 감독이 위촉됐다. 나홍진 감독은 경쟁부문에 선정된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의 심사를 이끈다.
심사위원단도 동시대 최고의 감독·배우·프로듀서인 △홍콩배우 양가휘 △인도의 배우 겸 감독 난디타 다스 △이란 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한국계 미국인 영화 감독 코고나다 △인도네시아 프로듀서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배우 한효주로 구성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기존의 5인 심사위원 제도를 과감하게 7인으로 늘린 것은 아시아영화의 현재성과 확장성을 주목하는 동시에 각 작품의 완성도ᆞ와 감독의 비전, 연기적 성취, 예술적 공헌 등을 균형감 있게 심사하기 위함이다.
유력한 대상 수상작으로 △장률의 ‘루오무의 황혼’ △미야케 쇼의 ‘여행과 나날’ △홍콩 배우 서기가 연출한 ‘소녀’ △스리랑카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가 거론되고 있다.
‘부산 어워드’ 시상은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상금은 총 1억1000만 원이 걸려있다.
전야제는 16일 남포동 비프(BIFF) 광장 야외무대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로 연다.
배우 이종혁과 박규리의 사회로 진행되는 전야제에서는 부산과 관련된 영화인을 선정해 수여하는 ‘부산이 사랑하는 영화인’ 시상식이 열린다. 올해 수상자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과 영화 ‘짱구’의 배우 정우가 선정됐다.
중구가 추진한 ‘영화감독 부산 중구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8명의 영화감독에게도 기념패가 수여된다. 이들은 중구에 머무르며 부산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출발부터 난관이 많았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국제영화제를 열기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며 영화제 초반에는 전 출품작이 모두 한국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했다.
2014년에는 부산시가 세월호 구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지원금을 줄이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는 승승장구했고 그 영향으로 199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 2005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2009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19년 강릉국제영화제가 열려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가 위기라고 한다. 영화계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위기를 멋지게 돌파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원서 열린다. 관람료는 8000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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